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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나상호 교정원장 2022년01월호

원불교가 웃어야
세상이 웃는다

나상호 교정원장

취재. 장지해 편집장

교당에서 좌선을 할 때는 없던 번뇌가 교정원장 취임과 동시에 찾아왔다.
‘이 일은, 저 일은… 어떻게 해나가야 할까?’ 그러다 어느 날 대각전에서 좌선을 마친 후 불단에 자리한 법상을 묵연히 쳐다보며 ‘어떻게 해야 합니까?’라는 질문을 던진 나상호 교정원장. 그러자 ‘걱정 마라. 네 안에 있는 법신불만 온전히 잘 모시면 사은이 도와주실 것이다’라는 메시지가 마음으로 들어왔다는데….
“이후로 번잡한 생각이 들 때마다 그 마음의 메시지를 되뇌었어요. 그랬더니 한두 번의 고비가 잘 넘어갔지요. 교정원장이라는 자리는 조정하고 조율하는 일을 하는 거잖아요. 많은 선후진 출·재가 교도, 전문가, 총부 간부들의 지혜를 빌려서 ‘같이’ 해나가려고 합니다.” 그 다짐을 간단히 엿볼 수 있는 행보 하나. 그는 현재 어려운 교화 현장에 직접 전화하기를 실천하고 있다. 전화 한 통을 통해 한 기운으로 통하고자 하는 염원을 담는 것.
그동안 나 교정원장은 교정, 감찰, 교화, 언론 등 교단 내 다양한 분야를 경험해왔다. 지난해 코로나19라는 외부적 어려움에 더하여 새전서 사태로 촉발된 내부적 어려움을 겪고 난 혼란 속에서도 차근차근, ‘다시 출발’의 한 발을 떼보는 참이다.

● 어려운 시기에 중책을 맡았습니다.
“교당 교무 직분에 충실했을 뿐, 책임이 맡겨질 거라고는 생각을 못했어요. 인연있는 출·재가 교도님들이 ‘어려운 시기에 일을 맡게 되어 고생하겠다’면서 저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는 말씀을 해주시는데, 그게 모두 우리 교단을 위한 기도와 염원이라고 여깁니다.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에, ‘함께 한다’는 생각으로 해나가려고 해요.”

지난 11월 3일, 나 교정원장은 중앙교의회에서 취임사를 통해 11가지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그 중 최우선 과제는 교화 상황을 코로나19 이전으로 회복하는 것. ‘교화여건 안정화(출가교역자 후생복지 문제)’와 ‘디지털 문화시대에 맞는 교화환경 구축’도 주력할 사안이다. 취임사 말미 “교정원장이 필요해 불러주시는 곳이라면 최대한 가겠다. 부담갖지 마시라. 감자 한 상자면 족하다”는 말은 잔잔한 웃음과 함께 깊은 인상을 남겼다.

● 지난 8개월 여 동안 교단이 큰 어려움의 시기를 보냈는데요.
“원기 106년에 우리가 겪은 어려운 시간의 발단은 새전서 사태였지만, 사실은 그간 누적되어 있던 여러 문제들로부터 비롯된 거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다만 코로나19로 인해 교당생활이 멀어진 상태에서 소식을 접하다 보니 재가교도들이 충격을 크게 받았죠. 해법을 찾아가는 데 있어 충분한 토의를 거치는 경로가 취약했던 부분도 분명 있어서, 소통 방법을 다양하게 열어가려고 해요.”

나 교정원장은 관행으로 이어오던 비효율적 요소를 찾아 바꾸는 것과 동시에, 여론 형성에 있어서도 교단 4대의 주류세대인 젊은 세대(2040)의 의견 개진 장도 마련해나갈 예정이다.

