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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최성호 경기대학교 교수 2021년11월호

시대를 따라 끊임없는
혁신이 필요하다

최성호(호준) 교수

취재, 장지해 편집장

‘종교 4.0’
그는 원불교를 이렇게 표현했다. 미신·다신, 유일신(배타주의), 진리신앙(다원주의)의 단계를 넘어 ‘모든 교회가 한 집안’이라 말하고 삼동윤리와 종교연합을 내세운다는 점에서 원불교는 이미 4단계로 진화한 종교라는 것.
하지만 최근 발생한 일련의 사건들 속에서 원불교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터. 이에 대한 진단으로써 “혁신불교의 초심을 잃었다. ‘새 시대, 새 종교’를 열어야 했던 동기를 되살려야 한다”고 말하는 최성호(법명 호준, 장충교당 교도회장, 경기대학교) 교수.
“최근의 여러 사건들은 병맥일 뿐, 소태산 대종사의 혁신 정신이 시대의 변화, 대중의 요청, 생활의 필요에 따라 지속적으로 구현되지 않음으로써 깊어진 병근(병의 뿌리)을 제대로 살펴야 할 때”라고 그는 먼저 강조했다. 그러나 많은 종교학자들의 이야기처럼 ‘종교의 위기’라 일컬어지는 지금을 ‘종교의 소멸’이 아닌, ‘종교에 대한 개념이 달라지면서 심화·고도화해 가는 과정’이라고 본다는 그. 원불교의 교리는 종교가 심화·고도화되는 여정의 종점에 이미 도착해있으므로, 결국 그 정신을 어떻게 실천해내느냐에 길이 있다는 것.
경제관료 출신의 학자로서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의 흐름을 민감하게 들여다보고 있는 그에게, 미래 종교로서의 원불교가 나아가야 할 길을 묻는다. 그는 “‘제2의 개교를 한다는 심정’으로 교단 제도를 개혁하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실행해야만, 희망의 불씨를 다시 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 교단이 매우 힘든 시기를 겪고 있습니다.
“소태산 대종사께서 교리를 새롭게 제정한 개교는 혁신종교의 출발일 뿐, 혁신은 지속적으로 일어나야 하는 것이지요. 사회적인 상황과 조건은 바뀌었는데 우리의 제도나 프로그램이 어느 순간 정체되면서 출가들은 고생에 비해 보람을 못 느끼고, 재가들은 덜 신나는 교단이 된 것 같아요. 지금의 위기를 풀어가기 위해서는 먼저 재가·출가교도들이 행복해야 해요.”

그러나 그 행복의 길을 각자의 고민만으로는 찾기가 쉽지 않기에, 이번 기회에 활발한 소통을 해야 한다고 말하는 최 교수. 개인의 특출한 노력도 도움은 되겠지만, 근본적 문제를 ‘제도적’으로 해결할 때 가시적 성과도 나올 것이라고 덧붙인다.

● 수위단원 보궐선거가 치러진 지금이  그래서 더 중요할 텐데요.
“어떻게 보면, 과도기이죠. 이번에 선출된 수위단은 대중과의 소통을 통해 공화와 법치의 정신에 적합하도록 제도를 정비하는 과업을 완수해야 합니다. 개혁된 제도에 의해 선출될 다음 수위단이 실행을 통해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도록 하는 기초 작업을 하는 게 역사적 사명이라고 할까요. 최근의 <원불교전서> 개정증보판 사태만 보더라도 조금 고쳐 쓴 것이 잘못되었다는 게 아니라, 대중의 공의를 모아 수정하거나 다듬는 과정의 절차를 밟지 않았다는 게 큰 문제였거든요. 당장 몇 사람의 목소리로 급격한 변화를 가져오면 오히려 부작용이 클 수 있어요. 이번 수위단은 공감대 형성을 통해 출·재가, 남녀노소 모든 대중이 평등하게 참여할 수 있는 포용적이고 혁신적 제도의 정비만 잘 해도 성공이라고 봐요.”

