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최주원

1월 치고는 비교적 따사로운 햇살이 내리쬐는 오후. 산뜻한 바람이 나를 반겨준다. 2박 3일간 진행하는 훈련은 처음이라 설렘과 걱정이 공존했다. 간단한 점심 식사를 하고 도착한 곳은 영광에 위치한 국제마음훈련원. 대충 둘러봐도 단번에 느낄 수 있는 구조물과 고즈넉한 명상 공간들. ‘나 최주원! 이곳에서 분명 느끼는 바가 있으리라’ 하는 강한 확신이 드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간단히 짐을 풀고 처음으로 향한 곳은 삼밭재였다. 가벼운 뒷산, 아니 동산 정도로 생각하고 발걸음을 뗐다. 그렇게 한 10여 분 정도를 쉬지 않고 올라갔을까. 가파른 경사와 생각보다 길었던 코스에 이마에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히고 등에는 땀이 흥건하다. ‘분명 교무님이 갈만한 코스라고 하셨는데…’ 순간 심지가 요란해지고 마음이 일어난다. 

그러던 중 교무님은 원불교 창시자인 소태산 대종사님은 11세라는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5년간 매일 이곳 삼밭재를 오르셨다고 한다. ‘대종사님은 어떤 심정으로 이 길을 오르셨을까’ 하며 생각에 잠겼다. 문득 마음이 일어난 나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며 발걸음을 이어나갔다.

그렇게 거의 다 왔다는 일념 하나로 묵묵히 발을 뻗었고 금세 정상에 도착하여 경치를 즐겼다. 탁 트인 풍경과 훤히 내려다보이는 성지의 고요함. 물 좋고 공기 맑은 이곳을 오롯이 눈에 최대한 담고 싶었다. 

원불교의 깊은 매력에 

빠져드는 것만 같았다.

약간의 숨을 고르고 삼밭재 기도실 안에 들어가 소태산 대종사님이 남기신 발자취와 흔적을 피부로 생생히 느끼며 명상을 하고 기도를 올렸다. 적당히 차가운 바닥의 온기, 고요한 방 안에서 울려 퍼지는 일원상 서원문, 서서히 돌아오는 호흡, 모든 것이 좋았다. 그렇게 기도를 마무리하고 하산을 하는데 발걸음이 어찌나 가볍던지 날아갈 것만 같았다. 

그 후에 진행됐던 일정들 역시 모두 보람찼다. 좌선을 통한 심신수련, 영산 성지순례, 서원의 밤 등 하면 할수록 원불교의 깊은 매력에 빠져드는 것만 같았다. 

이런 다양한 훈련 중 내 마음 깊은 곳에 큰 울림을 준 깨달음이 하나 있다. 바로 ‘마음이 일어났을 때 이 마음이 왜 일어났는지 생각해 보는 것’. 누구나 일상생활을 하다 보면 마음이 일어나고 심지가 요란해지는 상황을 마주할 수 있다. 마치 내가 삼밭재에 오를 때 그랬던 것처럼. 하지만 마음이 일어남은 우리가 느끼는 자연스러운 감정이며, 이러한 마음이 왜 일어났는지를 아는 것이 더욱 중요하고 더 나아가 앞서 말한 진리는 모든 일상에 적용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최주원 님은 원광대학교 경찰행정학과 조교로 근무하며 원광대학교 입학관리과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원불교와는 작년에 인연되어 둥근 원(마음)의 주인이 되기 위해 (법명:主圓) 성장하고 있는 청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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