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기도봉에  횃불을 밝히다

취재. 김아영 기자  

원기 103년 8월 11일 영산성지 구간도실 앞.
99년 전 아홉 단원이 구간도실에 모여 대종사의 교시를 받았던 때와 같은 시간. 전국에서 모인 800여 명의 교도들이 이곳에 섰다. 각자의 마음속에는 9인선진과 같이 “그대들이 죽어야만 정법회상이 세상에 드러나서 창생이 구원을 받게 된다면, 조금도 여한이 없이 그 일을 능히 실행할 수 있겠는가?”란 소태산의 물음이 담겼다.

“올해 법인성사는 더욱 특별한 의미가 있습니다. 내년은 법인성사 100주년이 되는 해로, 현재 원불교 4개 재가단체(봉공회, 여성회, 청운회, 청년회) 주관으로 4월 7일에 500일 기도를 결제해서 영광교구를 시작으로 릴레이 기도를 하고 있지요. 오늘은 100주년의 초석이 되는 것이죠.” 오늘 하루 동안 오락가락하는 비 소식에 몇 번이고 마음 졸이며 하늘을 쳐다보았다는 임원들. 하지만 “10년 동안 영산성지 법인기도에 참석했지만, 기도 때 비가 온 적은 없다. 그만큼 신성한 곳이다.”라는 최현인 교도의 말처럼 밤 8시가 되자 하늘은 거짓말처럼 구름이 걷혔다.

밤 8시, 사무여한(死無餘恨)이라 적힌 백지에 교도들의 손도장이 찍히고…. 소태산 대종사의 명에 따라 9인제자가 각각 중앙봉을 비롯 여덟 방위에 있는 옥녀봉, 상여방위봉, 눈썹바위봉, 장다리봉, 대파리봉, 마촌앞산봉, 밤나무골봉, 공동묘지봉, 촛대봉, 설레바위봉으로 출발했듯, 교도들이 구간도실에 기도를 올리고 각 기도봉우리로 출발한다. 별빛과 앞사람의 발걸음에만 의지하며 걷는 길. 어둠 속에서 누군가가 말한다.
“선진님은 지금보다 더 어둡던 이 길을 걸으셨겠지요?”
산이 급격하게 가팔라지자 간간이 이어지던 말소리도 잦아진다.
“와~. 도착했습니다.” 법인기도봉을 알리는 것은 작은 표지석 하나지만, 교도들은 좁은 자리에 익숙하게 자리를 잡는다. 별이 촘촘하게 떠 있는 하늘 한 번, 기도터 한 번 둘러보며 숨을 고른 후 좌정하고 입정에 드니, 어느 소리하나 들리지 않는다. “한 손엔 대종사님 손을 잡고, 한 손엔 봉우리에서 기도했던 선진님 손을 잡고 이 길을 걸었으면 좋겠다.”는 서문성 교무의 말처럼, 걷는 내내 소태산 대종사는 물론 9인선진과도 함께 한 교도들. 이곳에서 각자의 마음에는 어떤 기도가 자리할까? 9개의 봉우리에서 동시에 ‘영주(靈呪)’가 울려 퍼진다.

“이곳에서 ‘나는 9인선진님의 정신을 얼마나 체받아 간절히 실행하고 있는가?’를 생각했어요.” “저는 ‘어떻게 소중한 목숨을 걸고 기도를 올릴 수 있었을까? 또 그 마음이 얼마나 간절했으면 백인을 찍은 자리가 혈인으로 변했을까?’를 생각했습니다.” 그들이 한 목소리로 말하는 건 법인성사의 정신을 체받고자 한다는 것. 법인기도를 마치고 맑아진 얼굴로 교도들이 대답한다.
“이곳에서 기도를 하고나면 제가 9인선진님이 되는 것 같아요. 일심이 절로 되었습니다.” 가파른 오르막길에, “내년에 이곳에 다시 올 수 있을까?”라며 걱정하던 80세 한 원로교도는 기도를 마치고 내려오며 “내년은 100주년인데 꼭 와야지~. 와서 정성을 모아야지.”라고 각오를 다지기도.

올라갈 때보다는 쉬이 내려온 이들은 다시 한번 구간도실 법인광장에 모여 정성스런 기도를 올린다. 108배 기도 속, 99년 전 9개 봉우리에서 기도를 올리던 9인선진의 정신이 고스란히 담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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