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그리고 함께 만드는 행복

송정연 원불교제주교구여성회장

취재. 이현경 기자

“제가 제주교구여성회장을 하겠습니다!”
그가 여성회 활동을 처음 하게 된 건 ‘아무것도 안 해도 좋으니, 여성회원으로 이름만 등록해 달라.’는 부탁 때문이었다. 그렇게 16년 후, 그는 선배 전귀연 전 회장과 함께 적극적으로 활동하더니 여성회를 이끄는 리더가 되었다.
“추대·선출·지원을 겸해서 회장이 되었어요. 여성회의 믿음과 화합이 저를 이 자리로 이끌어주었죠.” 차분한 목소리로 여성회의 큰 사업들을 성큼성큼 이뤄내는 송정연(호적 은옥, 제주교당) 원불교제주교구여성회장(이하 회장)이다.

제주산 김치와 한과
“제주도에서 원불교여성회는 당당한 위용을 자랑한답니다.”
그 첫째 비결은 일당이백을 해내는 요리 고수인 여성회원들이고, 둘째는 여성회의 역사를 만들어온 ‘김치’와 ‘한과’다. 사실 제주교구여성회의 많은 사업 중에는 김치를 담아 전해주는 활동이 많은데, 이는 국내 조손가정·한부모 가정에는 물론 재일동포 1세대에게까지 전달이 된다.
“푸성귀에 고춧가루만 살짝 버무린 것을 ‘김치’ 삼아 드시던 재일동포 어르신들께 맛있는 제주 김치와 제주 고향 음식, 댄스공연까지 풍성하게 선보였어요.” 벌써 5회를 맞이한 ‘재일동포 이주 1세대 독거 어르신께 김장김치 보내기’ 행사는 매년 오사카교당에서 이뤄지는데, 지난 연말에는 4박 5일에 걸쳐 오사카교당·코리아타운·우토로 마을 등을 방문하며 기념품과 후원금을 전달했다. “아이처럼 해맑게 좋아하는 어르신들을 보니 행복해서 눈물도 나고, 웃음도 났죠.” 여성회원들이 “다시 오겠다.”고 하기도 전에, 어르신들이 먼저 “다음에 다시 또 오라.”고 인사를 건넸을 정도다.
송 회장은 무엇보다 여성회원들이 함께 힘을 모았기에 이러한 행사 진행이 가능하다고 말하는데…. 제주교구여성회의 정성에 감동한 지자체와 항공사의 적극적인 협조도 큰 힘이다. “작년에 오사카로 보낸 김치양이 총 330kg(약 100포기)였는데, 다행히 전귀연 전 회장님께서 2017년부터 제주시와 항공사의 협조를 얻어 놓으신 덕분에 항공 운송을 무료로 진행하고 있어요. 선·후발대로 나눠 오사카에 도착하면 새벽부터 음식을 준비하죠.” 다녀와 대상포진을 앓았을 정도로 알차게 진행된 행사는 여성회원 모두에게 행복한 추억이 되었다. 그때를 떠올리며 웃음 짓던 그가 올해의 계획을 펼쳐놓는다.
“중앙총부에서 열릴 원불교 여성회 창립 25주년 기념대회에 참석할 예정이에요.” 제주도라는 지역 특성상 항공권 마련이 필수인데, 한과판매는 이럴 때 큰 도움을 준다. 언제든 1년 내내 구입할 수 있는 제주교구여성회 한과는 시청, 교육청 등 각 관공서에서 먼저 찾을 정도로 깊은 신뢰가 있다는 게 그의 말. “명절을 앞두고 밀려드는 주문 전화 때문에 저도 ‘프로 한과 배달원’으로 변신해야 할 정도예요.” 그렇게 지역 곳곳을 직접 다니다보니 저절로 ‘원불교 여성회’가 홍보되고 제주시여성단체협의회에서도 ‘원불교’를 알리고 있다.

조금 더 행복한 사람
“‘경계를 당했을 때 마음을 돌릴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많이 했어요.”
그는 친언니(송윤수, 제주교당) 덕분에 원불교를 알게 됐다. 그렇게 27년 전, 청년 시절 교당에 나와 법회를 보며 다른 이들의 마음공부 이야기를 들었을 땐 ‘진짜일까?’란 의문이 자주 일었다. 교법으로 변화된 삶에 대한 이야기들을 쉽게 이해하지 못하는 젊은 그에게 교도들은 ‘아직 역경과 고난을 몰라서 그럴 수 있다.’고 했다.
그러던 그는 남편의 열반을 겪은 후 마음공부의 힘을 깨달았다. “새벽녘에 잠에서 깨 창문 밖을 바라보고 있었어요. 문득 ‘이러면 안 되겠다!’라는 생각이 들면서 마음이 돌려지더라고요.” 그때 유독 그의 마음에 ‘불보살은 어리석게 남의 일만 해주는 것 같으나 결국 자기의 이익이 되나니라.(<대종경> 요훈품 21장)’라는 법문이 들어왔다. 그리고 그때부터 그의 생활은 더욱 이웃을 향하게 되었다.
“교당 생활을 하면서 제주원광요양원 목욕봉사를 하다가 이제는 후원을 하고 있어요. 소년원 법회, 해군 법회도 4~5년간 해왔었죠. 주어진 환경 속에서 ‘조금 더’ 잘할 방법이 뭐가 있을지 늘 고민해요.” 그 당시의 고민들은 지금의 고민과도 많이 닮아있다.
“‘여성회를 어떻게 이끌까.’ ‘조금  더 노력해보자.’라고 매일 생각해요.” 여성회장의 바쁜 역할을 수행하면서도 송 회장은 ‘송정연’이라는 교도로서의 개인 활동도 놓지 않는다. “주 4회 이뤄지는 제주교당 중국어 무료문화강좌의 회계 업무를 맡다보니 매일같이 교당에 출퇴근하고 있어요~.” 늘 ‘조금 더’라고 말하며 움직이는 그의 얼굴에 행복이 ‘조금 더’ 머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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