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주리아  

 

어제 아침엔 앞마당을 돌아보다 깜짝 놀랐습니다. 갈색으로 바싹 마른 국화꽃 아래 벌써 초록색 새순이 올라와 있지 뭡니까? 그러고 보니 나무나 철쭉의 꽃눈도 제법 통통하게 살이 올라있네요. 동네를 산책하다 이웃집 마당에 초록색 새순이 무더기로 올라와 있는 것을 보고 뭔가 싶어서 뚫어지게 바라봤습니다. 

“세상에… 수선화다!” 저의 외침에 옆에 있던 남편과 딸이 투덜댑니다. 뭔 큰일이라도 난 것 마냥, 왜 사람을 놀라게 하느냐고 말이죠. 사실 제가 이렇게 호들갑을 떠는 것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답니다.

작년 이맘때쯤 준비 없이 여유롭게만 봄을 맞이하던 저는 톡톡한 대가를 치러야만 했습니다. 귀찮다는 생각에 켜켜이 쌓여있는 낙엽과 정리가 필요한 앞마당의 나무와 꽃을 그대로 둔 채 겨울을 났거든요. 날씨가 풀리는 봄이 되면 머리를 풀어헤치고 있는 맥문동도 예쁘게 잘라주고 볼품없게 잔가지만 남아있는 장미 좁쌀 나무도 다듬어주고 잎이 바싹 마른 국화며 다른 꽃들도 정리하리라 마음먹었건만….

참 당연하게도 봄은 언제 온다는 한마디 예고도 없이 은근슬쩍 집 앞마당을 넘어왔습니다. 쌓여있는 낙엽들 아래로 꽃과 잡초의 싹이 나오고 있었고 제법 자란 아이들은 어느새 말라버린 꽃이며 잡초와 뒤엉켜 있었습니다. 그제야 급하게 정리하기 시작했지만 사이사이 초록색 빛을 띤 싹들을 피하며 작업하기란 엉킨 실타래를 푸는 것만큼이나 신경 쓰이는 작업이었습니다. 시간을 들여 마당 정리를 끝냈을 땐 수선화며 튤립의 꽃 부분이 잘려나간 것이 보였습니다. 낙엽을 정리하던 갈퀴에는 마른 풀과 낙엽 그리고 잘린 싹들이 붙어 대롱거리고 있었지요.

돈 주고도 못 할 생고생을 한 후 다시는 정원 일을 미루지 않겠다고 다짐했었답니다. 그리고는 다시 1년이란 시간이 흘렀습니다. 시간은 어찌나 빠른지 벌써 봄이고, 신기하게도 봄은 우리 집 마당에만 오랫동안 머무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혹시 이번 봄은 깨끗하게 정리된 그런 마당을 볼 수 있는지 궁금하신가요?

아뇨~. 언제나 그렇듯이 우리 집 앞마당에는 낙엽이 쌓여있고 군데군데 마른 풀과 갓 올라오는 새싹이 뒤엉켜 있습니다. 그래도 아직은 2월 중순이고, 집 마당은 햇빛을 많이 받지 않아 새싹도 천천히 자랄거라고 혼자 생각해봅니다. 그리고 마당에서 놀고 있는 봄이 지쳐갈 때쯤이면 새로운 손님이 벌과 나비를 데리고 찾아오겠지요.   

 


 

이주리아 님은 미국에서 한국어 관련 일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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