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달라졌어요

글. 이홍원

매년 3월 초가 되면, ‘새로 담임을 맡게 될 아이들과 어떻게 하면 학년 말까지 좋은 관계를 잘 유지하며 지낼 수 있을까?’를 연마하며 여러 가지를 준비한다. 하지만 학년 초에 마음먹은 대로 모든 아이들과 친밀감을 유지하며 잘 지낸 경우는 그리 많지 않았다. 나는 그 원인이 어디에 있을까를 종종 생각하곤 했다.
우리 문화교당 수요마음공부대학에서는 지난 1학기에 마음공부캠프를 운영하였다. 최경도 교무님은 ‘주도적으로 나를 변화시키기’라는 제목의 12주 프로그램을 통해, 상시일기를 기재한 후 교당에 모여 일주일 동안의 일기를 발표하게 하셨다. 유무념 공부 조목으로 ‘절대 칭찬하기’를 정하였던 나는, 교사로서의 핵심 습관인 ‘학생들에게 칭찬하기’에 인색했음을 깨닫게 되었다.
나는 상시일기를 오전 1교시~4교시, 점심시간 그리고 오후 5교시~7교시로 세분화하였다. 그리고 일기장을 수업시간에 항상 가지고 다니며 기재하기 시작했다.
서현이는 수업시간에 집중하지 못하고 교실 맨 뒤에 앉아 옆 좌석 친구와 잡담을 많이 하는 아이였다. 하지만 지난 1학기말 수행평가를 위해서 공책검사를 했을 때, 감탄사가 나올 정도로 구조적이고 체계적으로 공책정리를 잘해 놓은 것을 봤다. 나는 우리 반 뿐만 아니라 다른 학급에도 서현이의 공책을 보여주며 칭찬하고, 상품으로 영어참고서 한 권을 건네주며 격려하였다.
그 뒤, 서현이의 태도는 놀라울 정도로 변화했다. 멀리서도 달려와 나에게 인사를 하였고, 여름방학 동안 내가 준 참고서로 영어학습을 열심히 한 덕분에 2학기 1차고사 성적을 꽤 올렸다고 자랑하였다. 요즘은 수업시간에 집중도 잘 하고, 가끔 질문도 한다.
수요마음공부대학에서 배운 마음의 원리(성질)에 의해, ‘마음이 모든 것을 이끈다.(일체유심조)’는 사실과, ‘마음은 대상이 없으면 일어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나는 이렇듯 실감하였다. 
마음챙김과 (경계) 알아차림을 지속적으로 하면서 “나는 교사다.”라는 상을 내려놓으니, ‘서현이의 성품과 나의 성품은 똑같다.’는 말씀이 마음에 와 닿았다. 그리고 ‘원래 정(定)해진 것이 없으니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있는 그대로의 서현이를 이해하게 된 것이다.
우리교당 수요마음공부대학 2학기는 ‘행복한 선(禪)명상’ 12주 프로그램이 사마타와 위빠사나 명상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나는 와선법, 입선법, 행선법, 좌선법 수련을 하는 과정에서 호흡(들숨과 날숨)을 통해 내 마음이 들어가고 나가는 것을 바라보는 재미에 푹 빠져있다.

