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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삶을 옮겨주는, 이삿짐센터 2018년06월호


삶을 옮겨주는, 이삿짐센터

행복 가득 싣고
새집으로 이사가요~
취재. 이현경 기자 

“봄·가을은 이사 철이죠~.”
짐만 오가는 게 아니라 정겨운 말도 오간다.
오전 9시경, 연이어 들어오던 화물트럭들이 다세대주택 이층집을 중심으로 멈춘다. 곧이어 열어놓은 베란다 창문 너머로, 각방에 한 명씩 들어가 이삿짐을 포장하는 모습이 보인다.
오늘 윤영균 씨와 함께 작업하는 이는 총 3명. 이들에게 박스테이프와 커터칼은 필수고, 뒤이어 연장통과 에어캡, 가구에 덧씌우는 커버들까지 차례로 등장한다.

“이 방은 누구 방이에요?”
“바닥에 놓인 책은 뭐죠?”
포장 상자에 방 이름과 물건을 표시하기 위해, 또는 가져갈 짐인지 아닌지를 구분하기 위해 질문은 계속된다.
그러면서도 이미 주위에선 “쫙-쫙-.” 둥글게 말린 테이프가 펼쳐치는 소리가 시원하게 들린다. 그 소리에 맞춰 천장과 바닥 사이를 지탱하고 있던 옷걸이가 가지런히 모여지고, 길게 늘어져 있던 커튼도 둘둘둘 몸을 감는다. 이렇게 또 하나의 작은 방과도 같은 파란색 상자에 물건을 담으면 이사를 위한 한 단계가 끝. 차곡차곡 쌓아 올려지는 상자는, 방에서 거실을 지나 더 넓은 곳으로 나아갈 때를 기다린다.

한편, 주방에서는 팽팽히 펼친 에어캡을 가위 대신 상자의 날개에 대고 일정한 크기로 잘라내는 노하우가 발휘되고 있다. 이처럼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는 작업은 급박함보다 노련함이 묻어난다. 그러나 “음료수랑 물 좀 드세요.”라며 말을 건네는 쪽에서는, 중년 부부의 시원섭섭함이 풍긴다.

그런데도 어느 하나 찡그리는 사람은 없다. 일에 집중하는 순수함, 서로 마주 보며 말할 때 보이는 웃음뿐이다. 더구나 중년 부부네 친척까지 찾아와, 일하는 이들의 주위를 맴돌며 일을 거든다. 놀라움과 고마움에 “아이고, 왜 여기 계세요?”라고 묻는 윤 씨. 이에 능청스럽게도 “사장님 미소가 아름다워서요.”라고 대답하는 아주머니의 말에 한바탕 웃음바다가 된다.
흡사 잔치라도 열린 듯한 활력이 감도는 때, 밖에서는 주인 부부네 바깥양반이 어디론가 전화를 건다. “저희가 이사를 하려고 하는데 차를 다른 데로 옮겨주시겠어요?” 삶은 이웃들의 배려가 있어야 다른 곳으로 이동할 수 있다.
이윽고 너른 거실 곳곳에 자리 잡았던 물건들이 한 곳에 얼추 모이자, “영균이 형, 영균이 형. 충분해~.” 바깥에서 윤 씨의 동생뻘 되는 작업자가 큰 소리로 말한다.
“형들은 내 말을 들어야 해.”

그 말에 윤 씨가 2층 베란다 밖으로 고개를 내밀더니 오케이 사인을 보낸다.
윤 씨가 자신의 차를 2층 높이의 베란다 밑에 주차하자, 덥석 트럭 짐칸에 올라선 동생뻘의 작업자. 실내에 있는 작업자들이 베란다 문을 떼어내자, 싱그러운 봄바람이 안으로 불어오고 흰 나비 한 마리도 지나가고 새소리도 제법 크게 울린다. 그렇게 이사를 위한 전주가 끝나자, 짐을 내려 바로 트럭에 쌓는 본격적인 작업이 시작된다.
“와 이거 정말 무겁다. 확 놔버리면 어떡해! 동생 하나 있는 거 잡으려 그래?”
무거운 짐을 내릴 때면, 2층에 있던 누군가가 재빨리 1층으로 내려가 짐을 같이 받는 일이 반복된다.

“이건 동전만 몇백만 원 들었나 보네.” 짤랑짤랑거리는 묵직한 통을 들으며 한 마디 덧붙여 본다거나, “항아리 다 나가나요?”라고 말하며 무심코 베란다에 있는 항아리 뚜껑을 열어보기도 한다. 그 항아리 속에 숨겨진 작은 항아리들을 발견하는 장면에서, 주인집 부부의 어머니 이야기가 나오고, 시골의 장맛이 어떻다는 감상까지 사람 사는 얘기가 구수하고 진하게 펼쳐진다.

“내 차 가다가 주저앉으면 어쩌려고~.” 라는 윤 씨의 목소리가 들린다. “내 차 아니잖아. 나는 모르오. 하하하.” 그렇게 한 대의 짐 싣기가 완료되었다. 이렇게 두 대, 세 대…. 높게 쌓인 짐 위에 올라가 끈으로 꽁꽁 묶어 단단히 고정하는 일까지 완료되면, 드디어 새집으로 출발! “가는 데가 어디예요?”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을 조금만 듣고서도 윤 씨는 금방 익숙한 길을 읊는다. “알아요. 그 근처도 제가 해준 거예요.”
마치 화룡점정, 용의 눈을 그리는 것으로 그림을 마무리하는 화가처럼, 이들은 이웃의 이전 삶을 정리하는 마침표를 함께 찍는 동시에 새로운 삶의 문을 활짝 열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