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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아름다운 희망에 대하여 2022년01월호

아름다운 희망에
대하여

1
검은 산은 새벽 선에 깊이 침잠해 미동을 않습니다. 어둔 골목길에는 아직 고요가 가득 깔렸고요. 간혹 얼어붙지 않으려는 듯 미세하게 흘러가는 강물소리만이 ‘쓰윽’ 낮은 기침소리를 쿨럭거리죠.
“끼룩 끼룩….”
아침 고요가 새들의 힘찬 날갯짓에 얼음이 깨어지듯, 화들짝 깨어납니다. 이내 겨울 강물 속으로 다시 풍덩 내려앉은 새들의 가벼운 비상. 간밤의 피로를 떨쳐내기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한가 봅니다. 그렇게 서서히 날이 밝아오고 새들의 비상시간도 길어지죠. 하루를 보내고 또 하루를 맞이하는 일에는 늘 시간이 필요합니다. 서서히, 말이죠.
그 하루가 한 달이 되고, 또 일 년이 되고, 일생이 되고, 영겁의 강으로 흐르겠죠. 부지런하되 서두르진 마시게요.

2
흰 눈이 억수같이 퍼부은 겨울이 있었습니다. 들판은 고요했지만, 깊은 산에서는 소나무 가지 꺾이는 소리가 신음처럼 울려 퍼졌습니다. 사람들도, 짐승들도 다 자기 보금자리에 갇혀 그 지루함에 혀만 끌끌 차고 있었죠.
“와, 눈이다~.”
눈을 즐기는 이는 철없는 아이들뿐입니다. 무엇이 그리 즐거운지…. 아, 여기엔 강아지들도 기꺼이 동행하겠죠.
세상살이는 우리를 얼마나 지치고 멍들게 하는지요. 그래서 세상의 빛깔은 자기 본색을 드러내기가 참 어렵습니다. 사람들은 자기 마음에 가득 물든 색으로 세상을 포장해버리기 때문이죠. 무채색마저도 간혹 기회주의자로 의심받으니까요. 빨주노초파남보…. 빛의 장난에 속지 마세요. 이마저도 거짓일 수 있습니다.
흰 눈밭에 서면 비로소 색깔의 굴레에서 벗어납니다.


3
목선 한 척 바람에 흔들립니다. 매서운 바닷바람에 ‘찌거덕’ 신음소리로 개펄 속에 더 깊이 몸을 박습니다. ‘외롭다.’ 웃음이 터집니다. 세상의 징검다리는 본래 혼자 고독하게 건너갈 수밖에 없는 길인걸요. 그러니 외로움은 어쩜 지구 주위를 수억 년 떠도는 달과 같은 것이겠죠. 더 다가갈 수도 더 멀어질 수도 없는 영원한 동반자. 그래도 바라볼 수는 있잖아요. 손나팔로 ‘그립다’고 큰 소리로 외칠 수는 있잖아요. 그럼… 괜찮아지잖아요….
함께 가도 외로운 게 세월인걸요. 수많은 빗방울이 산등성이로 떨어지지만, 정말 1㎝ 차이로 영원한 이별을 고하는 일이 얼마나 많은데요. 그뿐인가요. 설사 같은 냇가에 합류했더라도 금방 갈라지는 게 세월의 강물이잖아요. 나만 나로 알면 외로움의 껍질은 점점 두꺼워지고, 이 물 저 물이 다 한 물임을 알면 내 것 네 것이 없어 ‘풍덩풍덩’ 풍성해지겠죠.


4
우리는 살아가면서 나쁜 습관을 많이 들입니다. 내 눈으로만 보고, 내 귀로만 듣고, 내 코로만 들이마시고, 내 마음대로만 생각하는 습성 말이죠.
그래서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보려 하고, 듣고 싶은 소리만 들으려 하고, 내 생각대로만 움직이려 합니다. 그래서 의심하고 미워하고 짜증내고 욕하고…. 그렇게 속고 삽니다. 나를 속이는 놈이 나라는 걸…, 아세요?
또, 한 해가 선물처럼 손을 내밉니다. 시간은 일직선일지라도 세월은 돌고 돌아서 또 봄이 되고 또 겨울이 됩니다. 그래서 좋습니다. 새롭게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새벽문이 열리니까요. 그게 희망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