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하늘은 얼마나 높고 큰 것일까?’ 어린 소태산 대종사의 표정에 의문과 궁금함이 그대로 나타난다. 또 간절하게 구하던 답이 어디에도 없음에 좌절하던 청년 소태산의 얼굴에는 ‘이 일을 어찌 할꼬’ 란 고뇌가 묻어있다. 한국 유일의 소목조각장 김정명(여주교당)의 손에서 새로이 탄생한 소태산 대종사 십상. 고부조 기법으로 조각한 십상은 세밀하고 입체적인 것은 물론, 물 흐르듯 이어지는 11개의 조각작품은 소태산의 일대기를 영상처럼 펼쳐 보여준다. 서울교화 100년 기념사업으로 제작한 ‘소태산 대종사 십상’은 3월 31일 원불교소태산기
“주먹을 쥐고 있으면 아무것도 받을 수 없잖아요. 움켜쥐고 있으면 그만큼 작아진다고 생각해요.” 이 생각은 20여 년간 사업을 하며 지켜온 지침이자 신념이다. 또한 나의 ‘선(善)’이 지금 복으로 돌아오지 않더라도 언젠가는 온다는 진리를 의심하지 않는다. 그러기에 새벽 4시, 그의 기도서원은 오랫동안 변함이 없다. ‘원불교인으로서 충실하게 살아갈 수 있는 힘을 달라’는 김법종 충북교구교의회 의장(서청주교당)이다. 잘 사는 방법 “사업 목표는 물품을 제대로 만들어 쓰는 사람이 하자가 없게끔 하는 거예요. 대종사님 말씀으로 한다면 모범
사랑의 빨간 밥차 조리·배식·설거지 봉사까지 마치고 나면 어느덧 저녁 8시 40분. 봉공회 사무실 스위치를 끄고 나서야 비로소 부부의 수요일이 마무리된다. 부부에게 ‘수요일은 봉사하는 날’이 된 지도 어언 15년. 하긴 수요일뿐이랴. 상시로 일어나는 재해재난지역봉사에 제일 먼저 연락하는 필수인력이자, ‘믿고 맡기는’ 교도. 또 서울원문화해설단 활동, 봉공회·여성회 월례회, 여의도교당 활동, 김장봉사까지, 이태언, 박인관 부부(여의도교당)의 1년은 봉공으로 가득하다. 특히 이태언 교도는 서울교구 자원봉사축제 2년 연속 대상의 주인공이
오늘도 몇 번이나 사은님 앞에 섰던가. 그가 새벽에 집을 나서며 “사은님, 다녀오겠습니다”며 일원상 앞에서 합장한다. 밭에서 돌아와서도 “사은님 덕에 건강하게 잘 다녀왔습니다”며 두 손을 모은다. 짧은 외출에도, 식사 때도 마찬가지다. 이만행 교도의 하루 일과의 마침표는 언제나 “사은님이 도와주셔서 93세에도 건강하게 하루를 보냈습니다. 감사합니다. 사은님 은혜를 언제 다 갚을까요?”라는 기도다. 교당 먼저 “이제 동네사람들도 내가 일요일이면 교당 가는 걸 다 알아요. 그래서 일요일에 일 나오라고도 안하고, 우리 일도 오지 말라고
이도순 교도 “항상 제가 움직일 때는 양손에 무언가 들려 있었어요.” 교당에 가기 위해 버스를 두세 번 갈아 탈 때도, 봉공활동을 나설 때도 그의 두 손은 언제나 무거웠다. 주민들에게 판매할 봉공회 물품일 때도 있었고, 봉사활동 물품일 때도 있었다. 광명교당 봉공회와 인연을 맺은 지 28년. 올해는 18년 동안 맡았던 봉공회장직을 이임했지만 발걸음은 여전히 봉공활동으로 향한다. 봉공에 어디 마침표가 있던가. 이도순 교도(광명교당)의 이야기다. 28년 봉공활동 “차량이 없어 대중교통을 이용해 아침부터 저녁까지 다니다보면 어떤 날은 눈