스승과 기회

글. 박경전

나는 구정선사 이야기를 참 좋아한다.
다들 알고 있는 이야기이겠지만 구정선사는 아주 추운 겨울 날 한밤중에 스승의 명령으로 솥을 아홉 번 고쳐서 걸었고 그 마음에 조금도 사(私)가 없었다고 한다. 솥을 건다는 건 진흙을 이겨서 임시용 아궁이를 만든다는 말이다. 추운 겨울 한밤중에 아홉 번을 솥을 고쳐 건다는 것은 밤새도록 솥과 씨름을 했다는 것이다. 구정선사에게는 스승의 말씀만이 마음에 있을 뿐 나(我)가 없었던 것이다. 우리는 수행에 있어 아상(我相)을 없애야 한다고 한다. 아상(我相)을 없애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진정으로 모시고 있는 스승이 있을 때 기회가 생긴다.
나는 간사 시절에 대산 종사님을 모셨다. 새벽녘에 나를 깨워 불을 더 때라는 말씀에 아무런 마음도 없이 나가서 불을 때고 들어왔다. 대산 종사님은 환한 천진불의 웃음을 보여주신 후 연신 “잘했다.”’며 방이 따듯해져서 참 좋다고 하셨다.
지금 생각해보니 ‘네가 아무런 투정 없이 아상을 떼는 경험을 해보았으니 참 좋다.’라고 하신 건 아닐까 생각이 든다. 전에 불을 더 때지 않고도 땠다고 말씀드렸을 땐 그저 “그러냐.” 소리만 하셨기 때문이다. 그 환한 웃음은 지금도 자주 문득 선명하게 기억이 난다. 눈물이 날 정도로 그립다.

꽃이 지천이어도
함부로 핀 꽃 찾아 볼 수 없네
꽃 지는 것 걱정마라던 스승님
환한 웃음으로 초록을 보여주신다

누구에게나 특별했던 대산 종사
누구에게도 특별하지 않으셨다

풍문으로 듣던 신비한 법력
의심하던 어린 제자에게
편수하지 말라며
생활 속에 진리가 있다며
평범함이 범상치 않으셨지
니가 효자다, 대종사님 정산 종사님께
효도해야 한다
어린 제자 맘 속에 특별히 새기지만
오는 제자 모두에게 말씀하셨지

부드럽고 따듯했던
그 손 다시 한 번 잡을 수 있다면
환한 웃음 한 번만 더 볼 수 있다면
‘똥 같은 놈’이라며 나무라셔도
나는 좋겠네. 

호주 워킹 홀리데이

글. 진귀호

호주 워킹 홀리데이를 떠났다.
내가 호주 학원에서 만났던 사람들은 80% 이상이 외국인이었다. 일본, 대만, 독일, 오스트리아,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등 각 나라의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그곳에서 내 영어 실력이 빠르게 늘어가는 걸 느끼면서, 공부를 정말 열심히 했었다. 근데 여기서 문제가 생겼다. 학원에 있는 기간을 더 연장하고 싶었지만 금전적인 문제가 있고, 부모님께 말씀 드리기도 너무 죄송스러웠기 때문이다.
그때, 34살의 적지 않은 나이로 모든 걸 내려놓고 1년간 공부를 하러 온 한국인인 테리(Terry) 형이 나에게 조언을 해주었다. “공부는 때를 놓치면 하기 힘들다. 지금 당장은 부모님께 죄송스러워도 네가 그만큼 열심히 하고 나가서 일을 해서 갚아 나가면 될 일이니, 정말 하고 싶은 공부라면 지금 해라.” 그 말에 용기를 얻어 부모님께 양해를 구하고 나는 학원에서 한 달을 더 공부할 수 있었다.
호주에 머물면서 깊이 감사해야 할 사람이 하나 더 있다. 그는 나를 가르친 Jason이라는 호주 선생님이다. 다른 나라의 언어공부란 것은 쉽게 지치고, 열심히 한다고 해서 빠르게 느는 것이 아닌지라 처음 2주간은 수업시간에 나도 모르게 졸고 있었다. 하지만 Jason을 만나고 수업을 듣던 중 나도 모르게 회화에 자신감이 생기면서 점점 영어실력이 늘게 되었다.
Jason은 언제나 학생들에게 자신감을 주었고, 정말 열정적으로 학생들을 가르쳤고, 수업을 지루하게 하는 법이 없었다. 그래서 언제나 학생들에게 인기스타였다. 그런 Jason이 나를 인정해주며 매일 칭찬을 해주었고, 우린 선생과 제자 사이를 넘어 굉장히 친한 친구가 되었다.
그 후 학원을 졸업하고 호주 생활을 하던 나는 Jason의 집에 들어가 그 친구의 가족들과 살게 되었다. 또 근교의 농장에서 일을 하며 돈을 꽤 벌었을 뿐더러, 영어 실력도 굉장히 많이 향상 되었다. 내가 Jason의 집을 떠날 때, Jason과 그의 부모님들이 나에게 했던 말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J, we always have a place for you, you’re always welcome. If you get a stress in Korea, you can come here whenever you want. (항상 널 위한 자리는 있고, 언제든 환영한다. 네가 한국에서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언제든 네가 원할 때에 와도 좋다.)’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 너무나 고마웠고, 이 글을 쓰는 와중에도 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다시 돌아가고 싶은 곳이다. 우린 서로 인종도 다르고 문화도 다르고 살아온 환경도 다르지만 정말 가족같이 지냈기 때문이다. 호주 워킹 홀리데이는 내 인생에서 다시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단 한 번의 기회였다.

