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무용론 시대의 종교

● 좌담 
양덕창 부장 한국천주교주교회의 교회일치와 종교간대화위원회
지상 스님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 사회국장
정인성 교무 원불교 교정원 문화사회부장
김태현 목사 한국기독교협의회 일치협력국장

● 사회 
박윤철 원광대학교 교수교무

● 일시 및 장소   
원기 102년 3월 7일 원음방송 TV스튜디오

종교위기의 시대에 4개 종교(개신교, 불교, 천주교, 원불교) 사람들이 만났다. 세상은 모두가 함께 바루고 나누며 살아야 할 터전이기에, 종교인들이 앞장서서 물욕충만한 지금 세상을 안전하게 인도해가자는 것이다. 서로서로 오순도순 대화를 나누다 보면 모두가 한 가족임을 알게 되고, 서로에게 부러운 점을 들려주면서 서로를 비춘다. 그래서 길이 보인다. - 편집자 주 -

박윤철 교무 : 작년 12월 19일 통계청에서 발표한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 종교 인구 통계’에 대한 각 종단의 반응이 궁금하다.
김태현 목사 : 개신교 숫자가 늘었다는 소식이 전해진 초반에는 대단히 좋아하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내부적으로 자성해볼 때 개신교가 사회적으로 좋은 종교로 인식되지 않는 상황이기에 수가 늘어난 것에 대해 반성이 함께 이루어졌다.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종교인구 수보다 종교의 본래 자리가 어딘가에 대한 질문이 개신교 내에서도 최근 더 많아지고 있다.
지상 스님 : 어찌됐든 우리 불교계가 반성할 부분이 굉장히 많다는 것을 각성한다. 사회적 역할을 찾아보고 고민하는 연구가 좀 더 면밀하게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보면 위기가 기회일 수도 있고, 또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도 되는 것 같다. 다만 인구주택조사에 종교인구 조사가 함께 이루어지는 것이 맞는가에 대한 고민은 해보아야 할 것 같다. 수치로 나타나는 조사는 오히려 과열된 포교와 갈등을 만들어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양덕창 부장 : 한국천주교회는 매년 전체 신자 수 현황 등을 통계 발표하고 있다. 우리가 2015년 말에 낸 통계와 이번 통계청 발표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 그것에 대해 공식적으로 발표한 적은 아직 없지만, (신도) 감소로 나타난 결과에 대해 여러 기관에서 조사연구를 하고 있다.
정인성 교무 : 국민들 신념 체계의 일부인 종교(신앙)에 대한 것을 왜 국가가 조사해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든다. 앞으로 종단과 관련한 정책을 펼 때 이 통계가 바탕이 될 텐데, 민족자생종교의 경우에는 정부의 지원체계 등에 있어서 상대적으로 소외될 수밖에 없다.
박윤철 : 조사 결과에서 나타난 큰 특징 두 가지가 바로 젊은 층이 종교에 무관심해진 현상과 무종교인이 늘어난 현상이다.
정인성 : 젊은이들이 자기세계를 갖게 되면서 종교에 특별한 관심을 갖지 않게 된 개인적 원인도 있겠지만, 사회적 원인도 있다. 무한경쟁 사회로 내몰리면서 종교를 접할 수 있는 기회 자체를 박탈당하고 있는 것이다.
지상 : 불교계는 사실 충격을 받았다. 그동안 나름대로 산 속에 있는 수행 위주의 불교에서 많이 벗어났다는 생각을 해왔고, 이러한 노력이 조사결과에 드러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가졌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불교인구가 감소한 것을 보면서, 젊은 층에 대처하지 못한 점에 대해 반성을 많이 했다. 그렇다고 해서 종교무용론을 이야기하기에는 이른 것 같다. 현세에 맞는 새로운 불교의 수행관, 어렵고 힘든 사람들에게 접근할 수 있는 종교 등에 대해 열린 시각을 갖고 많이 고민해봐야 할 것 같다.
박윤철 : 1월 25일에 ‘2015 인구센서스 종교인구조사 결과 3대 종교 특별토론회’ 자리에서 ‘멤버십 종교는 숫자가 늘어났다.’는 분석이 있었다. 멤버십 종교의 대표가 개신교 아닌가?
