좌선의 방법⑦

글. 이정근

7. 처음으로 좌선을 하는 사람은 흔히 다리가 아프고 망상이 침노하는 데에 괴로워하나니, 다리가 아프면 잠깐 바꾸어 놓는 것도 좋으며, 망념이 침노하면 다만 망념인 줄만 알아두면 망념이 스스로 없어지나니 절대로 그것을 성가시게 여기지 말며 낙망하지 말라.
나는 간사 시절부터 좌선을 하면서 다리가 아프지 않았던 기억보다는 아프고 힘들었던 기억이 훨씬 많다. 특히 다리가 짧고 허벅지가 유난히 두꺼운 나는 앉아 있는 그 자체가 고역이자 고문이었다.

군 생활을 마치고 삼동원에서 근무하면서 선(禪)에 처음 재미가 붙었다. 그리고 그때 다리에 통증을 즐기며 선을 하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법무실로 근무지를 옮겨 대산 종사님을 모시고 원평으로, 만덕산으로, 영모묘원 등으로 열심히 뛰어다니며 살다가 기숙사 입학 후 좌선을 하려니, 오는 잠과 다리에 느껴지는 통증과 싸우느라 좌선이 고문 시간으로 느껴졌다. ‘힘들어도 선을 해야 한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좌선에 대한 더 깊은 고민을 해보지 않았다. 그때는 아마도 절실하지 않았을 것이다.

좌선을 그냥 의례적이고 형식적으로 하다가 어느 날부터는, 자다가 ‘선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갑자기 일어나 우두커니 앉아 있다 졸았다. 그러다 다시 잠에서 깨서 앉아있다가 또 다시 조는 묘한 버릇이 생겼다. 우인훈련원에 근무할 때 선을 열심히 하면서 이 버릇이 나아졌지만, 지금도 가끔 선을 게을리 하거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자다가 우두커니 앉아있는 버릇이 나온다.

우인훈련원에서 첫 여름훈련으로 선 훈련을 하면서 나는 엄청난 육체적 변화를 겪었다. 첫 선 정진 훈련을 할 때였다. 교도님들과 함께 하는 선 훈련이니 체면상 대충 할 수 없어 최선을 다했다. 선과 절, 행선, 염불로 이어지는, 주로 앉아서 하는 일과로 구성된 강훈이었다. 그때 한 시간 입정을 하면서 움직이지 않고 하는 선 훈련을 했다.
처음에는 앉을 때 두꺼운 방석을 접어서 엉덩이 밑에 받쳐야 양 무릎이 바닥에 닿아 한 시간을 겨우겨우 버틸 수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다른 것에 의지하지 않고도 선을 할 수 있게 되었다. 한 시간 입정도 움직이지 않고 할 수 있게 되었다. 출가하여 처음으로 좌선다운 좌선을 할 수 있는 방법을 터득하였고, 혼자서도 선을 할 수 있는 힘을 얻었다.
선을 할 때 다리가 저리거나 아프다고 자세를 바로바로 바꾸다 보면 제대로 선을 할 수 없고, 인내심이 생겨나기 어렵다. 다리를 바꾸는데 신경 쓰다 보면 망념이 더 명확하게 나타난다. 선을 통해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망념이 더 치성하게 느껴진다.

선을 할 때 떠오르는 망념들은 ‘정신이 잘 차려진 상황’에서 나오는 것이므로 평소보다 훨씬 좋은 생각(아이디어)들이 많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생각이라 하더라도, 망념은 그냥 망념이다. 망념인줄 알았는데도 불구하고 잘 사라지지 않으면 ‘망념, 망념, 망념.’ 하고 불러주는 게 도움 되기도 한다.
혹 망념 때문에 선이 안 된다고 낙망하지 말고, 그것을 성가시게 여기지 말아야 한다. 망념이 망념인 줄을 알아차려가며 공부하면 더 빠른 진전을 볼 수 있다. 소태산 대종사께서 하나하나 자세히 그 방법을 일러주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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