택시 25시

글. 김명환

원불교인으로서 몸과 마음이 하나 되고, 제대로 된 가치 를 갖고 안락한 삶을 위해 어떻게 노력할 것인가를 늘 고민하면서, 나는 매일 아침 일상수행의 요법을 외운다. 일상수행의 요법을 외우며 하루의 정·혜·계를 세우는 것이다. 택시운전이 하루 일과인 나로서는 시시각각 변화하는 모든 상황을 신속하고 정확한 판단으로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삼학공부로 택시운전을 해야 함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정(定)은 정신수양이다. 우주만유 대자연의 진리 속에서 흐르고 돌고 도는 섭리에 맞추어 나의 차량도 운행이 된다. 도로 위에 수많은 차량들이 질서 정연하게 주행할 수 있는 것은 모두 이 이치에 의한 것이다. 이 질서를 어기거나 남을 배려하지 않고 자신만의 이득을 위한 주행은 반드시 사고를 유발한다. 우주만유의 진리 속에서 차량을 운행하게 된다는 진리를 알고 남을 배려하는 운전이 되어야 사고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혜(慧)는 사리연구다. 내가 하는 운전은 여객운수사업으로서 여객을 안전하고 편안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목적지까지 갈 수 있도록 모시는 서비스가 업무이다. 그러기에 출발에서 도착까지 승차거부, 도중하차, 부당요금 등 기타의 상황으로 시비가 발생하지 않게 항상 긴장한 채 운전한다. 승객과 위 사항들로 인한 마찰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밝은 미소와 맑은 표정과 훈훈한 재담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법이 최상임을 알게 되었다.
계(戒)는 작업취사로, 나에게는 경계가 가장 많이 요동치고 복작거리며 발생하는 항목이다. 널찍하고 여유롭게 운행을 하고 있는데 옆 차선의 차가 갑자기 끼어들기를 한다. ‘그냥 받아버릴까?’ 하는 생각을 하다가 그럴 순 없어 제동을 걸지만, 순간 속에서 부글부글 화가 나며 열이 하늘 높이 치솟는다. 그리곤 운전대를 확 잡아 돌려 중앙선 혹은 갓길로 상대 차량 밀어붙이기를 하고 온갖 욕설을 퍼붓는다. 요즘말로 보복운전이다. 보복운전의 처벌 규정이 엄격한데도, 그 순간 나는 그걸 망각해버리는 야생의 재규어가 되어버린다. 마음 속 깊이 다짐하고 또 다짐해도 순간순간 발생하는 경계에는 아무 소용이 없곤 했다. 그런데 이제는 꾸준한 유무념 대조로 신호위반, 과속, 끼어들기, 교통법규 지키기 등 기타 제반의 사항에 많은 공력을 들인 덕분에, 열에 한 개 정도로 양호하고 착한 안전운행을 하고 있다.
마음을 편안하게 다스려 승객을 모시고 기도한다. “법신불 사은이시여! 저와 동행하는 이 승객분께 크신 은혜와 지혜와 광명을 내리시어, 광대 무량한 낙원세상에서 소원성취하시도록 기원 드리며, 저는 편안하고 안전하게 손님을 목적지까지 모셔드리겠습니다.”
나는 그렇게 1분 기도하는 마음의 여유를 갖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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