● 재가교도들의 참여 확대에 대해서도 고민을 해야 할 텐데요.
“이번에 특별법에 의해 수위단을 선출했다고 하지만, ‘재가의 참여’ 부분은 달라진 게 없었어요. 소태산 대종사께서는 불교혁신의 요체 중 하나를 ‘주객의 차별이 없는’ 출재가 관계라고 하셨는데, 정작 수위단회나 교정원의 조직·운영은 이러한 취지를 전혀 살리지 못하고 있죠. 현재로서는 재가의 역할이 교단을 후원하거나 교정을 보조하는 정도에 그치고, 재가 인재의 성장 경로나 재가의 의견이 결집·수렴되어 교정에 반영될 수 있는 통로(장치)가 없다는 목소리도 높아요.”

단순히 재가를 소외시키는 것 자체가 불만이거나 문제라는 게 아니다. 이러한 실태가 교단의 보수화와 교화 정체를 야기하는 핵심 원인이라는 게 더 큰 문제라는 것. 그는 재가를 위해서가 아니라, 교단 전체와 재생의세의 대의를 위해 더 다양한 문로가 열려야 한다고 했다.

● 위드 코로나 시대에 대한 대비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위드(with) 코로나, 포스트(post) 코로나 시대는 4차산업혁명과 맞물려 정보기술과 생명공학으로 인한 상상초월의 변화가 가속화될 거예요. 또 개인 간, 국가 간의 상호 의존성에 대한 자각을 통해 지구환경 보전과 사회경제적 격차의 완화를 위한 노력도 크게 요구되겠죠. 종교 역시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고 노력에 동참해야 해요. 기술의 진보와 사회적 격차 확대, 환경 보전이라는 키워드에 대해 종교는 방향을 제시할 수도, 함께할 수도 있어요.”

이러한 때에 ‘종교’의 역할에 더욱 주목하는 그. 삶의 의미와 목적, 안식과 평화, 인간성과 공동체의 회복을 추구하는 이들에게는 종교적 영성에 대한 갈구가 더 절실해질 것이라는 것이다.

● 원불교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요? 
“앞으로는 종교도 신과 지도자에 대한 경배, 어떤 의식이나 장엄보다는, 인간 삶에 어떤 가치를 제공하고 인류 문제 해결에 어떻게 기여하는지의 기준으로 평가받게 될 거예요. ‘인류’라는 말이 추상적으로 느껴진다면, 가까이 우리  출·재가 교도들을 생각하면 돼요. ‘삶에 어떤 가치를 주는가’에 초점을 맞춘다면, 그런 쪽으로 제도도 만들고 프로그램도 준비해야죠. 우리는 유아·유년복지, 고령복지까지 많은 경험을 축적해왔고, 환경문제도 교리적 기반은 완벽하잖아요. 지속가능한 실천을 해나가는 교단의 역량과 교도들의 협력이 중요하겠죠.”

우리는 진리적 종교로서 과학기술의 성취도 부담 없이 수용할 수 있고, 적극적으로 기술을 선용하는 디지털교화 플랫폼(예: 온라인 성북교당, 메타버스 캠퍼스교화)을 통해 ‘교당’이라는 공간에 갇히지 않는 교화로 대응 가능하다는 것이다.

● 교당 구조, 교화 패턴, 법회 형태 등에 대한 변화 요구도 많습니다.
“교당은 교화의 기반이에요. 군종, 방송, 온라인, 캠퍼스, 의식 등으로 맺어진 인연도 교당으로 연결될 때 교도로 안착할 가능성이 높죠. 이때 ‘10인 1단으로 하면 무조건 된다’는 식의 접근은 막연하고, 오히려 제한적 요소가 되기도 해요. 효과적인 교당·지구 교화가 단활동을 촉진해야죠. 또한 하이퍼텍스트(hypertext: 넘나들며 원하는 정보를 얻는 것)로 엮고 엮이는 디지털 시대에, 평생 고정된 열 명과 지내라는 게 ‘10인 1단’의 본의는 아니잖아요. 이단치교도 다양하고 유연하게 해야죠. 기본 교화단에는 소속되어 있되 활동에 따라 단을 오갈 수 있고, 소속 교당이 있더라도 교도들이 자신의 공부 단계와 관심 과목에 따라 다양한 교무에게 지도를 받을 수 있는 열린 구조가 되면 좋겠어요. 법회도 선, 명상, 요가, 마음공부 등 일반 대중의 관심이 높은 콘텐츠로 다양화하고요.”

