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좌선
글. 이진수 목포교당

집에서 도보로 20분 거리에 교당이 있다. 교당의 새벽 좌선을 다닌 지 15년이 되어간다. 15년이란 세월은 내게는 많은 가정사가 잘 이루어진 시간이다. 좌선과 기도로 일관하여 온 덕분이라 생각한다. 아침 좌선은 내게 가장 소중하고 행복한 시간이다.
또한 스스로도 많은 변화가 생긴 것 같다. 예전에는 마음보다 언행이 앞서가는 나를 보며 “아이고, 또 그 성격 나왔구나!” 하는 후회를 종종 하곤 했다. 그런데 지금은 사리가 많이 밝아진 것 같다. 무슨 일을 시작할 때 먼저 멈추고 생각하는 버릇이 생긴 내 자신을 보면 행복해진다.
요즘 들어 갱년기 증상 때문인지 잠을 설치는 날이 종종 생긴다. 겨우 새벽에 잠이 들었는데 알람이 울린다. 정말 일어나기 싫다. 세면을 하고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고 새벽길을 비몽사몽 걸어간다. 문득 ‘내가 지금 습관적으로 좌선을 가는가?’ 아니면 ‘꼭 가야되기 때문에 가는가?’ 하는 의문이 든다. 좌선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비춰보니 마음이 상쾌하고 행복하다. “그래. 잠자리에서 일어나기 싫어 힘은 들었지만, 이렇게 좌선을 하니 얼마나 좋은가!”
옛 성인의 말씀에 “사흘의 마음공부는 천 년의 보배요, 백 년의 탐낸 물건은 하루아침의 티끌이라.”하였다. 어떠한 경계가 와도 쉼 없이 좌선을 하면 20년, 30년 후 내 모습은 반드시 달라져 있을 거라 믿는다.

 

서울 구경
글. 김봉춘 번동2단지종합사회복지관

나는 난생 처음 서울에 갔습니다. 왜냐하면 며느리감 선을 보기 위해서였지요.
그런데 나는 경상도 심신산골에서 택시를 본적도 없고 탄 적도 없답니다. 생전 처음 택시를 태워주셔서 탔습니다.
차가 아주 깨끗하여 고무신을 벗어놓고 탔답니다. 그리고 집에 다 와서 차에서 내리려고 하니 고무신이 없었습니다.
“여보세요. 운전수.” 하니까 “왜 그러십니까.” 하고 묻더군요.
“내 고무신이 없습니다. 거기다 벗어놓고 탔나 봐요. 내 고무신을 찾아와요.” “제가 어떻게 합니까?”
“그럼 맨발로 가요? 빨리 찾아와요.”
그리하여 운전수가 고무신을 사다 주어서 신고 왔답니다. 지금 생각하면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습니다.
지금은 그 며느리와 함께 아들 딸 낳고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답니다.

* 위 글은 뒤늦게 한글을 배운 김봉춘 어르신의 글입니다.

쓰레기재활용
글. 양성원 해운대교당

애들이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 진출을 하고 난 후, 언제부터인가 분리수거는 슬그머니 내 몫이 되어버렸다.
일요일 주말 연속극이 시작하기 전이 되면, 아파트 각동별 어느 집이든 잡동사니와 박스 등을 들고 나와 자루에 담기 시작한다. 대게가 그러하겠지만, 나는 애초 집에서부터 종류별로 구분하여 모은다. 종이류는 박스에, 비닐류는 큰 비닐에, 병, 플라스틱, 캔류, 스티로폼 등 재활용 가능한 것들은 그들대로, 그리고 나머지 녀석들은 일반 종량제 봉투에 넣어서 가져간다. 이렇게 하면 실수 없이 작업을 금방 마무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간혹 상자째로 가져와 번잡한 현장에서 처리하는 분들이 있다. 시간도 많이 소요될 뿐 아니라 구분하지 못하는 쓰레기들을 다시 집으로 가져가기 뭐하다 보니, 슬쩍 구석에 놔두고 가거나, 엉뚱한 곳에 놓고 가려다 관리사무소 직원에게 발각되어 망신을 당하는 경우를 종종 목격하게 된다.
그러한 광경들을 볼 때마다 나는 법문을 떠올린다. ‘마음이 경계를 당하여 넉넉하고 급함이 골라 맞아서 군색과 실패가 없기로 하면 미리 연마하는 생각이 있어야 할 것이요.’ ‘응용하기 전에 응용의 형세를 보아 미리 연마하기를 주의할 것이요.’라는 법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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