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는 동안 꿈은 계속된다
박정원 월간 <산> 편집장
취재. 김아영 기자

“산은 언제나 좋아요. 매번 갈 때마다 다르죠. 갔던 길도 다르고 내려오는 길도 달라요. 자신이 보지 못한 게 무궁무진하게 많다는 이야기예요.” 월간 <원광>에서 연재하고 있는 ‘힐링 산책’을 통해 미처 발견하지 못한 삶의 행복에 대해 말하는 박정원 월간 <산> 편집장. 그는 풍경 좋은 길만이 아닌, 다양한 빛이 스민 인생의 길에 대해 이야기 한다.

기자의 행복 찾기
얼마 전 그의 아들이 “기자로 30년을 일했는데, 지겹지 않아?”라고 물어왔다. 그의 답은 “아직도 이 일이 재밌다.”였다.
“내가 왜 기자가 되려고 했는지 정확한 기억은 없어요. 하지만 이 일을 하면서 하고 싶은 꿈을 찾은 건 확실하지요.” 사회 정의를 이루기 위한 막연한 상상의 발로였던 신문기자. 대학 졸업 후 조선일보사에 입사하며 꿈을 이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정작 입사 후에는 ‘꿈’이란 단어를 잠시 잊고 지냈다는데…. 그런 그가 월간 <산>으로 일터를 옮기면서 새로운 공부에 대한 꿈이 소록소록 생겨났단다. 어릴 적부터 유독 눈에 들어왔던 전통문화가 산에 대한 관심으로 자연스레 살아난 것이다.
“한반도에는 수많은 길이 있었고, 또 수많은 길이 사라졌지요. 길을 걸으며 이 길은 얼마나 오래됐고, 얼마나 많은 사람이 다녔을까 상상의 나래를 펼쳤어요.” 그 상상은 전국의 옛길을 직접 걸으며 탐방한 역사 인물기행서 <옛 길의 유혹-역사를 탐하다>로 완성됐다. 첫 번째 책이 나오자 두 번째 책 <내가 걷는 이유>도 이어졌다. 산은 그에게 무궁무진한 공부대상이었다.
“일본의 세계적인 도보 여행가 후지와라 신야를 인터뷰 한 적이 있어요. 지금도 기억에 남는 건, 아무 준비 없이 떠나, 감각으로 그곳을 보라는 말이죠. 너무 많은 정보를 얻은 나머지 본질을 제대로 보지 못한다는 거였어요.” ‘세상의 지식으로 걷지 말고 인간 본연의 감각으로 걸어라.’라는 말은 그에게 큰 인상을 남겼는데…. “그렇게 오랫동안 정말 하고 싶었던 일을 찾았어요. 신(神)에 대한 연구를 체계화하고 싶은 마음이 날로 강해진 거죠.” 절에 가 산신을 모신 산신각과 산령각 사진을 찍고, 향토사학자와 지역 대학교수를 만나 취재한 그. 산신을 연구하고 책으로 쓰는 시간이 얼마나 좋았던지, 젊은 시절 기자생활로 바삐 보낸 시간까지 아까울 정도였단다. 그렇게 10년 사이에 세 권의 책이 완성됐다.
“아들이 저에게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어요. 신문사에 있을 때보다 부부싸움도 안하고 몸과 마음이 훨씬 더 자유로워 보인다고요. 듣는 순간 충격을 받았죠.” 길을 걸으며 인간 본연의 감각으로 세상을 보게 된 걸까? 그는 요즘, 정말이지 세상을 보며 더 여유로워지고 인격적으로 성장한 자신이 느껴진단다. “산의 매력요? 신선 선(仙)자는 사람이 산에 기대고 있으면 신선이 된다는 조합자예요. 그게 산의 매력이지요.”     

곳곳이 부처
“입교를 한 건 고등학교 때였어요. 학교에 적응을 못해 성적은 쭉쭉 내려가고…. 5월 쯤,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혼자 교당을 찾아갔죠.” 교무님으로부터 ‘처처불상 사사불공’을 배운 후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게 되었다는 그. 성적은 다시 제자리를 찾았고, 원불교 학생회장을 할 만큼 열심히 종교생활을 했다. “지금은 결혼 후 입교한 아내가 저보다 더 열심히 봉공활동을 하고 있어요. 아들도 연세대원불교학생회 회장을 했고, 둘째는 강남교당 청소년 멘토를 하고 있죠.” 자신은 요즘 교당에서 하고 있는 사경을 통해, 하면 할수록 오묘한 철학과 깊이를 느끼는 중이라는데…. 원불교 공부를 하면서, 오랫동안 관심 두었던 ‘다신(多神)’과 모든 것이 부처라는 의미의 ‘처처불상’이 연결된다는 것도 알았다고 말한다.
“배우는 게 많아요. <원광>에 ‘힐링 산책’을 연재하는 것도 공부가 되죠. 나 스스로 행복한 이야기를 더 찾게 되니까요.” 예전이면 무심코 지나쳤을 가벼운 소재도 이제는 ‘아, 저게 그렇지. 이런 양면성이 있구나.’며 의미를 찾게 된다는 것. 벌써 발간한 지 10년째인 강남교당 소식지 <일원의 향기> 제작과 ‘힐링 산책’ 연재도 결국은 ‘내 공부더라.’는 그다.
“앞으로도 하고 싶은 게 많아요. 올해 공부목표로 잡은 것은 자기감정 조절 잘하는 거고요, 일에서는 중국 오악기행에 대한 책을 준비 중이에요. 할 수 있다면 지리산에 대해서도 써 보려고 하고요.” 하지만 절대 조급하게 마음먹지 않을 거라는 그. 그저 자신이 걷는 한 꿈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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