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 없는 교당, 지역사회를 품다
취재. 김아영 기자  

수선화가 핀 마당에 고양이가 나른하게 앉아있다.
길을 지나던 주민은 수선화를 사진에 담는다. 볕 좋은 교당은 고양이에게도 주민에게도 쉼이 되는데…. 이번에는 학생이 후다닥 교당을 가로질러 뛴다. 교당은 이쪽과 저쪽을 가로지르는 샛길이자 지름길도 되는 것이다. 이웃과 어울려 사는 정읍교당(교무 오은도)의 풍경이다.

교당의 나이테
오은도 교무는 이곳에서 보좌교무로 8년을 보내고 세월을 뛰어넘어 다시 돌아왔다. 그 사이, 교당 살림을 맡았던 교도들은 원로가 되었고, 꽃각시라 불리던 새댁들은 교당의 중심축이 되었다. “당신도 늙고, 나도 늙었다.”고 우스갯소리했지만, 교무, 교도 모두 변함없는 신심으로 뭉친 반가움이 컸다.

“예전에 시고모님이 그런 이야기를 하신 적이 있어요. 역사가 오래된 교당을 다니는 걸 큰 복으로 알아야 한다고요. 그때는 말의 의미를 잘 몰랐지만, 지금은 그게 얼마나 큰 힘인지 알지요.” 70여 년의 역사만큼 배우고 본받을 원로님과 교무님이 많다는 이야기였던 것. 신도기 교도부회장은 교당 어디에서도 “힘들어서 못하겠어요.”라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단다. 그건 교무에게서도 마찬가지였다고.

“공적인 일이잖아요. 물론 어린이민속큰잔치는 정말 힘들었지요. 단별로 야시장에서 장사를 할 때는 힘들어도 ‘우리가 더 벌었네.’라며 서로 웃으며 일했어요. 모은 돈은 심장병어린이돕는 기금 등 봉공기금으로 다 썼고요.” 즐기는 것은 바로 끝나지만 봉사는 지나고 나서도 여운이 남는다는 걸 배웠다는 교도들. 원로교도가 일하는 것을 보며,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알았다고도 말한다. “한 원로님은 병석에 있으면서도 교당 일에 사용하라며 후원비를 건네세요. 자연스레 배우게 되죠.” 4축2재 때면 하얀 법복을 입은 법사들로 법당에 하얗게 꽃이 핀다는 이곳. 최대심 씨가 그게 바로 70년의 역사고, 정읍교당의 힘이 아니겠냐고 말한다.

“다음 주에 부대에 군법당인 이순신교당을 봉불해요. 역대 교무님과 원로님들이 15년 동안 꾸준히 은혜의 떡을 나누고 관심을 가졌기에, 군법회를 보고 봉불로 이어진 거죠. 씨앗이 꽃을 피운 거예요.” 더불어 역사가 오래되니 교무와 교도가 교당에서 다시 만나게 된 거 아니겠냐며 그들이 웃는다.

담 없는 교당
함께 살아가는 법을 아는 정읍교당은 몇 년 전 시원스레 담장을 허물고 화장실을 개방했다. 덕분에 쓸고 닦아야 할 일이 많아졌지만, 오 교무는 ‘수도인의 삶을 지키는 일상이 이웃교화다.’라고 생각했단다. 그리고 실제로 작년 겨울, 옆집 꽃가게에서 화분 두 개를 들고 교당을 찾았는데…. “늦게까지 장사하고 아침에 얼마나 힘들겠어요. 교당 마당을 쓸며 옆집 눈까지 치웠더니 감사하다며 찾아온 거예요.” 얼마 전에는, 이웃한 식당 주인 부부가 입교를 하겠다고 교당을 찾았다. 종교인이라면 남들보다 더 봉사하고 헌신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오 교무. 교도들이 “저희가 3, 4년째까지 제일 많이 한 이야기가 ‘교무님, 제발 앉아 계세요.’라는 말이었어요. 먼저 풀을 메고, 청소를 하시니까요. 지금은 포기했지요.”라고 말하자 “우리 교도들은 자발적으로 노인전문요양병원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어요.”라는 오 교무의 말이 돌아온다.

정읍시 다문화가족지원센터
그리고 이런 마음은 정읍교당에서 운영하고 있는 ‘정읍시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도 잘 나타나는데…. 수익을 떠나, 꿈을 가지고 한국에 온 결혼이주여성들이 한국사회에 잘 정착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한 사업이었다. 더구나 ‘모두를 부처로 모시며’ 교법대로 센터를 운영해 세 번째 수탁에도 성공. 지역사회에 원불교의 신뢰를 높이는 역할을 했다.

“센터에 다니지 않았다면 외로웠을 것 같아요. 7년 동안 이곳에서 한국어를 배우며 친구도 사귀고 요양보호사 자격증도 공부했지요.” 지금은 경찰서에서 통역봉사를 하며 센터에서 기타와 사진 동호회 활동을 한다는 마야 씨(인도네시아). “한국어 수업 뿐만 아니라 가족상담, 부모교육, 재무, 법률상담까지 해주는 이곳에서 여러 여성들이 도움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도 잊지 않는다.

“교당의 어린이·학생교화도 계속 성장하고 있고요, 군부대와 다문화센터에도 계속해서 관심과 지원을 보내야지요. 당장 눈에 나타나는 효과가 없다고 해도, 씨앗을 뿌리는 시간이니까요.” 송성호 교도회장의 말처럼, 열매를 맺는 것도 중요하지만 씨앗이 되는 게 더 보람된다는 이곳. 10년 전, 20년 전 선진들이 그러했듯이, 지역사회와 은혜바람을 나누기 위해 씨앗을 뿌리는 정읍교당이다.  
| 정읍교당 063)535-38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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