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천 서울교구장  

원기 109년. 서울교화 100년의 해에 서울교구는 어떤 깃발을 꽂고 어떤 메시지를 외치고 있는가. 한덕천 서울교구장은 부임 후 5년간 서울교화 100주년이 ‘원불교 대중화의 변곡점’이 되고자 구성원들과 기획, 논의, 실행을 해왔고, 드디어 100주년의 해를 맞이하였다. 

재가·출가가 함께하는 교법동행, 은혜동행, 문화동행으로 교도부터 교당, 지구, 교구에 이르기까지 교법내면화를 근본으로 삼고, 함께 연대하며 문화의 옷을 입고 대중에게 다가가고 있는 서울교구. 한 교구장은 “소태산 대종사께서 서울을 교법실현의 대중교화 첫 모태지로 삼으신 뜻을 성찰하고, 감사와 혁신으로 새 시대를 열어가야 합니다”라며 현 시대에 서울교화가 갖는 책임감과 비전을 설명했다. 

‘조용한 혁명가’라는 평판에서 익히 알 수 있듯, 서울지역 교화 20여 년 간, 임하는 곳곳에서 조용한 가운데 변화와 혁신을 성취해간 그. 서울교화 100년의 모든 발자취들이 한 교구의 행사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교단의 문화를 선도해가고, 구성원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길 기원한다는 한 교구장을 만나 ‘교화, 변곡점’에 대한 담론을 나누었다.  

 

● 서울교화 100년, 어떤 부분을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셨나요?

“서울교화는 소태산 대종사께서 직접 개척하신 교화로써 시작되었습니다. 그래서 서울교화 100년의 제일 중요한 핵심은 소태산 대종사님이시죠. 백억여래의 화신이요 집군성이대성인 대종사님을 우리 곁에 모시고자 합니다. 소태산 대종사님의 십상을 새롭게 제작해 봉안하고 그분의 꿈을 실현하여 새로운 변곡점을 만들고자 하는 것이 가장 큰 핵심입니다. 원불교의 희망 탑을 쌓는 것이죠. 이를 위해 부임한 5년 전부터 다양한 준비를 해왔고, 시스템을 구축하고 정책을 다듬어왔습니다.”

 

● 교단에 여러 100주년이 있었지만, 서울교화 100년이 갖는 의미도 특별한 것 같습니다. 

“서울교화 100년의 봉축 행사는 과거를 회고하는 과거 지향적 행사가 아니라 100년을 변곡점으로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자는 것이 목적입니다. 이 변곡점은 디지털시대의 핵심실력인 공감력을 길러서 교화의 전환기를 만들고자 한 것이지요. 그래서 일회성 행사가 아닌 각 지구별로 다양한 준비로 시대, 대중, 생활과 동행하여 개인에게는 교법의 내면화로 자긍심을 갖게 하고, 교당은 오고 싶은 교당이 되도록 공부위주교화종의 풍토를 조성하고 있습니다. 각 지구는 어깨동무 교화를 통해 지역사회와 함께 교화의 장을 만들고, 교구는 교법의 시대화 생활화 대중화를 선도하는 교구의 모델을 만들고, 서울시민에게는 원불교의 은혜사상과 마음공부를 전하여 원불교의 인지도와 호감도를 높이고자 기획했습니다.”

 

● 이번 서울교화 100년이 원불교의 대중화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원불교의 모든 조직은 개교의 동기를 실현하는 것으로 ‘교화’가 그 핵심 임무입니다. 교법자랑만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교화는 사회적인 인지도와 호감도가 있어야 하고, 교당마다 오고 싶도록 교화콘텐츠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교법은 문화의 옷을 입고 대중의 공감력을 얻어야 한다는 생각에 일원문화를 선도하고자 소태산홀을 대수선하고, 갤러리를 만들고, 홍보 및 굿즈샵-은혜의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또한 문화교화담당 원무를 임명하여 다양한 활동으로 지역사회뿐만 아니라 대중이 오고 싶고 머물고 싶도록 환경을 구축했습니다. 그리고 원불교의 사은사상을 시민들에게 각인시키기 위해 각 교당과 봉공회, 환경연대들이 서로 동행하여 실질적인 은혜나눔을 할 것이며, 시대의 과제인 기후환경운동과 생명존중에도 의미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변곡점을 만드는 것입니다.”

 

● 소태산 대종사께서 서울에 100여회를 다녀가시며 공들이신 부분은 무엇일까요?

“창립총회와 익산성지를 건설하기 전에 서울에 오셨고, 그렇게 많은 시간을 오가시면서 공들였던 것은 첫째, 숙겁의 인연을 찾고 인연을 맺기 위함이셨을 것입니다. 둘째는 참다운 서원을 주시고 길을 열어 인생의 변곡점을 만들어 표본을 보여주셨고, 셋째는 물질개벽의 기틀을 보시면서 개교의 동기를 구체화하여 세상 속으로 세상과 함께 세상과 소통하는데 공들이신 것이 아닐까 짐작합니다.”

