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참새

글. 노태형 편집인

참새가슴이란 말이 있다.
시골길을 걷다 보면 사람 발자국 소리만 나도 후루룩 날아가 버리는 게 참새 무리다. 참새방앗간에 모여 그리 시끄럽게 떠들어도 사람 근처에는 좀체 다가서지 않는다. 그런 참새들이 변했다. 도시 공원에 가만히 앉아 있다 보면, 조그만 참새들이 사람 주위를 배회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심지어는 옆으로 가만히 다가와 빤히 올려다보면서 무언가를 요구하는 느낌마저 갖게 한다. ‘왜 나한테 먹이를 안 주는데…. 어지간하면 빵부스러기라도 좀 던져주지.’ 하는 눈빛으로 좀체 자리를 떠나지 않는다.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참새들의 습성도 친 인간적으로 변한 모양이다. 참새들의 사회성도 이만큼 진화됐다. 그러니, 이제 ‘참새가슴’이란 단어도 점점 잃어버린 언어가 되고 있다.

원불교소태산기념관이 흑석동 옛 서울회관 자리에 재건축되면서 원불교 수도권 교화와 함께 세계 교화를 향한 새로운 장이 열렸다. 이와 더불어, 이곳에는 기존 서울에 주재하던 교정원 문화사회부를 비롯하여 국제부, 교화훈련부 청소년국·사이버교화팀과 재가단체 등이 모여들어 새롭게 업무를 시작했다. 더구나 원불교 행정의 수반인 교정원장 사무실도 소태산기념관에 개설해 본격적인 수도권교화의 역동성이 기대되고 있다. 사실, 종교의 가장 기본은 교화라 할 수 있고, 그 교화는 필히 사람이 모이는 장소를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현재 수도권 인구가 우리나라 전체인구의 절반을 차지하고, 생산성 측면에서는 80%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에 가히 당연한 이주라 할 수 있다.

혹자들은 지방소멸 시대를 언급한다. 따라서 향후, 세상 흐름에 발맞춰야 하는 교화관련 부서와 산업관련 부서도 속히 이주 준비를 해야 원불교의 역동성이 더 살아나리라 본다. 종교가 세태의 변화에 민감할 필요는 없겠지만, 세상 변화의 흐름에는 주목해야 제 역할을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환경이 변하면 생각(사고)이 바뀌고, 생각이 변하면 삶의 형태도 변하기 마련이다. 서울참새들도 어느새 저렇게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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