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박정원 서울대 아시아브리프 편집위원 무엇이 생명 이전과 생명 이후를 가를까, 무엇이 의식 이전과 이후를 만들어 낼까? 고대부터 존재해 왔던 영혼과 육체의 이분법에 관한 논란과 종교에 대해 얘기해 보자. 특히 영혼은 종교와 밀접한 관련성을 가질 뿐만 아니라 종교의 존재 이유까지 설명한다. 고대사회에서는 하늘과 통하는 영매가 통치자와 일치했다. 제정일치사회였다. 하늘의 뜻이 곧 나의 뜻이라는 개념으로 통치를 합리화했다. 그 영매자들은 하늘과 통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한 번씩 주민들의 고민, 나아가 국가 간의 전쟁 혹은 그 결과까지 예
글·사진. 박정원 전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연구원 죽음은 종교의 존재 이유 중에 가장 중요한 신화적 요소이다. 인간이 가장 궁금해하는 죽음 이후의 내생을 종교에서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수가 부활했다는 내용은 완벽한 신화라고 할 수 있다. 기독교뿐만 아니라 동양 종교인 불교, 유교, 도교에서도, 그리고 원시종교에서도 항상 죽음은 신화와 연결된다. 일본의 민속학자 오바야시 다라(大林太良)는 죽음과 관련한 세계의 신화를 몇 가지로 정리한 게 눈길을 끈다. 인간이 신의 명령을 위반했기 때문에 죽음이 생겼다는 형과 신이 인간에게 불사(不
글·사진. 박정원 전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연구원 종교의 기원이 되고, 육체의 내적 존재가 되는 영혼. 영혼과 불가분의 관계가 있는 것이 육신이다. 영혼과 육체는 인간을 이루는 필수 불가결의 요소이다. 그런데 영혼은 존재한다고 대부분 믿고 있지만 이를 본 사람은 사실상 없다. 육신은 보이는 형상 그 자체이다. 에 다음과 같은 말이 있다. ‘이 법신은 색체(色體)이기 때문에 모든 물질에서 능히 나타나고 있다. 본래 물질과 정신은 둘이 아니다. 물질의 성질은 지혜와 더불어 존재하기 때문에 형상이 없는 물질에 의하
글·사진. 박정원 전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연구원 2024년은 용띠해이다. 용은 신령스러운 상상의 동물로 변화무쌍한 힘을 나타내거나 절대 권력을 상징한다. 모두의 힘을 모아 대한민국이, 원불교가 더욱 힘찬 도약을 기대해본다. 사람들이 새해 첫날이 되면 무엇을 가장 많이 할까? 몇 년 전 신년 첫 일출을 보기 위해 꼭두새벽에 북한산을 향한 적이 있다. 해가 뜨기 전이니 어두워서 이마에 랜턴을 켜고 겨우겨우 발걸음을 옮겼다. 정상을 향해 올라가는 사람들이 제법 많았다. 해가 뜨기 직전 북한산 정상 바로 아래 위문에 도착했다. 정말 깜짝
글·사진. 박정원 전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연구원 신화는 세상을 풍부하게 만든다. 다소 허황된 이야기 같지만 세상과 전혀 동떨어진 얘기는 또한 아니다. ‘왜 신화가 존재해야만 하는가’에 대한 답은 인간 스스로 세상의 한계를 느껴 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 인간이 만들어낸 상상력과 창조력의 소산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많은 학자들이 신화생성과정에 대한 사회적·심리적 의미를 찾으려 연구하고 있다. 말리노프스키(Bronislaw Malinowski)는 ‘신화가 전통에 가치와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그것을 강화하는 기능을 한다’고 말했다.
