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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꽃의 숲, 화훼농장 2020년06월호

행복을 피우다
꽃의 숲, 화훼농장

취재. 이현경 기자

강원도 춘천시에 자리한 화훼농장.
주위 여느 초록빛 풍경과 달리, 아직 덜 핀 꽃들의 은은한 향기가 감돌고 꽃봉오리마다 다양한 빛깔이 숨어있다. 임동진·홍미애 부부가 17년째 구근류·분화류·초화류 등 모든 종류의 꽃을 키워온 공간이다. 실내 작업장 주위로 세 군데로 나뉜 4만 3천㎡의 꽃밭은 국내 튤립 생화 생산량의 10%를 차지할 정도다.

요즘 한창 수확과 생산을 마무리하는 꽃은 겨울·봄꽃으로 불리는 튤립. 아침 일찍 수확된 6,000여 본(줄기를 기준으로 꽃을 세는 단위)의 ‘덜 핀 꽃’들은 매일매일 여행을 가듯 전국으로 출하된다. 아직은 잠에서 덜 깬 꽃방울이 소비자에게 도착할 때쯤이면 꽃봉오리를 활짝 펼치니, 꽃을 즐길 시간이 그만큼 길어지는 게 이곳에서 생산된 꽃의 특징.
이미 꽃 출하를 끝낸 실내 작업장은 다시 기본 꽃 포장작업으로 부산하다. 환하게 웃는 표정이 활짝 핀 꽃을 닮은 직원들이 품에 한가득 튤립 다발을 안았다. 작업대 위에 튤립 다발을 조심스럽게 펼친 후 같은 길이의 튤립별로 소분하여 10본 단위로 꽃다발을 만들어내는 작업을 곳곳에서 진행 중인 것.

이때 실내로 자연스레 날아드는 제비 한 쌍과 함께 임동진 대표가 등장했다. 그가 꽃을 유심히 살피더니 곧 바삐 차를 몰고 하우스로 향한다. 작년 11월경부터 온라인 판매를 시작한 이후, 올해 2월 신선 식품 온라인 쇼핑몰에 입점하면서 유통 관리만큼이나 농장 관리에도 더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가 첫 번째로 향한 곳은 작은 화초와 튤립 구근(뿌리)이 자라는 하우스. 임 대표가  나란히 심어진 화초들을 살피며 긴 마라톤을 시작한다. 중간중간 멈춰서 연약한 화초들을 매의 눈으로 보고 골라낸다. 그가 각기 170여 평 규모의 하우스 네 동을 금세 둘러보고는 담당 직원에게 당부의 이야기를 남기고는 다음 목적지로 향한다.

이번엔 한창 자라고 있는 튤립과 이미 수확한 튤립의 빈자리가 동시에 펼쳐지는 하우스다. “농사를 지으면서 무조건 실패하게 되는 전쟁이 있어요. 날씨에 지고, 사람에게 지고, 풀에 지는 것이죠.” 자연환경에 민감한 꽃 농사에 대처하기 위해 올해 처음으로 시도한 상자 재배! 흙을 담은 상자 안에 꽃을 재배하여 기온 변화에 대한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었다.
그가 하우스 개폐기를 올리더니 다른 한쪽의 밭으로 향한다. 이번엔 넓게 펼쳐진 땅에 수도를 열어 물을 공급한다. 신품종을 개발하는 곳이다. 그는 이미 7년에 걸쳐 둘째의 이름을 딴 백합 신품종 ‘서현’을 개발했고, 9년을 공들여 장남의 태명을 딴 백합 신품종 ‘루시퍼’를 개발했다. 이제는 3남매 자녀 중 막내의 존재를 상징할 품종 개발에 도전하는 중이다.

사실 꽃 농가 사이에서 그는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로 유명하다. 농사를 짓던 부모님을 닮아 뱃속에서부터 농사를 지어왔다는 그는 원예학을 전공한 후 이제는 그야말로 ‘꽃쟁이’가 되었다. 물려받은 1천여 평의 땅을 불리며 농업회사법인을 설립하기까지, 토마토·오이 재배를 거쳐 전국 방방곡곡으로 하우스를 건설하며 농사에 대한 배움을 구해왔다. 태양만큼이나 뜨거운 열정으로 그는 꽃의 생산부터, 유통, 마케팅까지 포괄하며 사람들이 일상에서 꽃을 즐기는 문화를 만들어 간다.

덕분에 꽃의 가치를 아는 이들이 늘었다. “혹시 꽃 살 수 있나요?”라는 목소리와 함께 실내 작업장을 찾아온 한 손님. 임 대표와 같은 학교에서 같은 전공을 한 부인 홍 씨가 꽃이 보관된 곳으로 손님을 안내하며 취향에 맞는 꽃을 추천한다. 꽃의 색깔만큼이나 다양한 꽃 이름과 꽃에 대한 설명이 손님을 즐겁게 한다. “꽃을 꽂아 놓으면 저녁에는 방에 꽃 색이 물들 거예요.”
부부는 온라인으로 꽃을 주문하는 고객들에게도 “집으로 배송되는 꽃들을 개봉한 직후, 온도 변화에 민감한 꽃이 잠시 움츠러들지만 방 안에 얼마간 두면 천천히 봉오리를 피우는 꽃을 행복하게 즐기실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친다.

이제 새로운 계절에 따라 피어날 맨드라미, 해바라기, 메리골드, 칼라… 등에 정성을 들이는 부부. 사람들이 꽃과 함께하는 행복만큼이나 덩달아 부부의 행복도 피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