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야밤의 공대생 만화>

<야밤의 공대생 만화>, 줄여서 ‘야공만’은 제목만 들었을 때는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학습만화 같기도 합니다. 호기심 많은 소년, 소녀가 나와서 “이건 왜 이렇게 되는 거죠?”라고 물어보면 머리 하얀 박사님이 갑자기 짠~ 하고 나타나서 “그건 말이지….” 라며 만화에 하나도 어울리지 않는 복잡한 용어를 써가며 과학 현상을 설명하는 만화들 말이죠.
하지만 “야공만”은 그런 학습만화와는 완전히 동떨어져 있습니다. 서울대 졸업 후 미국 카네기멜론 대학에서 컴퓨터 구조를 연구하는 저자는 이 만화에서 개그를 포기할 생각이 전혀 없어 보입니다. 대충 펜으로 그린 듯한 그림으로는 복잡한 용어가 필요한 과학 지식을 설명하기도 어렵습니다.
순수한 공학도이자 만화 비전공자인 저자가 복학 직전에 서울대 커뮤니티 사이트에 첫 회분을 올린 것이 히트를 치면서 페이스북, 딴지일보 등 여러 채널에서 1년 넘게 연재를 했고 연재분을 모아 책으로 내게 됐습니다. 각종 패러디와 말장난이 난무하기 때문에 ‘과알못(과학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더라도 재밌게 볼 수 있죠. 예를 들어 뉴턴이 미적분의 원조를 가리기 위해 “키보드 배틀”을 했다고 표현한다던가, 양자역학은 설명해봤자 재미없으니 슈뢰딩거가 바람둥이였던 이야기를 하는 식이죠.
지금도 과거 연재물을 인터넷에서 찾아볼 수 있으며, 책에는 채팅 형식으로 된 과학자들과의 가상 인터뷰가 추가되어 있습니다.

영화 <러빙 빈센트>

1890년 7월 27일, 노을이 지던 프랑스의 한 시골 마을 오베르에서 마른 체구의 한 남자가 쓰러졌습니다. 그의 직업은 화가였죠. 복부에 총을 맞은 그는 피가 흐르는 배를 붙잡고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한 화가가 무슨 이유로 시골에서 배에 총을 맞아 쓰러진 걸까요.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바로 빈센트 반 고흐입니다. 그의 죽음은 지금까지도 미스테리로 남아있죠.
<러빙 빈센트>는 고흐의 일대기를 설명하는 대신 주변 인물들의 플래시백을 통해 그의 삶을 재구성합니다. 실제로 고흐가 가장 왕성한 작품 활동을 한 시기는 불과 3~4년이고, 프랑스의 아를르와 오베르 지방을 중심으로 한 작품이 많았습니다. 연출을 맡은 도로타 코비엘라 감독은 오베르 마을에서의 마지막 6주를 중심으로 미스테리를 구성하고 이야기를 풀어나갑니다.
이 작품은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졌습니다. 그런데, 단순한 2D, 3D 애니메이션이 아니라 전 세계 120명이 넘는 화가들이 2년 동안 6만5천 장 정도의 유화를 그려 그걸 이어붙인 애니메이션입니다. 참고로 감독은 몇 차례 테스트를 한 후 비공개 예고편을 공개했는데 유럽, 미국, 인도 등에서 4천 명이 넘는 지원자가 모였다고 합니다.
<러빙 빈센트>에서 우리는 우리에게 익숙한 고흐의 작품들이 말 그대로 살아 움직이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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