취재. 김아영 기자 “민화는 인생과 비슷해요. 선을 하나 그렸어요. 그 선이 잘못되었다는 생각에 아무리 덮으려 해도 덮어지지 않아요. 흔적이 고스란히 남거든요. 지은 업보가 고스란히 남는 것처럼 말이죠.”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그려나가다 보면 그 선 위에 붉은 꽃이 피고, 나비가 날고, 달과 해가 뜬다. 올해 나이 76세. 김도선 교도(서광주교당)는 제12회 대한민국전통채색화 공모대전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민화작가가 되었다. 내년에는 새로 신설될 호남대학 한국채색학과에 진학할 예정이다. 그가 그려나가는 인생 이야기이다. 감사한 삶 “
취재. 김아영 기자 “3년 동안 교무님과 100일기도를 함께 하면서 많은 게 달라졌어요.” 결제식 날, 겨울의 새벽 찬 공기가 하얀 입김으로 올라올 때면, ‘오늘만 하자. 교무님 계실 때까지만 하자’며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았다. 하다못해 교당 시계 초침 소리는 얼마나 큰지. 하지만 어느 때는 마음이 차분해지면서 입정이 벌써 끝났네 하는 순간도 있었다. 오롯이 교무님과 단둘이 마주앉은 3년. 많은 게 달라졌지만 무엇보다 ‘교무님이 오래오래 공주교당에 계시면 좋겠다. 함께 기도하고 싶다’로 바뀌었다. 그의 서원도 ‘우리 공주교당이 공주
취재. 김아영 기자 어린 시절 가야금 소리에 매료돼 한평생을 가야금 제작에 바쳐온 고수환 악기장. 올해 7월 그는 최고의 자리인 국가무형문화재 악기장 보유자로 인정됐다. 지금까지 국가무형문화재 현악기 악기장 보유자는 1명에 불과해 그가 명맥을 잇게 된 것이다. 공방 한쪽, 지인들이 보낸 축하화분과 축하현수막이 도착했지만 아직 밖에 내보이지 않았다.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고수환 악기장(평화교당)은 빈 마음으로 돌아와, ‘더 좋은 악기를 만들기 위한’ 의두연마 중이다. 최고의 악기장“국가무형문화재로 인정되면서 두 가지 마음이었던 거 같아
“55년 동안 전통 붓을 만들어왔지만, 오히려 지금이 붓 만드는 게 더 조심스럽고 어려워요. 좋은 붓이 무엇인지, 그 원리를 다 아니까 그렇게 될 때까지 만드는 거지요.” 1969년 광주 남구 백운동에 터를 잡고 전통 붓을 만들어 온지 55년. 광주광역시 무형문화재, 붓제작 기능전승자 99-1호(노동부)로 경지에 오른 필장이지만, 붓을 만지는 손끝은 여전히 세심하고 조심스럽다. 15 년만의 개인전시회를 통해 붓에 담긴 반세기의 삶을 보여줄 문상호(광주광역시 무형문화재 제4호, 광주교당) 필장을 만났다. 붓에 담길 삶“이번 전시회는
취재. 김아영 기자 척하면 척. “지리산 뱀사골 기억나요?”란 한마디에 ‘그날 선두에 누가 섰는지, 날씨가 어땠는지, 몇 시간 등산을 했는지’ 10년 전 추억이 줄줄이 딸려 나온다. 그뿐인가. 남들 눈에는 비슷비슷해 보이는 정상 사진만으로도 교도들은 같은 기억을 공유한다. 10년 동안 참석인원만 2,000여 명. 79번째 산행을 앞둔 이리교당 등산동아리 ‘산사람들’이 만들어낸 건 추억만이 아니다. 천인불사 원동력이 되기 위해“2013년 7월 21일 이리교당 산행동아리 ‘산사람들’을 발대했습니다. 올해 7월이면 10주년이 되지요.”
