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불교혁신론>에서 다시 읽는 개벽종교 원불교의 ‘혁신성’

글. 박윤철

 필자는 지난 2013년부터 2016년까지 3년간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한국 신종교 지형의 변화에 관한 연구’라는 연구 프로젝트의 책임자로 활동한 바 있다. 해당 프로젝트의 연구결과는 올해 초에 출판된 <한국 신종교의 사회운동사적 조명> 속에 ‘한국 신종교 신자들의 신앙적 특징과 종교적 지향성 비교분석’이라는 이름으로 실려 있다. 
 
 이 연구 결과의 핵심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한국의 신종교를 대표하는 천도교, 증산교(대순진리회), 대종교, 원불교, 성덕도 다섯 개의 신종교 신자들의 신앙 실태를 조사 분석한 결과 원불교가 가장 급격하게 혁신성(革新性)이 약화되고 있다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증산교 계열인 대순진리회의 혁신성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원불교 신자들의 혁신성 약화라는 충격적 사실은 어디서 기인하는 것일까? 동 조사 결과에서는 원불교 신자들이 다른 신종교들에 비해 고학력, 고령화, 오랜 신앙 경력 등을 지닌 것을 원인으로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필자의 생각으로는 고학력, 고령화, 오랜 신앙 경력만이 혁신성 약화의 원인은 아니라고 본다. 가장 핵심적 요인은 ‘한국의 루터’로서 조선불교 혁신을 통해 구태(舊態)의 선천종교를 개벽하고자 했던 소태산 대종사의 본의를 제대로 계승해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내친 김에 현재 우리 교단의 실태에 다가가 보기로 하자. 2016년 12월 19일에 통계청은 ‘2015년 인구주택 총조사’에서 확인한 종교인구 통계를 공표하였다. 이 내용 역시 개벽종교 원불교 교단에게는 대단히 충격적인 결과였다. 원불교 신자 수가 2005년의 통계에 비해 무려 3분의 1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만일 이 통계 결과에 대해 ‘기독교만 제외하고 불교도, 천주교도 모두 감소했으니 문제될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면 그야말로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왜냐하면, 이번 종교인구 통계는 종교인 수의 감소만 문제가 아니라 2005년에 비해 무종교인 수가 50%를 넘어서고, 특히 젊은층의 종교 이탈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결과에 충격을 받은 기독교, 불교, 천주교 측에서는 앞을 다투어 연구 모임 등을 개최하여 대책을 논의하고 있지만 유독 원불교만은 조용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종교인구 통계 조사 방법에 문제점이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지만, 학계와 종교계 전반에서는 무종교인의 증가 및 젊은 층의 종교이탈 현상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대세라고 인정하는 추세다. 특히 ‘종교가 세상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이 종교를 걱정할만큼’ 시민사회로부터 신뢰를 상실해 가고 있는 한국종교의 현실이 개선되지 않는 한 종교인구 감소는 필연적 흐름이 될 것이다. 왜 원불교 신자 수는 10년 전에 비해 3분의 1이나 급감했을까? 지난 10년간 우리 교단은 ‘교화 대불공’이라는 목표를 내걸고 전 교단적인 역량을 투입했음에도 어떻게 3분의 1이나 급감할 수 있다는 말인가? 감소 원인에 대한 심층적이면서도 다각적인 분석이 있어야만 2세기 원불교의 미래를 담보할 수 있을 것이다. 
 
