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는 진리가 키워주시죠

정공원, 최경윤 일원부부

취재. 김아영 기자

동이 터오는 어스름한 새벽.
최경윤 씨가 자전거를 힘차게 굴린다. 일평생 가꾼 딸기 비닐하우스까지는 15분 남짓, 그는 그 시간 동안 마음을 모아 아침 심고를 올린다. 딸기가 건강하게 자라길, 사람들이 행복하길, 또한 세상이 편안하길. 비슷한 시간, 축사에 도착한 정공원 씨의 기도도 마찬가지다. 정성스런 손길에, 그의 발길을 따라 소들이 움직이며 먹이를 먹는다. 정공원·최경윤 부부(본명 권기·영숙, 군서교당)가 평생을 일군 땅은 그들에게 일터이자, 진리에 어긋남이 없는 공부의 터이다.

엄마의 정성
“농사는 부모가 아이를 키우듯이 그렇게 정성으로 지어야 해요. 땅과 농사는 거짓이 없죠.” 태어나서 지금까지 평생을 군서면 매산리에서 농업과 딸기, 축산업을 하며 고향 땅을 지켜온 정공원·최경윤 부부. 6천 평 드넓은 비닐하우스와 논과 밭, 축사를 오가다 보면 새벽 어스름한 하늘은 어느새 저녁노을로 덮인다. 군 제대 후 시작한 농사가 어언 50년, 이제는 영광에서 일가를 이루었지만 부부의 부지런함과 배움은 여전하다.
“영광 군서에서 처음으로 하우스 딸기를 시작했어요. 40년 전이죠. 시행착오도 많았지요. 지금처럼 비닐하우스에 전기가 들어오는 것이 아니어서, 날이 추워지면 결실을 맺지 못할 때가 많았어요.” 더구나 딸기는 금방 물러지고 농사기술 또한 복잡했다. 하지만 선진농업으로 소득을 증대하고 고품질 농산물을 생산하겠다는 정공원 씨의 고집과 의지는 전남대학교 시설원예학과 입학으로 이어졌다. 또 축산경영을 위해 순천대학교 영농교육원에서 축산을 전공하고, 서울대학교에서 농업정책과정을 공부했다.
주경야독 결과는 양액재배, 자동관수, 자동개폐기, 환풍기, 제습기 등 남들보다 빠른 시설원예 현대화를 통한 소득 증대와 고품질 농산물 생산이었다. 그의 농장을 보기 위해 다른 지역에서 견학을 오기도 했다. 아내 최경윤 씨가 “남편이 열심히 공부한 덕분에 농사나 농업경영에서 현대화를 이룰 수 있었답니다”며 슬쩍 남편 자랑을 내비친다.
“우리 지역 경제가 살아야만 지역의 경기가 회복된다고 봐요. 낙후된 농어촌 경제는 어제 오늘의 현실이 아니지요. 그래서 열심히 공부하고 배운 것도 있어요.” 누구나 같은 마음이겠지만 내가 태어나고 자란 내 고향이 잘 살기를 바란다는 정공원 씨. 새로운 농업기술을 두려움 없이 받아들이고, 새마을사업으로 마을 진입로를 만들고, 영광군 농업경영인회장, 영광농협이사, 영광군의회 의원을 역임하며 지역발전에 앞장선 것도 같은 마음에서였다. 지역 일이 많으면 아침에 더 일찍 일어나 농사일을 하면 될 터. 올해에는 민족통일영광군협의회장으로서의 공로를 인정받아 국무총리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아내가 뒷받침 해줬기에 공부도 하고 지역일도 할 수 있었죠. 아내한테 제일 고맙지요.”

일원상처럼 둥글둥글
“농사는 쉬운 게 없어요. 느닷없이 태풍이 오고 우박이 내릴 때도 있고, 전염병이 돌 때도 있지요. 코로나19도 농산물 판매에 영향을 미쳤어요.” 한순간도 안심할 순 없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농사는 거짓이 없다는 것. 일한 만큼 수확할 수 있기에, 부부는 농사는 진리가 키워주시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기에 농작물에게 거는 말 한마디도 허투루가 없는데…. 최경윤 씨는 매일 아침 하우스에 들어설 때마다 “고맙다. 예쁘다” 인사하고, “행복하고 건강하게 잘 커라”고 응원을 건넨다. 식물이 ‘나’와 감정을 교감하는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 될 은혜임을 알기 때문이다.
“어렸을 때 도양교당에서 입교해 학생회를 다녔어요. 친정과 시댁 모두 일원가족이지요. 행동과 말이 어딘지 모르게 달라요. 일원상처럼 둥글둥글하죠.”
일원가족이기에 결혼했고, 일원가족이기에 더 통하는 게 많다는 부부. 그러기에 농사를 짓는 태도 또한 닮은 부부에게 땅은 일터이자 공부터인데. 정공원 씨 가슴에 달린 일원상 배지가 그의 마음처럼 반짝인다.
“이제는 욕심 없어요. 교도회장으로서 열심히 공부하고, 지역을 위해 봉사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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