취재. 김아영 기자 그의 발걸음이 분주하다. 8월 새만금에서 열리는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대회를 앞두고 대원들의 훈련과 역량을 점검하기 위해서다. 세계스카우트잼버리대회는 세계스카우트연맹의 합동 야영대회로, 이번 대회에 전 세계 172개국 약 4만 명이 참가할 예정. 원불교연맹도 종교관을 조성하고 세계 청소년들이 원불교문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아직 3개월의 시간이 남았지만, 김영관 한국스카우트 원불교연맹 지도자(치프커미셔너, 송학교당)에게는 8월, 뜨거운 열기로 새로운 경험에 도전할 원불교 청소년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원불교를 만난 이후 지금까지 교법에 한 번도 어긋남 없이 살았습니다.” 30년 전 대구경북교구청 건립부터, 중국교구 북경교당 창립, 정산 종사 탄생가 매입 희사, 송도교당, 영광 옥당박물관 등. 밖으로 나간 이야기 외에도 그는 교단과 교당에 희사할 곳이 있으면 소리 없이 마음을 냈다. 넘쳐서가 아닌, 수입이 적으면 적은대로, 크면 큰대로 덜어 나눴다. 목재사업을 하며 평생 만진 나무처럼, 굳은 신심으로 아름드리 큰 그늘이 되어준 이성규 교도(인천교당)의 이야기다. 기도적공의 힘“나도 그 마음이 무슨 마음인지 잘 몰라요. 하지만 희
취재. 김아영 기자 띵동, 띵동. 서원각 교도의 휴대폰 알림이 계속해 울린다. 단체 대화방 ‘전서통독방’에 교도들이 봉독 유무를 체크해 올리는 것이다. 법문구절을, 또 봉독녹음과 공부감상을 올리는 등 방법은 다양하지만, 확실한 건 공부기운이 교당에 확산됐다는 점이다. 작년 한해, 교전 10회 완독을 추진하고, 올해 전서완독을 시작한 서원각 교도(구리교당, 지역사회 신체활동 전문가). 덕분에 구리교당의 봄은 공부기운이 가득하다.보물을 캐는 재미“교전 완독을 하겠다고 발심했지만 혼자하면 흐지부지 될 거 같았어요. 그래서 교도님들의 힘을
취재. 김아영 기자원불교 예비교무들에게 선요가를 지도한 지 벌써 15년. 수업 중에는 ‘몸체를 제대로 잡지 않고 앞으로 어떻게 수행할 것이냐?’고 말하는 호랑이 선생님이지만, 수업을 마치고 나면 예비교무들의 이야기를 듣는 ‘세상 밖 든든한 스승’이다.몸과 마음은 둘이 아님을 알기에, 예비교무들의 마음을 더 밝힐 수 있도록 몸을 만드는데 열정을 쏟는다는 이은재 원장(부송교당). 그에게 제일 반가운 소식 또한 20대 예비교무들이 현장에서 교화 잘하고 수행 잘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다. 익산에서 만난 터닝포인트“제가 할 수 있는
취재. 김아영 기자엄마 50, 아빠 52, 언니 21, 오빠 18, 막내딸 슬아 6살. 대학 3학년, 아동복지 수업을 들으며 ‘한 사람의 우주가 달라지는’ 입양을 꿈꾼 지 27년. 2021년 봄, 5살 슬아가 김귀선 교도의 막내딸이 되었다. 한 사람의 생(生)을 품으며 자신이 사는 세상이 더 넓어졌다는 귀선 씨네. 그들의 이야기다. 늦둥이 막내딸 슬아“이제 내년 3월이 되면 만 2년이 되요.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다시 1년. 작년에는 슬아와 하는 모든 게 처음이었지만, 올해부터는 “우리 ~해 봤지, 함께 가 봤지?”라고 말할