 한 걸음 더 들어가 이웃나라 일본의 사례를 소개한다. 일본에는 2014년과 2015년에 잇따라 <지방소멸>과 <사원소멸(寺院消滅)>이라는 책이 출간되어 일본사회 및 일본종교계에 일대 충격을 가했다. 두 책의 핵심은 향후 30년 이내에 일본 지방자치단체의 3분의 1과 일본의 사찰 절반 정도가 소멸될 것이라는 전대미문(前代未聞)의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에서도 사찰 소멸은 이미 현재진행형으로 7만 7천에 달하는 일본 사찰 가운데 2만 개 정도에는 상주하는 주지(住持) 스님이 없으며, 그 중에서도 다시 2천 개 정도는 사찰로서의 활동이 완전 정지한 상태에 있다는 것이다. 이런 현실이 초래된 원인에 대해 <사원소멸>의 저자 우카이 히데노리 씨는 일본 불교계가 일본 사회의 구조적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요인이었다고 진단하고 있다. (원불교 2세기를 여는 정책연구소 혁신세미나 자료집, <원불교 2세기와 인재양성>, 2017년 5월 19일, 23~30쪽 참조) 
 
 이상에서 살펴본 바처럼 우리는 급격하게 약화되고 있는 혁신성 문제, 최근 10년간 원불교 신자 수가 급격하게 감소한 결과, 그리고 이웃 일본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원소멸’ 이라는 현상 등을 통해서 무엇을 읽어 내야 할까? 그것은 바로 모든 재가·출가 교도들이 변산 제법성지에서 불교혁신을 통해 새 시대 개벽종교를 여시고자 했던, 바로 그 혁신성의 회복에 동참할 것을 요구한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조선불교 혁신을 통해 한국종교의 혁신은 말할 것도 없고, 궁극적으로는 선천 5만년 동안 묶어온 선천종교 혁신을 꿈꿨던 소태산 대종사! 소태산 대종사는 머지않아 ‘한국의 루터’에서 ‘세계의 루터’로 존경받는 날이 반드시 도래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소태산 대종사의 종교혁신의 의지가 개벽종교 원불교를 통해 역동적으로 실현되게 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바로 이것이 2세기 원불교의 새벽을 열고자 하는 우리 모두의 숙제이다. 이하에서는 지난 2015년 8월 17일에 융산 송천은 종사(전 원광대 총장)와의 인터뷰 내용을 통해 ‘혁신성’ 회복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송천은: 초기에 불교를 핵심적인 사상으로 종교를 이해하면서 그 때 시대화, 생활화, 대중화에 대해 이야기를 하셨잖아요. 그것을 깊이 파고 들어가면 할 일이 많이 보인다고 생각해요.
   박맹수: 시대화, 대중화, 생활화를요?
   송천은: 그것은 지나간 것이 아니여. 그때만 필요해서 그 양반 계실 적에 시대화. 대중화, 생활화를 했다 그렇게 하면 지금 무슨 의미가 있어? 이제 점점 의미는 퇴색되는 것이다, 그렇게 보면 안 되는 것이지.
   박맹수: (대종사께서 <조선불교혁신론>에서 강조하신 시대화, 대중화, 생활화를) 과거 얘기로만 보지 말라 그런 말씀이시지요?
   송천은: 그렇지. 그건 현재와 미래에도 지속적으로 나타나야 될 창조력이라고 그럴까? 서로 모방하고 협력한다고 할까? 이런 모든 걸 가지고 종교가 이루어져야 되기 때문에 남의 어떤 점이 잘못됐다고 해서 그것만 가지고 따져서는 안 된다 말이여. (중략)
   박맹수: 시대화, 대중화, 생활화를 끊임없이 재해석해라 그런 말씀이시지요?
   송천은: 예! 재해석해라 그것이지. 미래형으로도 그렇고 우리 원불교에서도 끝난 것이 아니여. 시대화, 대중화 다했다 이렇게 생각하면 잘못이여. 그 봉화를 들은 것이지. 그러니까 지금 일자일구도 고쳐선 안 된다, 대종사님이 한 것을 어떻게 손을 대냐 그런 게 많이 있어. 꽉 묶어 놓고. 그런데 난 안 된다 그것이여.
(<백년의 유산, 소태산 11제자의 증언>, 모시는 사람들, 2017, 66~67쪽)

저작권자 © 월간원광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