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과 내가 돕지 않아서입니다

내 자신도 아직, 이웃의 고통에 둔감하게
살아가고 있음을 느낀다.

지난 13일에 프란치스코 교황의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사진 한 장.
프란치스코 교황은 바티칸 성베드로 대성당에서 열린 특별미사에 유럽과 아프리카에서 온 노숙인과 빈민, 피난민 6,000여 명을 초대하여 귀빈석에서 설교를 듣게 하였다. 덥수룩하게 수염을 기르고, 찢어지고 얼룩진 옷을 입은 노숙인들이 중앙 제단과 가까운 귀빈석에서 추기경, 고위 성직자들과 함께 앉아 설교를 들은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들은 미사 전날 밤 교황의 초대로 영화음악의 거장인 엔니오 모리꼬네의 특별 콘서트도 관람했다.
그 자리에 함께 했던 노숙인들과 빈민, 그리고 피난민들의 마음은 과연 어땠을까? 부담스런 자리일수도 있었겠지만, 아마 벅차오르는 기쁨과 사랑으로 삶에 희망과 용기를 얻을 수 있지 않았을까.
교황은 이날 미사에서 “신과 이웃은 인생에서 가장 가치 있는 재산”이라며 “여기 성베드로 대성당을 비롯해 천국과 지상의 모든 아름다운 것들은 언젠가 쇠하기 마련이지만, 신과 이웃만큼은 우리 삶에서 떼어놓을 수 없다.”고 설교했다
즉, 우리 삶에서 진리와 이웃을 떼어놓으면 안 된다는 말이다. 교황의 말씀처럼, 우리는 우리의 삶에서 이웃을 살피고 함께해야 한다. 이웃의 고통에 둔감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종교인으로 살아가는 내 자신도 아직, 이웃의 고통에 둔감하게 살아가고 있음을 느낀다.
내가 삶의 표준으로 삼는 길광호 교무님의 말씀을 다시 한번 되새겨본다.
“만일 우리의 이웃이 굶어 죽는다면, 그것은 법신불 사은님이 돕지 않아서가 아니라 당신과 내가 돕지 않아서입니다. 만일 우리의 이웃이 죄악에 시달린다면, 그것은 법신불 사은님이 가호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당신과 내가 나서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지금 어느 길을 선택해서 걸어가고 있는가. 사은님을 탓하는 길로 가는가, 아니면 내가 노력하지 않음에 대한 반성의 길로 가고 있는가.
길의 방향에 따라 세상의 평화와 안락함이 만들어진다. 세상과 이웃의 고통에는 관심 없이 나만 생각하는 욕심과 이기심에 사로잡혀 살아가는 삶이 되지 않기를….
내 주변에 조금만 더 관심을 가지고 살피고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주기를 바란다.
원불교도 좀 더 어려운 이웃에 관심과 참여가 깊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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