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대구로 간다

무섭거나 두려운 마음이 나지 않았다.
그 현장에 서는 것에 주저함이 없었다.

글. 강명권

3월 5일, 작년 고성 산불 때 함께 활동했던 KT희망나눔재단에서 연락이 왔다.
“교무님, 대구 119 소방공무원들이 식사가 필요하다고 하는데 혹시 같이 가실 수 있는지요?” 안 그래도 대구에 대한 생각이 많았는데, 다른 때와 달리 이번 사안은 교단의 허락이 있어야 가능하기 때문에 상의를 하고 연락을 드린다고 했다. 오후 3시가 넘어 총부 대책위원회로부터 “조심히 잘 다녀오라.”는 연락을 받았다.
그때부터 바쁘게 내려갈 준비를 하였다. 물품은 조리를 담당하고 계시는 유타원 김도원 교도님께 부탁을 드렸다. 사실 일반적인 재난 지역이면 유타원님을 모시고 가겠지만, 이번은 준전시 상황이라 어떻게 될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 함께 갈 수 없었다. 협조를 요청한 KT희망나눔재단에서도 ‘최소 인력’이 따뜻한 밥과 국만 만들어주면 된다고 하였다.
나와 후배교무 두 명만 현장에 내려가기로 결정하고 급식에 필요한 물품들을 챙겼다. 대구에 내려가면 10일간의 현장 활동 후에 14일의 자가격리를 해야 하기 때문에 구청 업무, 봉공회 업무, 정부와 시민사회 업무 등에 필요한 자료와 물품들을 함께 챙겼다.

준비는 새벽 다섯 시가 다 되어서야 마쳐졌다. 빠진 것이 없는지 다시 살피고 대구로 향했다. 대구로 가는 동안 잠을 좀 자야지 했는데, 잠이 오지 않았다. ‘지금 우리는 무슨 마음으로 대구로 향해 가고 있는가, 어떻게 하려고 하는가, 다녀와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등등을 생각해본다. 지난 16여 년 동안 원불교봉공회의 이름으로 재난 현장이든 자원봉사계이든, 정부와 시민사회단체를 만날 때는 항상 우리의 활동이 교단에 누가 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했다. 또한 일부러 드러내려고는 하지 않았지만 우리를 통해 교단의 모습이 잘 나타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다.

이번 대구행 결정도 그런 마음이었다. 한 달여 동안 우리 사무실 업무가 정지 되더라도, 정말 죽음의 위기가 있는 현장이라 하더라도 무섭거나 두려운 마음이 나지 않았다. 그 현장에 서는 것에 주저함이 없었다. 오히려 그런 현장에 가지 못할까 하는 두려움만이 있었기에 우리에게 그런 기회가 주어진 것과 이런 현장에 함께 할 수 있음이 감사했다.
8.15 해방 이후 교단은 정말 어려운 상황에서도 해외에서 들어오는 동포들을 위해서 전재구호동포사업을 열고 80여만 명에게 지원 사업을 하였다. 그때를 상기해본다. 우리의 손길이 필요한 그분들을 위해 우리는 대구로 가고 있다. 그럴 수 있어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후원 | 하나은행 714-910060-49105 재단법인 원불교   문의 | 원봉공회 02)823-4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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