● 이번 교정의 핵심 정책은 무엇인가요?
“세부 목표는 새 교정 구성원과 합의하에 정할 것입니다. 다만, 교정 핵심 가치는 ‘사람·공감·미래’예요. ‘사람’은 재가·출가 전 세대를 귀하게 모시는 정책 방향을 말하고, 어떤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하는 데 있어 교당 구성원들의 ‘공감’을 얻은 가운데 진행해나가겠다는 거죠. 또 디지털 문화시대에 맞는 ‘미래’에 대한 구상을 교단 4대 계획에 담으려고 합니다.”

그는 어떤 근무지에서든 ‘관행대로 하는 것’을 지양해왔다. 작더라도 새로운 시도를 하나씩 쌓아가며 변화를 만들어온 것. 새로운 시도를 특별히 어려워하거나 두려워하지도 않는다. 우리에게는 소태산 대종사 당대 때 공사로 이뤄진 의견 제출을 통해 농공부와 산업부 등이 만들어진 역사가 있지 않던가. 공사정신으로 하면 무슨 일이든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 교화활성화에 대한 고민도 많을 것 같습니다.
“교화활성화 방안을 지구나 교구 단위 내에서만 풀려고 하면 특정 공간(지역)에 갇혀서 한계가 생겨요. 오히려 비슷한 조건(농촌 20명 출석 교당, 중소도시 30명 출석 교당, 노년층 비율이 많은 교당, 외국인을 주 대상으로 하는 교당 등)끼리 직접 또는 온라인으로 만나 토의하며 해결방향을 찾아가는 게 더 효과적일 수 있죠. 전문가가 그룹에 함께 참여하면 더 좋고요. 지역의 한계에 갇히지 않는 그룹핑을 시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교화활성화와 관련, 그는 출가교역자들이 마음껏 활동할 수 있는 최소한의 경제적 여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에 교역자 후생복지 해결을 위해 교정팀이 바뀌어도 지속가능한 구조를 만들고자 유휴부동산 정리 외의 방법도 연마 중이라고. 또 젊은 세대 교화에 대한 중요성은 물론이고, 현실적으로 초고령화시대인 점을 감안해 이와 관련된 교화 프로그램도 함께 준비해야 함을 강조했다.

● 중앙총부에 대한 불신이 많습니다.
“총부가 불신을 받아온 가장 큰 두 가지 이유를 꼽자면 소통 부족과 정책의 지속성 부족이었던 것 같아요. 한정된 예산으로 일을 하다 보니 운신의 폭이 좁아 크게 변화를 못해왔고, 교정원 인사가 3년마다 바뀌다 보니 현장에서 믿지 못할 수밖에 없었지요. 다만 소통에 대한 문제 제기는 각별히 수용할 점이라 생각해요. 그러다 보니 총부 구성원들에게 ‘총부가 제대로 가야 교단이 제대로 간다. 관행대로만 하면 안 된다’라는 주문을 계속 하고 있죠. 총부 간부 연수에서 ‘총부가 웃어야 교단이 웃는다. 총부가 힘차야 교단이 힘차다’라는 표현이 나왔는데, 관행을 창의적 사고로 변환해서 훈훈한 총부, 성스러운 성지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지방 중소도시에 위치한 교정원의 환경적 한계는 어떻게 극복해나갈 예정인가요?
“수도권에 인구가 밀집될 수밖에 없는 구조는 우리가 바꿀 수 없어요. 인정을 해야죠. 정치, 행정적인 부분은 서울 아래로 내려온다 하더라도 서울을 벗어난 문화와 경제는 생각하기 힘든 게 분명한 현실이거든요. 그러다 보니 아무래도 보고, 듣고, 경험하는 것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어요. 총부 서울사무실에서는 그곳에서 보고 들은 문화와 정보를 익산총부와 공유하고, 중앙총부에서는 이를 정책에 반영하여 지방에 어떻게 전달할지 고민해야죠. 교정원을 학습조직화하고, 특강 등을 통해 최근 정보를 접하며 창의적으로 개선해가는 시도를 하려고 해요.”

