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리맨>
글. 써머즈

아주 오래전 석기시대에 토끼를 잡아먹고 사는 마을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누스 총독이 이끄는 청동기 왕국의 군사들이 그 마을을 쳐들어와 차지해버립니다. 마을의 사고뭉치 원시인 소년 더그와 멧돼지 절친 호그놉은 마을을 지키기 위해 총독에게 축구 경기를 제안하고, 오합지졸 멤버들을 모아 열심히 훈련합니다.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의 대명사인 ‘월레스와 그로밋’ 시리즈를 만든 아드만 스튜디오와 닉 파크 감독이 <얼리맨>으로 돌아왔습니다. 애니메이션 작품을 만드는 방법에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그중 가장 노력이 많이 들어가는 방법 중 하나를 꼽자면 단연 스톱 모션 방식이겠죠.
스톱 모션이란 어떤 장면을 세팅하고 조금씩 움직여 가며 그걸 1장씩 반복해 찍어서 작품을 완성하는 것입니다. 영화가 보통 1초에 24장의 사진이 필요하다고 하면, 1분짜리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은 ‘찍고 설정하고’를 무려 1,440번 반복해야 하죠. 이번 영화도 3,000여 개의 인형을 제작하고 그것을 하루에 고작 3초 정도씩 움직여가며 촬영을 했다고 합니다.
여기에 에디 레드메인, 톰 히들스턴, 메이지 윌리암스 등 요즘 인기 절정인 배우들의 목소리 연기도 더해졌습니다. 각종 화려한 컴퓨터 그래픽이 자연스러운 시대지만 가끔은 이런 수공예 작품이 주는 정겨움을 느껴보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요.


<시노다 과장의 삼시세끼>
여행회사 직원 시노다 씨는 27살이던 1990년 8월 후쿠오카 하카타로 전근을 가면서 현지의 맛있는 음식을 기록하기로 결심합니다. 그리고 대학노트에 하루 세 끼 식사를 그림과 함께 기록하기 시작했습니다. 외식은 모두 ‘사진을 찍지 않고 눈과 혀와 위장의 기억을 바탕’으로 그날 밤 집에 돌아와 재현하는 방식을 썼습니다. 그 일기를 23년 동안 썼습니다.
1990년 후쿠오카로 전근을 갔던 20대의 청년 시노다 과장은 50대의 중년이 되어서도 여행사에 근무하고 있고, 가족과 함께 기후에 살고 있습니다. 20년을 넘게 써온 대학노트는 어느덧 45권이 되었습니다. 2012년 50세가 되던 해를 기념해 NHK에 투고하고 방송을 통해 노트를 공개하며 화제가 되었고, 그 책이 2013년에 출간되었습니다.
그림일기에는 단순히 음식 그림만 있는 게 아닙니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던 기억, 혼인 신고서를 제출하던 날 아내와 함께 식사한 기억, 딸이 태어난 날 저녁 식사한 기억 등 어느 평범한 샐러리맨의 하루가 담겨있습니다. 게다가 당시의 사회 분위기도 파악할 수 있어 자연스레 지난 23년의 세월을 엿볼 수 있습니다.
원서는 일기를 그대로 발췌해서 손글씨를 알아보기 힘든 부분이 있지만, 한국어판은 저자의 확인을 거쳐 한국어로 옮겨 내용을 모두 파악하게 하면서도 손글씨의 느낌은 그대로 살렸습니다. 이 책의 속편으로 <샐러리맨 시노다 부장의 식사일지>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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