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디 좁은 사잇길을 지나

글. 강명권

 격주 화요일은 동자동 쪽방에 계시는 어르신들을 뵈러 가는 날이다. 오늘은 가정파견봉사자가 한 분 뿐이고 간식도 무거워서 사무실 직원과 함께 가기로 했다. 사무실 건너편 화려한 건물 뒤로 1,200여 가구가 사는 쪽방촌이 있다. 그곳에서 가족 단위로 사는 경우는 20세대도 안 되고, 아이들은 10명도 없다. 대부분은 홀로 살고 계신 어르신들이다.

 가장 먼저, 늘 배우기를 좋아하는 남자 어르신의 집에 찾아갔다. 술은 드시지 않는다고 하셨는데 복용하는 약에 취하셨는지 속옷 차림으로 잠에 빠져계신다. 방은 발 디딜 틈 없이 어지럽혀져 있고, 열기에 숨이 막힌다. 방 한 쪽에 있는 선풍기와 환풍기를 틀려고 들어갔음에도 깨지 않고 곤히 주무신다. 저녁에 다시 오기로 하고 다른 분의 방으로 향했다. 그곳도 마찬가지로 숨이 막힐 만큼 열기가 가득하다. 가끔 뉴스에 나오는, 눈살이 찌푸려질 정도로 열악한 모습이 이곳의 자화상이다.

 쪽방촌 집들은 대부분 언덕이나 고개를 올라가야 있고, 상식적으로는 전혀 생각할 수 없는 곳에 위치하고 있다. 얼마 전 방을 옮기셨다는 86세 할머니를 만나러 가려는데, 앞서가던 교도님이 “교무님이 이곳에 들어오실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라고 외치신다. 엄청나게 좁은 골목이라 여자 교도님인데도 정면으로 가지 못하고 옆으로 돌아 게걸음으로 겨우 지나가고 계신다. 노숙인 급식을 하면서 남은 밥이 아까워 다 먹는 버릇 때문에 나온 배로 겨우겨우 비집고 들어갔더니 할머니가 반갑게 맞이해주신다. 할머니 방만 있는 게 아니라 옆으로도, 앞뒤로도, 2층까지 방이 들어차 있다. 병원 침상도 보인다. 그 침대는 여기로 어떻게 들어왔을까?
이곳 동자동에는 이런 미로 같은 집부터 꼭대기 집, 지하 집 등 다양한 집들이 있다. ‘에이 설마, 정말 저기에 방이 있다고?’라는 의심이 절로 든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여름에는 열병으로 돌아가시지 않는 것만 해도 다행일 정도다. 우리의 방문이 그분들에게 작은 행복과 위로가 된다고 하니 자주 찾아뵈어야 할 것 같다.

 저녁 7시가 넘은 시각. 낮에 비어있던 방들을 다시 찾아갔다. 약에 취해 누워 있던 분이 깨셨기에 “아까 왔었는데 주무시고 계셔서 다시 왔습니다. 혹시 지금이라도 방을 치워드릴까요?”라고 여쭈었다. 그분은 “괜찮다.”며 집에서 따로 할 것이 없다보니 물건을 꺼내고 다시 넣는 것을 반복하며 시간을 보낸다고 했다. 그 말을 들으니 ‘그 좁은 방에서 얼마나 답답하실까.’ 생각이 든다.

 다음 집 어르신께선 오늘 우연히 친구를 만났다며 즐거워하셨다. 친구가 마땅히 갈 데가 없어 잠시 같이 살기로 했다면서, 친구가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하신다. 사실 당신 방도 크지 않을뿐더러 하루 벌어 며칠을 써야 할 정도로 형편이 넉넉하지 못한데도 친구에게 도움을 줄 수 있어 다행이라는 것이다. 넉넉히 도와드릴 수 없음에 마음 한구석에 아쉬움과 죄송함이 피어난다.

 ‘사은님~ 제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분들에게 보다 큰 꿈과 희망을 키워 드릴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요? 그들에게 희망을 나눠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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