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인(手印)

글. 장진영(진수) 원광대학교 마음인문학연구소장·교무

일반적으로 좌선을 할 때, 좌법과 함께 수인(手印)을 사용한다. 흔히 무릎 위에 가볍게 쥔 손을 올려두거나 아랫배(단전)에 두 손을 겹쳐 두는 경우 등이다. 무불상(無佛像) 시대에 발견된 수인으로는 합장인(合掌印)이 거의 유일하다. 하지만 간다라 시대를 거치면서 다양한 수인이 등장하며, 이후 밀교 시대에 정교하게 다듬어졌다 (<붓다는 결가부좌를 하지 않았다> 이영일, 수련하는 돌).
대표적으로 붓다의 5대 수인(根本五印)이 있다. 먼저 붓다가 선정에 든 모습인 ‘선정인(禪定印)’ 혹은 ‘삼매인(三昧印)’을 들 수 있다. 가부좌로 앉아서 두 손을 아랫배에 겹쳐놓은 모습이다. 다음으로 이 선정인에서 오른손을 무릎 위에 얹고 그 손가락을 땅에 가볍게 대고 있는 ‘항마촉지인(降魔觸地印)’ 혹은 ‘지지인(指地印)’이 있다. 이는 성도 직전에 붓다가 마왕의 유혹과 위협을 물리칠 때 취했던 수인이다. 다음으로 붓다가 처음 설법을 할 때 취했던 ‘전법륜인(轉法輪印)’ 혹은 ‘설법인(說法印)’이 있다. 이는 양손을 가슴 앞에 두고 왼 손바닥은 안으로, 오른 손바닥은 밖으로 향하되 각각 엄지와 검지를 맞붙여 법륜을 상징케 한다. 다음으로 오른손(혹은 왼손)을 어깨높이까지 올리고 손바닥을 밖으로 향하게 하여 중생의 두려움을 없애주는 ‘시무외인(施無畏印)’과 왼손을 내려서 손바닥을 밖으로 향하게 하여 중생의 원(願)을 다 들어주는 ‘여원인(與願印)’ 혹은 ‘시원인(施願印)’이 있다. 이 두 수인을 함께 ‘통인(通印)’이라고도 하며, 여기에 붓다가 탄생 직후, 한 손은 하늘, 다른 손은 땅을 가리키며, ‘천상천하유아독존’이라 한 것에서 유래한 ‘천지인(天地印)’을 5인에 포함하기도 한다.
그 외에도 비로자나불(법신불)의 수인인 ‘지권인(智拳印)’ 혹은 ‘보리인(菩提印)’ 이 있는데, 이는 왼손 검지를 오른손으로 감싸되 오른손 엄지가 왼손 검지 끝이 서로 맞닿게 한 모습이다. 이는 중생과 부처, 미혹함과 깨달음, 이(理)와 지(智)가 원래 하나라는 의미를 지닌다. 그리고 아미타불의 수인인 ‘미타정인(彌陀定印)’이 있는데, 이는 9품(상품·중품·하품 각각에 상생·중생·하생을 나눔) 정토를 상징하는 9가지 수인으로 되어 있다.
티베트 불교의 밀교(금강승)에서는 이 수인을 삼밀가지(三密加持) 중 하나로 중시한다. 여기서 가지(加持)는 가피(加被), 섭지(攝持)의 뜻이다. 삼밀가지는 중생과 부처의 본성이 본래 평등하므로 일상의 신·구·의 삼업이 그대로 부처의 신·구·의 삼밀(三密)과 차별이 없음을 깨닫게 하는 수행으로 신밀(身密)은 수인(mudra), 구밀(口密)은 진언(mantra), 의밀(意密)은 부처와 중생이 둘 아님을 관하는 것이다.
이상의 수인 중 좌선 중에 하는 가장 일반적인 수인이 선정인인데, 인도 에서는 오른손을 위에 두었다면, 중국에서는 주로 왼손을 위에 둔다. 실제 이는 좌음우양(左陰右陽)의 이치에 따른 것으로 왼손이 위로 가는 수인은 수기(水氣)를 오르게 하고, 심신을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본 것이다.
다만 소태산 대종사는 좌우의 음양을 주로 따지지는 않았던 것 같다. 실제 좌법에서도 반좌(盤坐)로 편안히 앉되, ‘다리가 아프면 잠깐 바꾸어 놓는 것’도 좋다고 하였으며, 수인의 경우도 별도로 언급하고 있지 않다. 소태산은 좌법과 수인을 통해 음양의 조화를 이루는 방식과 달리 단전주(丹田住)를 통해 수승화강(水昇火降)을 이루게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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