김태현 : 그 토론회에서 김진호 연구실장이 ‘2015년 오늘 시대를 살아가는 대중들은 위로받고 싶어 한다.’라는 표현을 했다. 개신교 프로그램이 거기에 최적화되어 있는 건 사실이다. 한국에서는 특별히 더 그렇다. 그런데 멤버십은 양면성이 있다. 멤버십이 적용되지 않은 이질적인 사람들이 들어왔을 땐 오히려 배척하는 행위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교회의 공동체성이 숫자 증가에 도움이 되었을지는 모르겠지만, 본질적으로는 폭탄을 안고 있는 셈이다. 수치는 함정과 오판의 가능성이 많다.
양덕창 : 지난 시기의 우리 교회를 돌아보면 많은 사람들을 제도적으로 보필할 수 있는 활동들이 있었다. 그런데 사회가 안정되고 물질이 풍요로워지면서 많은 사람들(특히 젊은층)이 제도화된 것으로부터 벗어나려는 속성을 갖게 되었다. 젊은이들이 찾고 싶어 하는 것에 종교가 제대로 부응하지 못하는 것이 현 실정이다.
지상 : 어떤 분들은 미래의 불교를 예상하면서 결국 불교에는 ‘불교문화’만 남는 것 아니냐는 극단적인 표현을 하기도 한다. 정말 참다운 불교인이나 참다운 종교인이 다 사라질 수 있다는 것도 깊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정인성 : 앞으로는 아마 ‘나를 따르라.’는 식의 종교나 집단·단체는 존재하기 어려울 것이다. 젊은이들은 각자 각자가 컬처디자이너다. 자기 문화를 스스로 창조해가고 있다. 고도화된 물질문명과 함께 스스로의 정신 주체를 세우지 않으면 삶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종교는 그것을 도와주고 방향을 제시하는 쪽으로 발전해야 한다.
박윤철 : 요즘 <지방소멸>이라는 책을 주목해서 읽고 있다. 2040년이 되면 지자체 250여 개 중에 3분의 1이 사라진다고 한다. 이건 인구절벽 문제와도 관계가 있다. 일본에서는 <사원소멸>이라는 책이 센세이션한 반응을 일으키고 있다고 한다. 현재 7만7천 개의 절 가운데 주지가 없는 절이 2만 개가 넘는다는 것이다. 인구절벽, 지방소멸, 사원소멸의 시대에 우리 종단들은 살아남기 위해 어떤 노력들을 해야 할까?
양덕창 : 지금의 현상을 탈종교현상이라고 단정짓고 싶진 않다. 탈종교는 종교를 완전히 벗어난다는 말인데, 많은 사회학자들이 인간은 사회적이고 종교적인 동물이라고 했다. 신앙생활의 여건이 변화된 것은 틀림없지만, 그렇기 때문에 종교가 가야 할 방향은 더욱 명확해졌다. 대한민국이 형성될 때 많은 종교단체들이 학교, 병원, 사회복지시설 등을 만들어서 국가의 재건을 돕는 역할을 했지만, 이제는 국가가 그 역할을 다 해낼 수 있다. 국가가 미처 할 수 없는 것을 찾아가는 게 종교의 역할 아닐까? 개신교를 포함한 우리 그리스도교는 2000년의 역사 속에서 무수히 많은 파란을 거쳐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까지 존재하고 있다. 미래 사회와 환경이 변화하더라도, 종교는 다시 그에 맞는 모습을 갖추고 존재할 것이다. 그런 희망을 가지면 좋겠다.
지상 : 일본에서 사원의 감소와 우리 젊은층 종교인구의 감소 문제는 고스란히 성직자의 감소문제와도 연결된다. 한국 사찰에도 이미 네팔, 미얀마, 스리랑카에서 온 스님들이 많이 있다. 이런 모습들을 통해서 불교의 미래를 예측해볼 때 성직자 수 감소가 큰 영향을 미치겠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정인성 : 종교적인 위로, 종교적인 심성 등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다. 사회복지가 향상되고 과학이 발전한다고 해서 우리 인간 본연의 종교적인 심성마저 사라지지는 않을 것 같다.