그는 필요하다면 교당 건물에서 ‘원불교’ 간판을 떼고 ‘선방’ 또는 ‘명상센터’라고 이름붙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일반 대중이 접근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이 되려면 그렇다는 것이다.

● 미래 시대의 종교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요?
“한국 경제에 대해서도 코로나19가 ‘위기이자 기회’라고 하는데, 원불교도 마찬가지예요. 정체된 교화,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종교 활동 제한에 최근 교단 내 이슈가 겹쳐 굉장한 위기를 겪고 있지만, 어떤 의미에서 보면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죠. 탈종교화, 종교의 세속화를 저는 부정적으로만 보지 않아요. 유발 하라리도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에서 ‘신 대신 물질, 권력, 명예를 추구하는 건 나쁜 세속화’이지만, ‘사회의 합리화에 따라 종교들이 오랜 세월 가져왔던 도그마에서 벗어날 수 있는 건 좋은 세속화’라고 했어요. 원불교는 좋은 의미의 세속화와 합리화, 고도화와 심화가 완성된 교리를 가지고 있어서, 이러한 특장점을 잘 살리면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거죠.”

이를 위해서는 우리가 가진 교법을 어떻게 끊임없이 시대를 따라 혁신하고 대상에 맞게 응용할 것인지 연마하되, 우리만의 어휘가 아닌 보편적 용어로 소통할 수 있는 역량을 강조하는 최 교수. 그런 면에서 그는 교단 전체의 그림을 그리는 교정원이 세상의 흐름에 발맞춰 역동적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해 20여 년 전부터 교정원의 완전한 서울이전을 주장했다.

● 경제학자로서, 원불교 구성원들이 경제적 가치표준을 어떻게 두면 좋을지 이야기해주세요. “우리가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는 개교표어를 해석할 때, 왠지 물질은 경원시하고 주로 정신을 추구해야 한다고 보는 경향이 있죠. 그런데 실은 물질이 개벽되어야 정신이 개벽될 수 있어요. 물질이 개벽되지 않은 사회는 영성이나 인권, 환경을 보살필 여유가 없거든요. 원불교인은 경제문제를 중시해야 하고, 경제적으로 노력하는 것은 교리에 부합하는 일이죠. 다만, 물욕에 집착해서는 안 되고 자리이타가 되어야 해요. 법과 도덕의 테두리 안에서 경제적 성공을 추구하려는 노력은 권장할 바이고, 그 성취를 공도와 사회에 환원하는 공덕은 칭송할 바죠. 잘 벌어서 잘 쓰게 하는 게 영육쌍전의 정신이기도 하잖아요.”

‘경제’라는 단어에는 ‘세상에 공을 들여 민중을 구제한다’는 뜻이 들어있다. 그가 많은 사회과학 학문 중 경제학을 선택한 이유도 거기에 있다.

● 삶의 표준으로 삼고 있는 말씀을 전해주세요.
“모태신앙으로 원불교를 만나 일관되게 교당생활을 해온 저에게 모든 교리가 삶의 표준이지만 요즘 특히 일원상 서원문의 위력을 많이 느껴요. 연구실이 저에게는 도량이기도 한데, 잠시 선을 하고 일원상 서원문을 암송하면 기운이 맑아지고, 그 기운으로 살게 돼요. 또 하나, 대학 시절 교우회 지도교무였던 효산 종사께서 ‘종교인이라 하여 모든 것을 정돈하고 개운하게만 살려고 해서는 안 된다’고 한 말씀도 자주 반조해요. 문제를 피하지 않고, 직시하여 해결하기도 하고, 그 안에 들어가기도 하면서 주변의 어둡고 어려운 구석을 살피는 거진출진(재가)의 역할에 대한 메시지라고 생각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