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성심 편집인  

 

‘원불교의 매력은 현란한 레토릭(rhetoric) 즉 화려한 문체나 다소 과장되게 꾸민 미사여구에 있지 않고 실천적 소박미에 있다.’ <개벽사상과 종교공부> 책에서 도올 김용옥 선생이 한 말이다. 책 내용을 좀 더 인용하고자 한다. 종교 본래심을 일깨우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도올 선생이 원광대 한의대 학생일 때였다. 당시 총장의 요청으로 특별강연을 했다. 제목이 ‘원불교는 상식의 종교다’였다. 그는 ‘상식보다 더 보편적이고 위대한 의식은 없다. 종교는 상식을 깨는 것인 양 생각하는데 원불교는 상식을 궁극적인 가치의 근원으로 생각한다. 인류에게 이런 종교가 없다’고 그 가치를 높여 말했다. 그러면서 원불교 사람들은 대체로 인간 됨됨이가 모두 개방적이고 겸손하다고 평했다. 또한 원불교가 우리 사회의 변화나 지향할 비전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영향력 있는 사회적 메시지를 부지런히 내어야 한다고도 했다.

위에 밝힌 책 서두를 읽어가며 많은 반성을 하게 했다. 현시대 종교들은 교인 수를 늘려 교세 확장에만 노력하는 측면이 있다. 종교라는 조직을 이용하여 정치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지역사회에서도 기득권을 갖고자 한다. 물론 다수의 종교가 꼭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창작과 비평> 명예 편집인 백낙청 교수도 종교 조직에 대해 한 마디 꼬집었다. “원불교도 어떤 의미에서는 기존의 것하고는 완전히 다른 종교로 출발했는데, 종교 아닌 종교를 만든다고 하면서도 교단 조직을 만들고 출가제도를 만들었다. 이 출가제도라는 게 교단의 지속성과 효율성을 위해서는 유용하지만, 다른 종교와 비슷하게 흘러갈 위험이 커지는데, 지금 …소태산의 가르침에서 많이 후퇴한 거다.” 백 교수의 이러한 표현에 학생 때 들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원불교는 100개의 종교에 또 하나의 종교를 보태려고 출현한 것이 아니다.’ 기존 종교와 전혀 다른 개벽 시대의 새로운 종교라는 것이다. 교단 초기 임시 교명은 ‘대명국영성소 좌우통달 만물건판양생소(大明局靈性巢左右通達萬物建判養生所)’였다. 이후 불법연구회를 거쳐 원불교가 되었다. 대명국영성소는 ‘크고 밝은 영성의 보금자리’이며, 좌우통달 만물건판양생소는 그 역할로 ‘모든 주의와 사상을 막힘없이 통하게 하며 천지 만물을 새롭게 살려내는 곳’을 의미한다. 본지 이달의 기획 내용에서처럼 세계가 원불교 사상의 일상화를 요구하고 있다. 

깨달음의 달 4월. 다시 개벽의 정신으로 지극히 상식의 종교로, 소태산의 가르침에 후퇴하지 않는 원불교인이 되는 길을 모색하고 실천해 가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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