글·사진. 박정원 전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연구원 종교학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M. 엘리아데는 ‘종교란 무엇인가’라고 묻는 대신 ‘사람들이 무엇을 종교라 하는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뒤르케임은 토템신앙과 같은 원시신앙이 종교로 발전하기 위해선 성스러운 사물들에 대한 믿음, 의례, 그리고 공동체의식과 통합이라는 과정을 거쳐 생성된다고 했다. 뒤르케임은 원시신앙을 다루면서 성(聖)과 속(俗)의 문제도 집중적으로 연구했다. 엘리아데도 다르지 않다. 엘리아데는 우리 삶 속에서 마주치는 일상적인 것들을 속이라 하고, 개인 또는 집단의 독특
글·사진. 박정원 전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연구원 종교의 출발점이 되는 신화의 관점에서 본 인과와 과학적 관점에서 본 인과, 무슨 차이가 있을까. 신화는 인과관계를 규명할 수 없는 초인간적, 즉 신적인 존재들의 우주론적 행위에 관한 이야기이다. 역사는 검증할 수 있고 논리적으로 설명 가능한 인간에 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역사를 인과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역사로 인정받는다. 그렇지 않으면 신화로 남는다. 역사는 신의 이야기인 신화시대를 지나 인간에 대한 발견으로 볼 수 있다. 신화를 과학적으로 검증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글·사진. 박정원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연구원 인간은 왜 종교를 만들었을까가 맞을까, 인간은 왜 종교를 믿을까가 맞을까? 또한 인간이 종교를 먼저 만들었을까, 또는 신을 먼저 만들었을까? 신이 먼저일까, 종교가 먼저일까? 인간이 종교를 만들었고, 동시에 인간이 그 종교를 믿고 있다. 믿는 건 창조, 혹은 존재 이후에 일어난 상황이니 인간이 종교나 신을 만드는 게 먼저일 거 같다. 인간이 만든 종교를 인간이 믿는다면 그 종교의 신도 인간이 만들었다는 얘기가 된다. 원래 없던 종교를 인간이 만들었기 때문에 그 종교에서 떠받드는 신도 결국
글·사진. 박정원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연구원 한국인은 우리 사회가 지극히 불공정하다고 인식하고 있다. 얼마 전 서울대 아시아연구소가 ‘세계 15대 대도시 삶의 질’ 비교조사에서 서울시민의 60.9%가 ‘우리 사회가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답했다고 발표했다. 불공정에 대한 인식이 다른 대도시, 즉 런던 22.9%, 도쿄 23%, 뉴욕 23.1%, 타이베이 24.1%보다 압도적으로 높았다. 한국인들은 왜, 언제부터 우리 사회가 불공정하다고 인식하는 것일까? 사람들이 사회가 불공정하다고 인식하는 것은 그만큼 사회갈등이 심하다는 의미와
글·사진. 박용철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연구원 대부분의 종교는 신화(神話)를 기반으로 한다. 신화는 초자연적이면서 시공을 초월하는 글자 그대로 신의 이야기이다. 하지만 완전한 허구가 아니고 민족공동체가 공통적으로 경험한 사실을 바탕으로 만들어낸 특정 민족에게 전승되는 이야기이다. 민족발생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민속종교이다. 민족 전체를 지배하는 풍속·신앙·제도·도덕 등을 배경으로 하기 때문에 선조들의 문화적 유산이 된다. 우리 민족에게는 단군신화를 대표로 꼽을 수 있다. 세계적인 신화로는 그리스로마신화나 북유럽신화, 이집트신화 등 다양
글·사진. 박용철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연구원 갤럽인터내셔널이 얼마 전 세계 61개국의 ‘종교적 성향과 실재에 대한 인식조사(Religious Tendency)’ 결과를 발표했다. 2022년 8월에서 10월까지 성인 5만7천768명에게 전화·온라인·면접조사 한 결과라 평소 종교에 관심이 많았던 필자는 더욱 관심이 쏠렸다. 61개국 평균과 한국과 비교한 내용 중에 몇 가지 흥미롭고 눈길이 가는 항목이 있었다. 우선, ‘신이 존재한다고 믿는가’라는 질문에 61개국 평균은 72%가 ‘믿는다’라고 응답한 반면 한국인은 41%만이 ‘믿는다’고
글·사진. 박용철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연구원 영혼이 있을까, 없을까? 있다면 왜 볼 수 없을까? 아니, 왜 볼 수 없게 만들었을까? 사람이 볼 수 없는 대상을 신념으로만 믿을 수 있을까? 영혼을 본 사람은 있을까? 만약 봤다면 크기는 얼마나 되고, 무게는 또한 얼마나 나갈까? 영혼 얘기를 먼저 꺼내는 건 종교의 가장 기본적 전제조건이 영혼, 신화 등이기 때문이다. 이것들이 있어야만 종교가 탄생할 수 있다. 이때의 신화는 신화적 인물이건 현상이건 전부 포함한다. 종교 없는 사회는 없다. 인간이 지구에 출현한 이래 토템이든 샤머니즘이든