김태현 : 개신교가 올해로 종교개혁 오백 년을 맞이하는데, 저는 종교개혁을 ‘모든 억압으로부터의 해방·자유’라고 이해한다. 그 시대를 억압하는 분위기를 극복해내고 그 시대의 악마성을 정확히 읽어내면서, 그 속에서 어렵고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안고 품어주는 역할을 종교인들이 해야 한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갈릴리를 다니시면서 고아와 과부에게 더 가까이 다가갔던 그게 바로 종교가 가야 할 자리이다. ‘이렇게 예불해야 해.’ ‘이렇게 예배해야 해.’라고 틀을 짓는 것은 요즘말로 꼰대짓이다. 정해진 영역 안에서 ‘이게 종교’라고 규정하게 되는 순간 종교의 미래는 사라진다.
박윤철 : 최근 몇 년간 한국사회는 여러 진통을 겪고 있다. 2014년 세월호 참사를 비롯해서 대통령 탄핵 정국까지…. 공공성이 무너진 이 한국사회 현실 속에서 종교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지상 : 한국사회는 그동안 굉장히 역동적이고 급속도로 발전해왔다. 그 속을 들여다보면 신 경제계급이라고 하는, 도저히 극복할 수 없는 빈부격차가 들어있다. 사회 전반적으로 공공성이 무너지면 개개인들은 힘듦을 겪다가 개인주의로 변하게 될 것이고, 이런 현상은 결국 사회문제가 되어서 우리 모두에게 다시 돌아올 것이다. 앞으로는 공공성의 새로운 공간이 만들어져야 하지 않을까? 예를 들면 불교에서는 사회노동위원회를 구성해서 승복을 입은 스님들이 그 속에 들어간다. 어렵고 힘든 사람들과 가까이에서 함께 고민하는 불교가 되고자 하는 것이다.
김태현 : 신학교를 다닐 때 저희 교수님께서 성철스님의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다.’라는 법어를 해석해준 적이 있다.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인데, 산은 산이 아니라고 부정해보지 않은 사람은 이게 진짜 산이라고 확신할 수 없는 상황에 도래할 것이다.’라는 것이다. 그 해석이 불교에서 보는 관점과 같은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참 좋았다. 종교가 이 시대의 공공성을 이야기할 수 있으려면, 아닌 것은 아니라고 확언할 수 있어야 한다.
양덕창 : 복음 정신에 입각해서, 옳고 그름에 대해서 이해하고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이고 아닌 것은 과감히 아니라고 주장해야 하는 게 종교의 역할이다. 종교인들이 용산 재개발 참사, 제주도 해군 기지, 밀양 송전탑 문제 등 사회 제반 문제와 그 아픔에 대해 함께함으로써 종교의 본질이 많이 드러나지 않았나. 그로 인해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고, 그래도 살 만한 사회라는 인식을 조금이라도 넓힐 수 있었다. 인구조사에 의한 종교인구 감소에 너무 연연해하지 말고 종교의 본연을 유지하려는 태도가 더 중요하다.
박윤철 : 물질문명과 과학기술의 급속한 발달이 이루어지고 사람이 하던 일을 기계가 대체해버리는 요즘 같은 시대에, 과연 종교가 종교 본질만 지킨다고 해서 문제들을 다 감당할 수 있을까?
김태현 : 인공지능은 분명 인간의 욕구와 안정을 추구한다는 데서 출발했다. 그러나 인간미가 없고 너무나 예측 가능하다는 한계가 있다. 사람은 안정을 추구하는 면도 있지만 돌발적인 면도 있고, 자기 일상적인 부분들을 돌파해나가려고 하기도 한다. 그걸 인간성이라고 부른다.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것들을 먼저 이야기해봐야 하지 않을까. 영원히 안 될 것 같던 종교 간 대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처럼, 주어진 환경을 좀 더 긍정적으로 보는 것이 현재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 아닐까.
