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 담기 미션 클리어!

  글. 이지은 교무

 미국인들에게 김치는 이미 건강식품의 대명사로 인식이 되어 인기가 좋다. 그만큼 원다르마센터(이하 센터)의 김치 소비량도 제법 많은 편이다. 이에 지난 11월 5~6일 이틀 동안 센터에서는 김장을 했다.

 센터의 김장은 배추 뽑기부터 시작한다. 김장에 쓰이는 파, 양파, 당근까지 모두 센터의 밭에서 유기농 농산물로 키워 수확한다. 일요일 법회 후 열세 명의 미국인 교도들과 합력하여 배추를 뽑았다. 수확한 배추는 꼼꼼한 성격의 원주성(Alan)·원신행 교도(Douglas)가 하나하나 세었다. 총 575포기란다. 원신행 교도가 금지옥엽 기른 그의 소중한 baby들이다.(실제로 그는 배추가 실수로 떨어지거나 씻다가 유실되는 이파리가 많이 보이면 “Oh, my baby….” 하며 안타까운 탄식을 내뱉는다.) 교도들이 배추를 던지며 옮기자 센터 법인이사장 김효철 교무가 “배추 하나하나를 다 부처(buddha)로 보고 소중히 다루라.”며 즉석 법문을 읊는다. 그 말에 한바탕 웃음꽃이 핀다.

 작년에 너무 많은 자원봉사자가 소금 절이기에 투입되어 간이 제각각이었던 교훈을 살려 올해는 김정명 덕무와, 나성인 교무, 이경천 교무 이렇게 세 명의 실력자만 소금 절이기를 담당하였다.

 새벽 3시에 시작한 배추 씻는 작업은 무려 세 시간 반이 걸렸다. 씻은 배추를 널고, 뒷정리까지 하고 나니 벌써 아침 식사할 시간이다. 이지선 교무가 심혈을 기울여 끓인 북어국에 금방 한 따끈한 밥을 흡입하듯 먹고 나니 다들 피로와 노곤함에 눈이 풀린다.

 오후 2시부터 버무리기가 시작됐다. 노스캐롤라이나 교당 원혜월 교도와 그의 어머니가 인근 도시에 왔다가 센터에 들러 일손을 돕는다. 게다가 못 보던 아가씨 한 명이 어제 배추를 가를 때부터 눈에 띄더니 양념 버무릴 시간에 맞추어 또 나타났다. 통성명을 하며 물어보니, 자신은 이웃 농장에서 일하는 앨리노어인데, 발효 식품에 평소 관심이 많던 차에 센터에서 김치를 담근다는 얘기를 듣고 직접  일해보고 싶어서 문의 메일을 보낸 후 찾아왔다고 한다. 이렇게 기특할 데가…. 그녀는 야무지게 일을 잘해서 이번 김장에서 한 몫을 단단히 하였다. 돈을 주는 것도 아니고 센터와 무슨 관계가 있는 것도 아닌데, 스스로 힘든 일을 하겠다고 찾아와준 파란 눈의 아가씨가 고맙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다. 그녀를 보며 ‘미국이 대국으로 성장한 것은 대인(大人)이 많기 때문.’이라는 대산 종사님의 법문을 떠올렸다.

 센터 식구 모두의 합심으로 무사히 김장을 마쳤다. 웃으며 함께 해서인지 이번 김치가 예전 것보다 더 아삭하고 맛있는 듯 한 건 나만의 착각일까? 앞으로 센터를 오갈 수많은 훈련객들이 이 김치와 함께 법식(法食)을 하면서 불연을 더욱 깊게 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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