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지인이 남도로 가족여행을 다녀왔다. 싸우지 않고 잘 다녀왔냐는 물음에 지인은 ‘종’ 덕분에 비교적 평화롭게 여행을 할 수 있었다고 했다. 종? 무슨 종? 이번 여행을 위해 ‘싱잉볼’을 구입해, 차 안에서 말싸움이 일어날 조짐이 보일 때마다 ‘싱잉볼’을 한 번씩 울렸다는 것이다. 아내가 ‘싱잉볼’을 치며 “마음의 평화”를 외치니 남편은 기가 막히고 말문이 막혀, 진정한 싸움으로는 이어지지 않았다고 했다. 그런데 돌아오는 길에는 남편이 싱잉볼을 더 많이 울렸다는 후기다. 이들 부부의 휴대폰 속 저장명은 ‘하나도 맞지 않는다’는
“여행 가고 싶다. 우리 이번 봄에는 꼭 어디든 가자.”친구와 카톡으로 이런저런 답답한 이야기를 하다 보면 언제나 마지막 대화는 “여행 가고 싶다”는 이야기로 마무리된다. 진짜 여행을 가고자 하는 것보다는, 지금 이 상황을 벗어나고 싶다는 하소연에 가까운 말이다. 실제로 친구들과 여행계를 들고 있지만, 이제는 다들 본인의 일정만 맞춰 홀연히 떠나지 못하는 나이가 되었다.그날도 친구들과 “여행 가고 싶다. 어디든 가고 싶다. 혼자 떠나고 싶다”는 대화를 나누다 한 친구가 나에게 말했다. “이번에 출장 어디가? 기차 타고 가는 거야?
취재. 김아영 기자 “갈 곳이 없더라고.”친구의 어머니가 갑작스레 병마를 얻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는 그 이야기를 누구에게도 말하고 싶지 않았다고 한다. 입 밖으로 내고나면 현실이 너무 선명하게 다가올 것 같아 무서웠단다. 어머니와 단둘이 지내는 친구에겐 말할 사람도, 찾아갈 곳도 없었다. 그때 왜 친구가 그곳을 떠올렸을까. 친구의 발길이 멈춘 곳은 봉은사였다. 깜깜한 겨울 새벽, 친구는 몇 시간 동안 대웅전에 앉아 염불하는 사람과 기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부처님만 노려봤다고 했다.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그러다가, 갑자기 눈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