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정오인 영광국제마음훈련원  

 

영산회상 봄소식! 영산의 봄이 참 기다려지는 시즌이에요. 이제 곧 봄소식이 찾아오겠지만, 영산은 아직 겨울의 한 가운데에 있답니다.

영산에서 한 해 두 해 지내다 보니 계절의 변화는 참 좋은 공부거리가 되는 것 같아요. 봄엔 온갖 꽃이 지천으로 피어나고, 연두빛 잎사귀가 어느덧 신록으로 변하면 연못엔 연꽃이 피어나 관광객들의 발걸음을 붙잡거든요. ‘아 덥다….’ 몇 번 되뇌다 보면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고, 어느덧 영산은 하얀 눈에 덮여 겨울 왕국이 되어버리죠. 

올해 영산엔 정말 눈이 많이 내렸어요. 눈이 오면 훈련원 교무들은 말없이 하나 둘 너까래를 들고 밖으로 나갑니다. 이 추운 겨울에도 영산성지를 찾아올 손님들을 위해서죠. 이번엔 영산선학대학교와 원광대학교 원불교학과 예비 교무들이 2주 동안 동선(冬禪)을 나러 영광국제마음훈련원에 찾았어요. 그 나이 또래의 밝은 모습도 있지만, ‘어떻게 부처를 이룰 것인가!’ 간절한 서원을 챙기는 비장한 얼굴을 보니 절로 마음이 챙겨지네요. 

아침 묵언 시간. 고요하고 편안한 기운이 훈련원에 가득합니다.  훈련인지라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부리는 시간은 별로 없답니다. 그야말로 끊임없이 나를 관조하고 이 육신을 고되게 하는 수행과정이지요. 선정진과 선진님들의 특강으로 오후 시간이 채워지고 저녁에는 일기와 회화로 하루를 마무리합니다. 그저 그 시간을 충실히 보냈을 뿐인데 모두가 한 뼘씩은 자라 있는 것 같아요.  

영산은 그런 곳이에요. 성인이 나시고 구도하시고 깨달으신 근원 성지. 누가 오더라도 추운 날 아랫목을 내어주며 잘 쉬었다 가라고, 충분히 기다려주고, 채워주는 따뜻한 품. 보이지 않는 에너지를 끊임없이 채워주는 그런 곳이요. 영산은 천방지축 우당탕탕인 ‘나’라는 사람도 따스하게 품어서 이만큼 키워주셨답니다.

밤은 새까맣게 내려와 있지만 별들은 초롱초롱 떠 있고, 해가 뜨기 시작하면 찬란한 붉은 빛으로 만물을 깨워줍니다.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는 그 자리에서 자연의 기운과 하나가 되어 내 안의 영성도 충만해짐을 느낍니다.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남음 없이 후~하고 내뱉는 이 순간 나도 자라납니다.

겨울의 눈바람 속에서도 정원에 있는 수국, 벚나무도 이제는 붉은 새순이 돋으려 자리를 잡네요. 저마다 영산의 봄소식을 위해 그 때에 할 일을 부지런히 하고 있습니다. 우리도 어느 날 만날 인연을 위해 조금씩 영성의 주머니를 채워나가 봅시다. 영산에서 함께 채워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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