 

● 현 시대에 서울교화가 갖는 의미에 대해 더 여쭙고 싶습니다. 

“한마디로 서울교화는 원불교의 미래요, 희망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질개벽으로 도탄에 빠질 파란고해의 인류와 지구를 구하기 위해서 한국에서 가장 물질개벽이 빨리 선도될 서울을 대중교화지로 선택하신 것은 우연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서울에서 원불교가 존재감을 잃게 된다면 그만큼 원불교의 발전은 더딜 것이며, 또한 현실적으로 한국의 블랙홀이 되어가고 있는 서울에서 교화가 살아나야 지방에서도 힘을 얻게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서울에 근무하는 출가자와 재가교도들에게는 또 다른 소명이 부여되어 있습니다. 저는 서울교화가 원불교의 희망이 되어야 한다는 간절함과 절박함과 소명감으로 교화를 해왔고, 기대만큼 역할이 부족함에 늘 아쉬움의 나날입니다.”

 

● 서울교화 100년의 근간이 되는 교단 내 구성원들의 신심을 끌어올리는 데 어떤 노력을 더욱 경주해야 할까요?

“서울교구는 그동안 교법의 내면화와 사회화를 위해 여러 가지 시도를 해왔습니다. 이를 위해 먼저 교당이 교법 수행의 법생지가 되어 교법을 살아 숨 쉬게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십상을 새롭게 모시고, 오고 싶은 교당이 되도록 법회문화를 개선하고, 서울 성적지 장엄 및 순례, 좋은 습관 기르기를 진행할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온라인을 통한 상시훈련의 정착을 위해 교당과 지구가 좌선과 염불일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올해는 모든 교당이 매월 첫 법회는 같은 기도문으로 기도정진을 하고, 월1회 대종사님께서 서울과 인연하여 설하신 법문을 선별하여 같은 주제로 설교하여 교법의 내면화에 방점을 찍을 것입니다. 그래서 원불교다운 원불교, 원불교인다운 원불교인으로 우리의 정체성을 바로 세우는 것을 가장 중심이 되게 할 예정입니다.”

● 변치 않아야 할 원불교의 정체성은 무엇이라 정의하시나요?

“각 종교가 개교한 동기가 있을 것이고, 그 동기를 심화하고 구현하는 것에서 그 종교의 정체성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원불교의 정체성은 개교의 동기와 교법의 총설에 맥을 대고 정체성을 살려내야 할 것입니다. 좌산 상사께서 ‘변하면 죽는다. 그리고 변하지 않으면 죽는다’는 말씀을 하신 적이 있는데 저는 이 말씀으로 교역생활을 해왔습니다. 지금 우리는 원불교다움을 잃어가고 있지 않은지 성찰하여 정체성을 바로 세우는 것이 급선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궁하면 변해야 합니다. 변하지 않으면 쇠락의 길을 걷게 됩니다. 개인도 교단도 안주하고 있지 않은지 성찰하고 변화에 용기를 내야 할 것입니다. 타인에게, 교단에 변하라고 주문 하지 말고 나부터, 소속된 기관부터 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탈종교시대, 무종교시대에 원불교가 추구해야 하는 가치는 무엇일까요?

“미래시대는 탈종교, 무종교현상이 더 심화될 것이지만 개인의 삶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지면서 더 종교적인 삶을 추구할 것입니다. 이미 고유종교의 역할이 사회화되고 있는 것을 우리는 확인하고 있습니다. 이미 전통종교의 가르침이 현실에서 종교의 틀을 떠나서 일반화되어 오히려 형식적인 종교인보다는 더 종교적인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영성이나 힐링 그리고 명상 등이 시대의 화두가 되고 있는데, 원불교의 교법은 그런 시대적 요구를 충분히 담고 있으며, 다만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는 그 교법을 사회화할 수 있는 실력과 적극적인 자세입니다.”

 

● 일과 공부를 해갈 때 마음의 표준을 전해주신다면 후진들에게 좋은 귀감이 될 것 같습니다. 

“사후에 누군가에게 ‘한덕천 교무는 전무출신 답게 살려고 노력한 사람이었다’고 평가를 받는다면 후회가 없습니다. 저 자신은 안주하거나 일상성에 떨어지지 않으려고 늘 반조하며 생활하고 있습니다. 또한, 제가 근무하는 곳마다 변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찾아서 혁신하려고 노력할 뿐입니다. 늘 하던 일도 좀 더 효과적인 길은 없을까 연마하면서 새로운 길을 찾고자 노력할 뿐입니다. 나부터 혁신하고, 내가 근무하는 곳부터 혁신할 때 새로운 길이 열린다고 믿고 교역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꼭 해야 할 일이라면, 주위의 시선에 흔들리지 않고 끊임없이 설득하고 해내는 후진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또 ‘나는 누구인가?’를 놓치지 않고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이 물음이 살아 있으면 어떻게 살 것인지 길이 보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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