양덕창 : IT산업의 발달이나 알파고의 등장이 흥미롭긴 하지만 그것들이 종교 본연의 역할까지도 대신할 수 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알파고는 알파고로서, 종교는 종교로서의 제각각 역할이 있다고 본다. 알파고가 미사를 집전할 수는 없지 않은가. 게다가 그리스도교는 계시종교인데 그걸 알파고가 대신해 줄 수도 없다.
지상 : 어느 날 로봇이 법당에 앉아 목탁을 치면서 기도하고 있는 모습을 상상해봤다. 하지만 인간에게는 로봇이 가진 무감정이나 무력감을 이길 수 있는 역동성이 있다. 생각하고 창조하고 움직이기 때문에 분명 로봇과 구분이 된다. 4차산업 시대에 종교의 역할은 오히려 더 커질 것이다. 인공지능이 과연 신의 영역, 예측, 미래지향적, 인간의 역동성과 감정, 마음이라는 부분까지 근접해 올 수 있을까?
정인성 : 물질을 활용할 수 있는 정서적인 안정능력, 영감, 평정심, 결단력, 전후좌우 상황 맥락을 이해하는 마음은 인간만이 고유하게 가질 수 있는 능력이다. 그것을 더 도와서 물질을 선용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게 종교의 역할이다.
김태현 : 터미네이터, 혹성탈출, 로봇 등의 영화를 보면 인공지능의 발전이나 과학문명의 발전이 기존에 우리가 만들어놓은 질서를 위협하는 존재로 묘사된다. 하지만 그 이야기에서 결국 우리가 상기하게 되는 것은 ‘현재 인간이 인간성을 제대로 지키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문명 자체를 너무 도전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박윤철 : 우리 사회에서 가장 민감한 문제가 바로 정치와 종교다. 전통적인 정치와 종교 관계, 그리고 최근 상황과 관련된 새로운 정치와 새로운 종교의 역할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자.
지상 : 성직자가 정치가로 직접 참여하는 것에 대해서는 제도적인 장치가 필요할 것 같다. 정치가 이탈했을 때 직언하고 조언하는 종교의 순수한 기능은 여전히 필요하겠지만, 정치참여 범주에 대해서는 깊이 고민해야한다.
양덕창 : 정치와 종교는 결코 상호 불가분의 관계가 아니다. 두 공동체 모두 우리 국민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치를 하는 사람들에게 교회의 가르침을 전달하고 안내해서 올바른 정의를 실현을 할 수 있도록 할 뿐, 성직자와 수도자라면 직접적인 참여(선출직이나 임명직)에 대해서는 지양해야 한다.
김태현 : 우리 과거사에서 민족운동에 가장 열심히 참여했던 게 바로 종교였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정치에서 종교 분리를 이야기하는 것은 의도가 있다고 생각한다. 정치인들 입장에서 종교를 또 다른 세력으로 본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올바른 성직자라면 ‘난 이런 부분에서는 종교 분리다.’라고 이야기해야 한다.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것에 대해서는 경계해야 한다.
정인성 : 원불교에서는 ‘정교동심(政敎同心)’이라고 가르친다. 여러 대중을 이롭게 하기 위해 정치와 종교가 같은 마음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뜻이다. 정치가 사회를 바로 세우는 엄한 아버지 역할이라면 종교는 상처받은 이들을 감싸고 위로해주는 어머니의 역할로서 수레의 양 바퀴처럼 함께 나아가야 한다. 하지만 정치와 종교가 상호 간에 지나치게 간섭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박윤철 : 상호간에 ‘이웃 종교의 이런 게 부럽다.’는 것이 있다면 이야기해보자.
정인성 : 천주교의 한 대주교님을 모시고 여러 일정을 함께 해오고 있을 때다. 해외에서 돌아오는 비행기 좌석을 몰래 1등석으로 바꿔드렸다가 혼이 나서 다시 바꾼 적이 있다. KTX가 되었든 비행기가 되었든 절대 특실을 안 타신다. 또 예전 학생 시절에 법정스님을 찾아뵙고는 “스님! 견성하셨습니까?” 하고 질문을 던졌더니, 1초의 머뭇거림도 없이 “그런 건 자네나 하소!”라는 말씀이 돌아온 적이 있다. 당시 견성에 대한 화두가 너무나 컸었는데, 그 한 말씀이 일생의 큰 지침이 되었다.