육군사관학교에 아직 화랑대교당이 들어서지 않았을 때, 원불교 예회 문열이를 한 이들이 있다. ‘육군사관학교 최초 원불교 3인방’ 중 최선임이었던 김현우 소령(소속 육군대학)은 이제 ‘원우회’ 회장으로 육군사관학교 출신 교도들을 대표하고 있는데…. 올해 12월에는 이 앞에 수식어가 하나 더 붙게 되었다. 소령으로 진급해 ‘원불교 군교화 역사상 첫 영관 장교’가 된 것이다. 육사 최초 원불교 3인방“2019년에 오랜만에 육군사관학교(이하 육사)에 방문했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멋있는 건물이 있어서 봤더니 ‘원불교 화랑대교당’이라는 거예요
취재. 김아영 기자일반인들에게 다소 생소한 이름의 육군학생군사학교(충북 괴산군 소재, 이하 학군교). 하지만 학군교는 학군단(ROTC)과 법무·의무·군종·학사·전문사관 등 특수장교 교육을 담당하며 대한민국 육군 초급장교의 93%를 배출하고 있다. 원불교는 2006년부터 출장예회를 보기 시작해 2020년에는 학군교 교화 전담으로 김혜련 교무를 발령, 작년에는 이곳에서 교화를 시작한 지 15년 만에 학교 내 교당(문무대교당) 신축을 위한 착공기원식을 거행했다. 그리고 드디어 설계를 완성하고 10월 첫 삽을 뜬 이곳, 김혜련 교무는 “가
취재. 김아영 기자“역시 우리 회장님은 핑크색이 제일 잘 어울려요.” 봉공회원들이 ‘핑크가 가장 잘 어울리는 남자’라 우스갯소리 하지만 실제로 권연도 교도(중앙교구 봉공회장, 마동교당)는 분홍 봉공회 조끼를 입으면 힘이 난다. 재난지역의 도시락, 빨래차 봉사에서도 이 분홍조끼를 입고 봉공활동에 앞장섰고, 김치나눔봉사도 남자라 못할 거 없었다. 오늘은 봉공조끼를 입고, 중앙교구 봉공회 물품배달에 나선 참. 못갈 곳도, 못할 일도 없는 봉공조끼의 힘이다.핑크색이 잘 어울리는 남자교도“지난번 봉공회 임원훈련에서 제가 그랬어요. 봉공회가
취재. 김아영 기자“평생을 원불교 법회를 생명처럼 여기며 살았어요.” 스물두 살에 원불교 집안(혜산 전음광 선진의 큰 며느리)으로 시집와 70여 년을 정토회원으로 살아온 정도인 교도. 4년 전인 85세까지도, 새벽이면 원불교 정토회관에 걸어가 새벽기도를 드렸다. 평생을 “항상 감사하며 즐겁게 살았다”는 그는 행복비결이 그리 멀리 있지 않다고 말한다. 복 많은 할머니“사람들이 저를 ‘복 많은’ 할머니라 말해요. 자식복, 남편복, 건강복, 머리숱복이 있다고요. 다 맞는 말이에요. 어찌 다행히 이 법을 만나 행복하게 살았죠.” 언제나 환
취재. 김아영 기자“저는 어디 가서든 늘 원불교를 만나 성공한 사람이라고 말해요.” ‘빵의 살아 있는 역사’라 불리며 제과제빵으로 일가를 이룬 김판식 전북제과직업전문학교 교장(법명 원식, 남중교당). 그의 성공 기준은 언제나 돈과 명예가 아닌 베푸는 삶이었는데…. 그의 빵 기술은 아프리카 스와질란드 사람들에게 자립의 기회였고, 어려운 이웃에게는 따뜻한 온기였다.아프리카에 은혜의 빵을고소한 빵 냄새 가득한 학교 안. 그의 사무실 한쪽 벽면은 제자들이 받은 상장과 함께, 대통령부터 장관, 교육감, 도내 내로라한 기관장 등으로부터 받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