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시 응용 주의 사항 5조  

글. 김일원  교무·원광대학교 마음인문학연구소  

 

소태산 대종사 말씀하시었다. “유정물은 배우지 아니하되 근본적으로 알아지는 것과 하고자 하는 욕심이 있는데, 최령한 사람은 보고 듣고 배우고 하여 아는 것과 하고자 하는 것이 다른 동물의 몇 배 이상이 되므로 그 아는 것과 하고자 하는 것을 취하자면 예의염치와 공정한 법칙은 생각할 여유도 없이 자기에게 있는 권리와 기능과 무력을 다하여 욕심만 채우려 하다가 결국은 가패 신망도 하며, 번민 망상과 분심 초려로 자포자기의 염세증도 나며, 혹은 신경 쇠약자도 되며, 혹은 실진자도 되며, 혹은 극도에 들어가 자살하는 사람까지도 있게 되나니, 그런고로 천지만엽으로 벌여가는 이 욕심을 제거하고 온전한 정신을 얻어 자주력을 양성하기 위하여 수양을 하자는 것이니라.”  

상시 응용 주의 사항

5. 석반 후 살림에 대한 일이 있으면 다 마치고 잠자기 전 남은 시간이나 또는 새벽에 정신을 수양하기 위하여 염불과 좌선하기를 주의할 것이요

위는 원불교 『정전』 정신수양의 목적 중 한 대목이다. 치열한 경쟁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더욱 다가오는 법문 중의 하나가 아닐까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소태산 대종사는 상시 응용 주의 사항 5조에서도 ‘염불과 좌선하기를 주의하라’ 말씀하고 계신다.

 

#1. 석반 후 살림에 대한 일이 있으면 다 마치고

그런데, 소태산 대종사는 바로 염불 좌선하기를 주의하라 하지 않으시고 ‘석반 후 살림에 대한 일이 있으면 다 마치고’라는 단서를 달아 놓으셨다. 불법의 시대화, 생활화, 대중화를 실천해 가고 있는 원불교의 특색이 잘 드러나는 지점이다. 원불교에서는 수도와 생활이 둘이 아닌 산 종교를 지향하기 때문이다.

집 안팎의 일들은 도외시하고 신앙생활에만 몰두한다면, 수행에만 전념한다면 그것은 원불교의 가르침이 아니다. 일상에서, 응용하는데 온전한 생각으로 취사하기를 주의하면서 가능한 한 그날에 마쳐야 할 업무를 그날 마무리하도록 하는 삶이 바로 일상의 마음공부요, 영육쌍전(靈肉雙全)의 삶이다.

뿐만 아니라 일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 일을 다 마치지 않은 경우, 계속 그것과 관련된 생각이 머리에 맴도는 경험을 누구나 해 보았을 것이다. 따라서 수양의 시간을 잘 갖고 싶다면, 잡념이 일어날 여건을 최대한 만들지 않는 준비 공부가 아울러야 한다. 소태산 대종사께서 상시 응용 주의 사항 5조에서 ‘석반 후 살림에 대한 일이 있으면 다 마치고’ 라는 언급을 하신 이유이다.

 

#2. 잠자기 전 남은 시간이나 또는 새벽에 정신을 수양하기 위하여 

보통 시간이 날 때, 처해진 곳에 털썩 주저앉아 단전에 기운을 주하고 편안히 호흡하면 그곳이 선방이다. 그런데 소태산 대종사께서는 왜, 정신을 수양하기 위한 시간으로 굳이 잠자기 전 남은 시간이나 새벽 시간을 이야기하셨을까?

이것도 우선 영육쌍전의 맥락에서 그 답을 가늠해 볼 수 있다. 즉 낮에는 육신의 의식주를 위한 생업 종사에 충실해야 한다는 의미가 행간에 담겨 있다. 그리고 하루를 마무리하는 저녁 시간과 하루를 시작하는 새벽 시간에는 두렷하고 고요한 정신을 양성하는, 수도와 생활이 둘이 아닌 영육쌍전의 삶을 강조하신 것이다.

특히 새벽과 밤 시간은 환경적으로 고요한 시간이기 때문에 일심을 만들기 쉽고 고요하고 온전한 본래면목이 드러나기 쉬운, 수양하기에 보다 최적화된 시간이다. 따라서 하루의 시작을 고요한 가운데 맑은 기운으로 시작할 수 있다면 그 여파는 하루 대부분의 시간에 미쳐갈 수 있게 된다. 물론 이것은 반복된 수행이 이루어졌을 때의 이야기로, 매일 새벽 시간의 적공으로 쌓인 정력은 일상에서 중심을 잘 잡고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또한 최후 일념이 최초 일념이 된다는 말이 있듯이, 잠자리에 들기 전 과식, 과음, 과로, 잡기 등이 아닌 존야기(存夜氣)의 시간을 확보하고 잠자리에 들 수 있을 때 다음날 새벽 그 기운 그대로 하루가 이어질 수 있음은 물론이다.  

 

#3. 염불과 좌선하기를 주의할 것이요

원불교에서 말하는 일상의 마음공부는 한 마디로, 지금 여기에서 행복하게 잘 살기 위함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온전한 정신을 양성하는 염불과 좌선 같은 수양공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우리는 때때로 ‘그때 내가 왜 그랬을까?’, ‘왜 그렇게 급하게 처리했지?’, ‘조금만 더 그 사람의 입장이 되어볼 것을…’ 등등 중심을 잘 잡지 못하고 취사한 어느 순간을 후회하곤 한다. 또한 하루 종일 생업에 종사하면서 사람들과 부대끼며 시비이해의 일들 속에 묻혀 있다 보면 마음에 여유를 잃곤 해 자신과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지 못하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는 본래부터 깨칠 수 있는 청정하고도 밝은 성품을 갖추고 있다. 문제는 온갖 분별, 망상이 지혜의 성품을 가리고 있어서 잘 드러나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염불이나 좌선을 통해 수양의 힘을 쌓아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 상시 응용 주의 사항 5조 공부 실천 점검하기

 

 

 

저작권자 © 월간원광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