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그 속엔 뭐가 들어 있기에!

어릴 적 나는 TV나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들을 한두 번 들으면 거의 그대로 따라 부르곤 했다. 덕분에 지금도 또래에 비해 옛날 노래들을 꽤 많이 알고 있는 편이다. 여섯 살 즈음엔가? 주현미의 ‘비 내리는 영동교’라는 노래가 한참 유행이었는지 그 노래를 어디선가 듣고, 어른들 앞에서 매우 자랑스럽게 노래를 불렀다. “비에 젖어 슬픔에 젖어 눈물에 젖어~ ‘사정없이’ 걷고 있네. 밤비 내리는 영동교~♬” 순간 내 노래를 듣던 어른들이 다 배꼽을 잡고 깔깔댔다. 어린 나이에 무슨 영문인 줄 몰라 어리둥절했다가, 한참의 세월이 흐른 후에야 ‘사정없이’가 아니라 ‘하염없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여섯 살 인생에 ‘하염없이’를 소리로 듣고 알아채기엔 너무 어려운 단어였던 것이다.
얼마 전 한 식당에서 옆 테이블에 가족이 앉아있었는데, 일곱 살 정도 돼 보이는 오빠와 다섯 살 즈음의 쌍둥이 여동생들이 나누는 대화가 들렸다. 동생들은 자기들과 놀아주기를 귀찮아하는 오빠에게 강력하게 항의를 하는 중이었다. “엄마가 그랬잖아. 오빠가 하느님한테 동생 만들어달라고 소원 빌어가지고 우리가 나왔다고. 그러면 우리한테 잘해줘야 되는 거 아이가?” “아 그거는 내 인생에 최대의 실수였다. 두 개가 한꺼번에 나올 줄 우예 알았겠노.”
이제 갓 세 돌이 된 친구의 아들은 누가 “고마워요~.”라고 말하면 ‘별말씀을 다 하십니다.’라는 느낌으로 “뭐얼~.” 하고 대답을 한다. 그 반응이 너무 신기해서 이 사람 저 사람이 자꾸 고맙다고 하면 ‘귀찮게 자꾸 왜 똑같은걸 물어보나….’ 하는 표정으로 심드렁하게 “뭐얼~.(‘옛다 대답!’)” 하고 선심을 써준다.
아직 세 돌도 채 안된 라미(김동원 교무 딸)는 할머니 집에만 가면 제일 먼저 쪼르르 안방으로 달려가 경상 위에 있는 염주들을 목에 주렁주렁 걸고 나온단다. 누가 알려주지도 시키지도 않았는데, 염주를 무척이나 좋아한다는 것이다. 집에 들어오고 나갈 때 법신불 전에 합장인사를 하는 것은 기본이다. 밥 먹기 전에 꼭 합장인사를 하고, 밥을 다 먹고 나서는 만세를 부른다.
그 조그만 아이들의 속에 대체 무엇이 들어있기에, 스치듯 지나가는 이야기들도 다 품고 있다가 어느 결에 툭툭 어른의 말과 행동이 나오는 걸까. 콩나물에 물 주듯 몸도 마음도 쑥쑥 자라나는 아이들을 보면 마냥 신기할 따름이다. 아마 그 안엔 온 우주가 다 갊아 있기에 표현방법을 하나씩 알아가며 커가고 있을 것이다.
‘어떻게 하면 저 하늘사람들이 대종사님 교법대로 바른 인성으로 자랄 수 있게 해줄까?’가 요즘 나의 가장 큰 화두이자 서원이다. 대종사님 교법에 바탕한 어린이 인성교육으로 온 세상 아이들이 부처되는 그날을 염원하며 오늘도 부지런히 프로그램을 연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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