● 교정참여에 있어 재가·출가 균형에 대한 요구도 높습니다.
“다른 것보다도, 의사결정 구조 안에서 출가 일방으로 한다는 불만이 높은 것 같아요. 반면 출가교도들도 어려운 여건에서 맡은 일에 전념하며 나름대로 애를 쓰고 있고요. 사안에 따라 균등하게 해야할 부분은 합의를 통해 조정해가야지요. 재가들의 교정참여 방법에 있어 현행법상 가능한 부분은 먼저 활용하려고 해요. 우선적으로 각 교구교의회의장들로 구성된 중앙교의회의장단들과 격월로 만남을 시작했어요. 만남을 지속하다 보면 가시적인 변화가 생기면서 정착도 되겠죠. 재가든 출가든, 많이 만나면서 의견을 청취하며 개선점을 찾아가겠습니다.”

● 시대에 필요한 원불교 역할에 대해 고민이 많습니다.
“국민 1인당 GNP가 2만 달러 이상이 되면 종교에 대한 관심도가 떨어진다는 건 선진국에서부터 통계로 밝혀졌어요. 우리나라도 같은 추세에 접어들었다는 현실을 인정해야죠. 그렇게 보면 우리 역시 지금까지 해왔던 방식으로만 고집할 수 없어요. 새로운 시대, 새로운 세대에게 맞는 접근 방법을 찾아야 하는 이유죠.”

‘디지털 환경이 주가 아니던 시대의 교화방법을 고수하면 시대에 뒤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하는 나 교정원장. 디지털 환경은 공간적으로나 시간적으로 한계가 없기 때문에 작은 교단이자 신생 교단인 우리에게 오히려 유리할 수 있다고 덧붙인다. 관건은 콘텐츠(내용). 원불교의 개교정신인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는 시대를 막론하고 일관된 메시지 아니던가. ‘물질개벽’이 전제된 시대의 사람들에게 행복하고 지혜로운 생활의 길을 어떻게 열어줄 것인가를 고민하며 삶의 구체적 문제에 대한 답을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에 담아 널리 공유해야 한다는 것. 법회를 중심으로 한 문화도 변화를 꾀해야 하고, 교당이 교도들만의 법회 의식 공간에 머물지 않는 도심 속 힐링 공간으로 개방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 표준삼는 법문을 소개해주세요.
“일원상 서원문의 ‘우리 어리석은 중생은 이 법신불 일원상을 체 받아서…’라는 구절을 늘 새겨요. 공부하는 입장에서 우리는 모두 ‘어리석은 중생’이잖아요. 지혜가 완전히 열리지 않았다는 것을 받아들이면 결코 자만할 수 없고, 안주할 수 없어요. 또, ‘은현자재’라는 말이 좋아요. 숨고 나타남의 양면을 아울러보며 여유 있게 취사하도록 하는 지혜로운 법문이죠. 공부인이라면 <정전>과 <대종경>에 나오는 법문으로 깊은 사유를 해야 해요. 내 의식 속에 사용하는 법구(法句)는 <정전>과 <대종경>의 법구들이 주류가 되어야 교조정신이 살아난다고 생각하거든요.”

● 행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각자 자기 안에 있는 귀한 마음을 잘 지키면서도, 함께 나누고 공유하는 마음이 중요한 것 같아요. 남보다 내가 조금 여건이 좋을 때 그것을 혼자서 다 차지하지 않고 나누면 행복의 길로 가는 방법이 돼요. 대학 졸업 후 출가를 허락받을 때, 아버지가 못마땅해 하시면서도 삶의 지침 세 가지를 주셨어요. ‘빈 솥단지 차고 다니지 마라(자력생활해라). 교도들이 내는 정재(淨財) 함부로 쓰지 마라. 사람 차별하지 마라.’ 결국 ‘함께’ 가는 게 행복의 비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