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하이라이트

글. 이도연 뉴저지교당  

 

나는 작은 노트를 가지고 있다. 그 노트에 자기 전 매일 딱 세 줄을 쓴다. 오늘 가장 좋았던 일, 가장 안 좋았던 일, 그리고 ‘아이들과 레스토랑 창가 테이블에 앉아 저녁먹기’같은 소소한 계획 한줄. 

한 해가 끝나고 아이들한테 “이런 일이 있었네” 하고 들려주니 반응이 꽤 괜찮아서 아들 명도에게 “너도 시작해 보자! 이 세줄”이라고 했는데, 14살 쿨한 나이 아들의 귀에 들어갈 리 만무하다. 

“Mom, sounding so corny!” (닭살 돋는 일)이라며 기겁한다. 그럼 오늘의 하이라이트 한 가지만 엄마한테 말해 주는 건 어떠냐고 했다. 그 정도는 할 수 있다며 만족스러운 의견 합의를 보았다. 

덤덤하기만 하던 학교 생활이었는데, 매일 하이라이트가 있다는 게 저도 신기한 듯 방과 후 한 가지씩 챙겨 와 자연스럽게 엄마와 대화의 물꼬가 터졌다. 나도 무미건조한 하루가 기쁘고 감사한 일로, 또 의기소침하고 부정적인 일이 있었구나 하고 공감해 주게 되었다. 

‘행복과 감사함은 멀리 있지 않고 늘 내 곁에서 내가 알아주기를 기다리고 있었구나! 명도의 하루, 하이라이트는 무엇일까?’ 궁금해하며 등교하는 아들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이렇게 알아차림과 의식함이 결국은 사은의 은혜를 발견하는 밑거름이 된다는 걸 알게 되었다.   

 


 

있는 모습 그대로 바라보기 

글. 조미성 안산국제교당  

 

나랑 스무 살 가까이 차이가 나는 직원이 새로 들어왔다. 사회초년생이 열심히 하는 것 같아 퇴근 후 밥도 사고 적응될 때까지 천천히 하라며 내 나름의 배려를 해주었다. 

그런데 어느 날 부터인가 나를 대하는 태도와 다른 직원을 대하는 태도가 다르다는 게 느껴졌다. ‘이건 뭐지? 왜 이렇게 버릇이 없지? 내가 만만한가?’ 이런 생각이 들면서 평소에 사담 나누던 것도 하지 않고 존댓말을 꼬박꼬박 쓰며 거리를 두었다. 

그러다 어느 날 문득 ‘나 지금 뭐 하는 거지? 그 직원에게 내가 먼저 편하게 하라고 하고선 나에게 편하게 대했다고 지금 버릇없다고 생각하며 거리를 뒀구나. 아무도 모르게 내가 정해놓은 선을 넘었다고 거리 두고…’란 생각에 갑자기 부끄러움이 몰려왔다. 

내가 혼자 생각한 배려를 행하고 그 직원이 그 배려를 알아주지 않은 것 같은 서운함과 나를 만만하게 본다는 생각에 마음이 요란했던 거다. 이렇게 마음을 알아차리고 나니 그 직원을 바라보는 내 시선이 달라졌다. 좋고 싫음이 아닌 있는 그대로 바라보게 되었다.   

 


 

은혜로운 청소시간

글. 김인정 교무·정화단사무처  

 

올해는 매일 성탑 참배로 세분 스승님 만나는 시간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했다. 청소시간 전에 조금 일찍 나가서 뵙고 청소구역으로 가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그런데 다음 날 청소구역이 변경되었다는 공지를 보고 깜짝 놀랐다. 청소구역이 성탑으로 정해져 있었다. 이렇게까지 도와주시는 법신불 사은님께 신(信)을 아니 댈 수 없다. 묘하게 통하는 이치를 본다.

내가 마음의 길을 어떻게 내느냐에 따라 내가 가는 길이 달라짐을 확인한다. 경계를 대했을 때 어떻게 풀어 가느냐에 따라 내 마음의 길도 달라진다. 대종사님께 여쭙고 동지에게 문답하고 법문에 의지하다 보면 나에게도 상대에게도 도움이 되는 길이 보인다. 그리고 쉽게 빨리 해결하려는 마음보다 연구하고 연마하는 마음으로 그 문제를 궁글리다 보면 도움되는 인연을 만나기도 한다. 그 안에는 욕심이 없어야 한다.

나에게 이익되는 결과가 아닌 일이 잘되는 방향으로 연마해야 한다. 내 생각을 놓고, 잘 될 수 있도록 묻고 또 묻고 연마하고 또 연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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