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대 36년의 의미 ②  

글. 임병학 교수·원광대학교 동양대학원  

 

36과 문왕팔괘도(文王八卦圖)·구궁도(九宮圖)

지난 호에서 36(三十六)은 하늘의 작용인 용구(用九)에 기본 작용인 사상(四象)을 곱한 수임을 알 수 있었다. 용구(用九)는 낙서(洛書)의 체십용구(體十用九)에 근거를 둔 것으로, 『주역』의 문왕팔괘도(文王八卦圖)와 구궁도(九宮圖)의 이치와 만나게 된다. 

낙서
낙서
                         문왕팔괘도
                         문왕팔괘도

낙서(洛書)와 문왕팔괘도는 1에서 9까지의 수로 구성되어 있으며, 왼쪽에서부터 보면, 2-9-4, 7-5-3, 6-1-8이다. 가로와 세로, 그리고 대각선으로 합하면, 모두 15가 되는 ‘3×3 마방진’의 그림이다.  

특히 문왕팔괘도는 『주역』 「설괘」 제5장에서 밝힌 것이며, 한대(漢代)에 그려진 구궁도와 같은 맥락으로, 9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한대에 그려진 아래의 ‘태일하행구궁도(太一下行九宮圖)’는 아홉 칸으로 만들어지는 명당(明堂)의 위치를 담고 있다.

                       태일하행구궁도
                       태일하행구궁도

 

36과 대원도(大圓圖, 一圓八卦圖)

위의 태일하행구궁도를 자세히 보면, 괘 그림의 위치가 대종사께서 그리신 대원도(大圓圖, 一圓八卦圖)와 일치하고 있다. 일원상(一圓相)의 진리를 대각한 대종사께서는 『주역』의 팔괘도(八卦圖)를 차용하여 대원도(大圓圖)를 그렸지만, 둥근 일원상(一圓相)으로 표상하였다. 대원도는 진리를 표상하는 팔괘도의 보편성을 수용하면서 동시에 대각(大覺)의 내용인 일원상 진리를 함축하고 있는 것이다. 즉, 하늘의 작용을 담고 있는 대원도를 통해 36년의 형이상학적 근거를 찾을 수 있다.

역학(易學)의 입장에서 보면, 대원도는 『주역』의 문왕팔괘도(文王

八卦圖)를 기본으로 하지만, 팔괘의 방향과 수(數)의 의미에 있어서는 정역팔괘도(正易八卦圖)의 뜻을 담고 있다. 1942년까지 사용된 불법연구회의 교리도에 그려진 대원도(大圓圖)는 아래와 같다. 

대원도(일원팔괘도)

 

 36과 구간도실

한편 『원불교교사』 제1편 ‘3. 첫 교당 건축과 공부사업 병행’에서는 “원기 3년(1918·戊午) 10월, 옥녀봉(玉女峰) 아래 도실(道室) 건축을 착수하여, 12월에 준공하니, 이것이 곧 새 회상의 첫 교당인 옥녀봉 구간도실이다”라고 하여, 아홉 칸의 도실을 지었음을 밝히고 있다. 

이 구간도실에 대해 『원불교사전』에서는 “그해 10월 소태산 탄생가 옆에 교당 건설에 착수하여 12월에 준공, 구간도실이라 이름했다. 구조는 전면 3칸 측면 3칸으로 총 9칸의 초가집이며, 구인제자들의 모임 장소와 방언공사 현장사무소, 그리고 기도장소로 사용했다. 이런 용도에 따라 제자들은 흔히 ‘회실(會室)’이라 불렀다”라고 하여, 위에 구궁도에 등장하는 그림과 일치하고 있다. 즉, 구간도실의 아홉 칸은 현상세계에서 전개되는 36의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다. 

 

36과 사은(四恩)

교리적 입장에서 보면, 36은 사은(四恩)의 진리에 하늘의 작용인 9를 승한 것이 된다. 또 36년이 4대(代)가 되면 144년이 되는데, 이는 『주역』의 곤책수(坤策數)와 일치하게 된다. 하늘의 운행이 네 번 진행됨으로써 땅에서 전개되는 하늘의 작용이 일단락되는 의미를 담고 있다. 

 

36궁이 모두 봄이구나!

한편 대산 종사는 법문 제5집 궁을가(弓乙歌)에서 “궁궁을을이 성인의 진리로다. 봄이로구나 봄이로구나 태평한 봄이로구나! 사시(四時)가 안정(安定)하니 태평한 봄이구나! 36궁이 모두 봄이로구나!(弓弓乙乙 聖道로다 春아春아 太平春아 四時安定 太平春아 三十六宮 都是春아)”라고 하여, 대종사님의 36년을 36궁(宮)으로 노래하고 있다.

대산 종사 말씀하신 ‘36궁이 모두 봄이로구나!’는 『주역』의 이치를 말한 것이다. 『주역』의 64괘는 상경(上經) 30괘와 하경(下經) 34괘로 나누어지는데, 상경이 18궁(宮)이고 하경(下經)이 18궁(宮)으로, 합하면 36궁이 된다. 『주역』 64괘는 모두 아름다운 봄의 향연을 노래한 것으로, 길흉(吉凶)도 없고, 회린(悔吝)도 없고, 화복(禍福)도 없는 진리 자리라는 것이다.    

 


 

임병학(법명 도학) 님이 연재하는 ‘소태산철학’은 <정전> <대종경>과 <대종경 선외록>을 토대로 철학적인 주제와 일상의 시사 개념 등을 풀어봅니다. 지금도 월 1회 교당에서 ‘일원팔괘도와 원불교’에 대한 강연을 하고 있습니다. 도안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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