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의 주인 될 실력을 갖추라
‘대종사님, 제가 와야 할 길이 이 길이라면
헤매지 않고 오게 해주세요.’

글. 남은주

고등학교 1학년 겨울, 따뜻한 내 고향 진해에 그렇게 눈이 많이 내린 것은 처음이었다.
차도 다니지 못할 정도로 내린 눈 때문에 진해교당에 부임하시는 심홍진 교무님은 겨우 기차역에서 입석표 하나를 구해서 오셨다. 그때까지만 해도 교당에는 부모님들만 다니셨는데, 그날은 우리에게 “새 교무님께 인사를 드리러 교당에 가자.”고 하셨다. 몇 주 후에는 교당에서 버스를 대절해서 성지순례를 간다고 해서 따라 나섰다. 한밤중이 되어서야 도착한 영산의 소나무 숲 사이로 높고 밝은 보름달이 따스히 우리를 맞아주었다.

아침잠이 많은 내가 새벽같이 일어나 어른들과 찬바람을 맞으며 들판을 걷는데, 왠지 마음이 참 고요하고 편안했다. 종법사님을 뵈러 익산으로 출발하기 전, 교무님은 부모님과 교도님들 앞에서 “은주가 전무출신을 하면 잘 할 것 같다.”는 말씀을 하셨다. 그 말씀을 듣고 영산을 떠나는 버스 안에서 이런 기도를 했다. ‘대종사님, 제가 와야 할 길이 이 길이라면 헤매지 않고 오게 하시고, 그렇지 않다면 저의 길을 찾게 해주세요.’

사(私)없이 나누며 사는 기쁨이 가득한 교무님의 삶을 보고 ‘나도 저렇게 한 생 살면 재미있겠다.’라는 마음이 들었다. 아마도 그것이 내 기도에 대한 응답이었던 것 같다. 출가를 결심하고 출신교당인 진해에서 간사생활을 하였다. 교무님께서는 “간사생활은 출가 인생의 기초공사와 같다.”며 늘 서원과 신심·공심·공부심을 북돋아 주시면서도 기회가 닿는 대로 다양한 경험을 통해 안목을 넓혀주셨다. 눈 덮인 초선지를 일심으로 오르며 내 마음이 부처임을 확인하게 해주었던 만덕산 동선과, ‘금강이 현세계하니 조선이 갱조선이라. 금강산의 주인 될 실력 갖추라.’는 대종사님의 말씀이 나의 서원이 되게 해준 금강산 여행은, 내 출가 일생의 중요한 자양분과 이정표가 되어 지금도 나를 이끌어주고 있다.

돌아보면 매일매일 재미있는 일들이 가득했던 학부 시절. 그 시기를 마치고 미주선학대학원 어학연수 프로그램이 있어 여행 삼아 온 미국에서 지금껏 살게 될 줄은 몰랐다. 갑작스레 미주선학대학원 입학을 준비했고, 토플 시험을 통과 할 수 있을지 자신 할 수는 없었지만 일단 도전이라도 해보자 싶었다. 우여곡절 끝에 점수를 받아 학교에 입학은 하였지만, 역시나 새로운 언어와 문화를 배우고 익힌다는 것은 생각보다 녹록지 않은 일이었다. 익숙함에서 벗어나 낯섦을 체험한다는 것은 재미있는 만큼의 성장통을 톡톡히 치러야 했다. 밖으로 많은 것들을 배우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나를 더욱 알아가는 시간들. 그 배움은 지금도 아마 앞으로도 끝이 없을 듯하다.

이 법을 알아보고 귀히 여기며 다른 사람들에게도 전하고 싶어 하는 미국 현지인들을 만날 때마다 어서 빨리 삼대력을 갖추어서 내 삶을 빛내고, 그 빛을 더 크게 나눌 수 있는 실력을 갖춘 금강산의 주인이 되어야겠다는 마음을 더욱 챙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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