김태현 : 대학교 3학년 때 경주로 문화답사를 간 적이 있다. 그때 감은사지 석탑을 보고 ‘아, 이렇게 좋을 수가!’ 하는 굉장한 느낌을 받았다. 대체로 우리 문화는 작아서 특별한 게 없고, 피라미드처럼 거대해야 ‘진짜 문화’라고 여기던 생각이 깨진 것이다. 원불교의 경우에는 일단 폭력적이지 않으며, 혜안과 부드러움, 그리고 융통성이 있다.
양덕창 : 종단별로 각각 고유한 카리스마가 있는 것 같다. 스님들은 자유롭고 한적하게 자기 수양을 마음껏 할 수 있는 분위기가 도량에서 펼쳐지는 것 같고, 원불교는 남녀에 차별을 두지 않고 온전히 인간성만으로 성직을 수행하는 모습이 21세기 여성시대에 걸맞는 모범을 보이고 있는 것 같다.
지상 : 불교는 수행 위주의 종단이다 보니까, 노후에 대한 제도가 많이 부족하다. 천주교가 시설적으로나 제도적으로 그 부분이 잘 마련되어 있는 것 같다. 또 KCRP 교류를 하면서 김태현 목사님을 보면서 의식이 자유롭고 열려있다는 생각을 많이 갖게 된다. 제가 가졌던 고정관념이 깨지는 경험을 많이 한다.
박윤철 : 종교다원주의 사회이기에 간혹 발생하는 종교 간 갈등 을 해결해야 하는 역할도 중요한 것 같다.
김태현 : 종교 간 갈등 문제로 가장 많이 일어나는 게 훼불 사건이다. 개인적인 일로 치부되어 버리거나 통제 안에 다 들어오는 게 아니라서 사실 개신교 입장에서는 걱정이 많다. 한 번은 동화사에서 훼불 사건이 일어났는데, 결론적으로 불교에서 양보하고 이해해주셔서 잘 해결될 수 있었다. 쉬는 날을 반납하고 뛰어다닌 보람의 이면에는 양해해준 이웃 종교가 있었다는 게 중요하다. 종교다원주의를 해석하는데 있어서 ‘내 종교만이 최고의 가치’라는 식으로 접근하면 갈등과 분란이 생기기 쉽다.
양덕창 : 모 서울시장 재임 시절에 ‘서울시를 하나님께 바친다.’는 발언이 문제가 돼서 종교 간 갈등이 야기된 적이 있다. 그때도 역시 저희들이 종교 간 대화 연대의 틀 안에서 노력하면서 갈등을 해결했다. 한국에서 천주교가 수없이 많은 박해를 받으면서 우리 신자들이 목숨까지 잃었던 게 불과 200년 전에 있었던 일이다. 그러한 일들을 기억하면 ‘다종교사회에서 어떻게 함께 어울려 살아야 할까?’에 대한 답이 나온다고 생각한다.
정인성 : 현재 7대 종단이 매년 이웃 종교 스테이를 하고 있다. 2박 3일 동안 서로의 성지에 머무르거나 종교의식에 참여하면서 이해의 폭을 넓혀가는 프로그램인데, 상호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이웃 종교 강좌도 상당히 유익하다는 평이 많다. 한국사회의 종교는 평소에 늘 대화하는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기 때문에 일이 발생했을 때 해결할 수 있는 자정능력을 충분히 갖고 있다.
지상 : 내 종교를 조금 뒤로 하고 다양한 경험과 공부를 통해서 이러한 갈등 문제를 해결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존중하고 배우고 공부하고 깊이 있게 연구하면서 들여다볼 때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좋다, 나쁘다.’ 하는 고정관념을 내려놓고 종교인들이 교류하고 교감하고 이해하고 배우다 보면 그 안에서 갈등요소들이 분명히 희석되고 완화될 수 있으리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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