글·사진. 박용철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연구원 ‘선천과 후천을 여러 방면으로 구분하여 보자면 이러하다. 연령이라면 서른 살 이전과 서른 살 이후요, 사람이라면 철나기 전과 철난 후이며, 생활이라면 타력생활과 자력생활이요, 하루라면 밤과 낮이며, 종교의 경로라면 신화적인 것과 사실적인 것이요, (후략)’ 제1절.‘말씀하시기를 나는 나 혼자 한 일과 내가 한 일은 하나도 없다. (중략) 대종경을 십년 동안 연마하였더니 바로 내 것이 되었다. 그 후 정전대의와 교리실천도해도 정산 종사님의 부촉이 계시어 기도 올리며 편술
글·사진. 박용철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연구원종교의 가장 원초적 형태는 자연숭배와 정령숭배다. 천둥과 번개, 폭풍우 같이 인간의 힘으로 막을 수 없는 거대한 자연에 대한 경외감을 가지기 시작하면서 종교가 생겼다고 하는 주장이 자연숭배이다. 자연이 곧 숭배대상인 셈이다. 정령숭배는 원시인의 꿈을 통해서 형성됐다. 원시인이 꿈을 통해 영혼이 육체를 떠나 다른 곳으로 이동하고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는 경험을 한다.이 경험을 통해 육신을 지닌 자신의 분신으로서의 영혼에 대한 개념이 형성된다. 원시인은 꿈과 비슷한 경험을 가사상태 또는 기절상
글·사진. 박용철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연구원원불교가 후천개벽의 현대종교라고 한다. 그 근거는 무엇이며, 설득력이 있는 말인가? 사람들이 그 말을 얼마나 믿을까? 종교는 알다시피 믿음이다. 일어나지만 알 수 없는, 보이지만 파악할 수 없는 현상을 설득력 있게 전달해서 믿게 하는 게 종교다. 과학과는 또 다른 차원의 현상에 대한 설명이다. 종교는 과학적 논리와는 조금 다르고, 심리와 현상에 대한 합리적 설명이라는 표현이 더 타당할 것 같다. 과학의 논리성과 종교의 설득성이 두 개념의 본질 차이라고나 할까. 그래서 종교는 때로 이적성(異
글·사진. 박용철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연구원종교를 어디까지 믿어야 할까? 한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 나이가 들수록 인간의 삶에 종교가 더욱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인간의 유한성에 대한 왜소함, 자연의 무한성에 대한 경외감, 인간의 천박함에 대한 경멸감과 부도덕성, 자연의 질서에 대한 존경심과 통일성, 인간의 방종에 대한 무책임성, 자연의 규칙성에 대한 엄격성 등이 더욱 느껴진다. 그때마다 종교의 무한성 또는 그 종교가 가지고 있는 철학에 대한 깊이를 생각하게 한다. 인간의 유한성, 천박함, 방종 등을 인식하기 위해선 지혜를 가져야
글·사진. 박용철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연구원불교는 부처, 기독교는 예수, 이슬람교는 무함마드. 현재 세계의 지배적인 종교의 대표적인 신들이다. 아니, 신격화 된 창시자들이다. 세계 최초의 종교라는 조로아스터교는 조로아스터로 널리 알려져 있다. 흔히 배화교(拜火敎)라고 한다. 그렇다면 원불교의 신은 누구일까? 아니 있을까? 부처는 열반할 당시 개인을 우상화 하지 말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한다. 그 진위야 정확히 알 수 없지만 개인에 대한 우상숭배는 본인 스스로 깨달음을 얻으려는 구도자의 모습과는 맞지 않다고 생각한 것 아닌가 여겨진다.
글·사진. 박용철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연구원 신(神)과 귀신(鬼神)의 차이는 뭘까? 물론 이 차이는 신이 있다는 전제하에서 가능한 의문이다. 이 시리즈의 전제도 신이 있다는 전제하에서 가능하다는 점도 이해해야 한다. 필자 개인적으로는 신이 있다고 믿는다. 단지 어떤 신인가에 대한 문제일 뿐이다. 서구에서 말하는 신과 동양적 의미의 신은 조금 차이가 있다. 서구적 의미의 신은 우주의 지배자나 창조자로서 절대적 존재, 즉 ‘The God’를 말한다. 초월적 존재 ‘Deity’와 별로 다르지 않으며 유일신을 가리킨다. 반면 동양적 의미의
글·사진. 박용철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연구원)한반도의 신화나 산신은 그리스신화와 같은 외국의 사례와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을 정도로 많고 다양하다. 다만 우리의 신화에 대해 학자들의 연구가 조금 미진할 뿐이다. 마고할미 신화와 설문대할망 신화, 정견모주 신화 등 선사시대의 신화는 풍부한 상상력과 인간친화적 내용을 보여준다. 나아가 이 신화와 관련된 그 지역의 특수성과 맥락을 같이 한다. 다시 말해 마고할미 신화는 남한 사람들과 가장 친숙하면서 가장 오래된 산인 지리산에 그 연원을 두고 있고, 설문대할망 신화는 제주도의 창세기 신
글·사진. 박용철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연구원)역사 이전의 산신은 모든 자연현상 그 자체가 신격화의 대상이었다. 역사 이후에는 특정 인물들이 산신으로 좌정하기 시작한다. 역사 이전엔 동서양 공통으로 다신사회였고, 역사 이후엔 동양은 여전히 다신사회였지만 서양은 기독교 유일신으로 바뀐다. 동양의 다신사회는 특정 인물들로 구체화 되면서 다양한 인물들이 신격화 과정을 거쳐 각각의 산에 산신으로 좌정한다. 전형적인 인격신의 형태를 띠며 신화나 설화로 전승되고 있다. 그 특정 인물들이 왜, 어떻게 그 각각의 산에 산신으로 좌정하게 됐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