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깨어난 사람이
세상을 이끈다

유튜브 ‘법상 스님의 목탁소리’ 채널 운영하는 법상 스님

취재. 장지해 편집장

중학교 2학년 때 처음 만난 어느 스님이 말했다.
“너는 마음만 먹으면 뭐든 할 수 있는 사람이다.”
자신을 믿어주는 스님의 한 마디로부터 시작된 변화는 성적도 향상되게 만들었고, 외모도 변하게 했다. 자신이 변하자 아버지도 달라졌고, 그로 인해 어려웠던 가정형편까지 좋아졌다. 하나부터 열까지, 삶의 모든 부분이 변한 것이다. 그때 생각했다. ‘이게 종교의 힘이구나. 부처님에게 귀의하자마자 이렇게까지 인생이 극적으로 바뀔 수 있다니!’
경험한 놀라운 변화를 다른 이들에게도 전달하고 싶다고 꿈꾼 것은 그때부터. 동국대 불교학과에 진학할 때도, 이후 출가를 서원할 때도 그의 바람은 역시 ‘젊은이들을 포교하여 나처럼 행복하게 만들겠다’였다.
이후 군승법사로서 20여 년간 군대에서 젊은 청년들을 만나온 법상 스님(부산 대원정사, 유튜브 ‘법상 스님의 목탁 소리’ 채널 운영). 그는 현재 1999년부터 시작된 인터넷 마음공부 모임 ‘목탁 소리’를 통해 ‘종단과 종교를 뛰어넘는 불교운동이자 열린 마음공부’를 지향하며, 유튜브에서 유명한 마음공부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누적 컨텐츠 500여 개, 구독자 수 9만여 명에 이르는 이 채널에서는, 불교인도, 개신교인도, 무종교인도, 열린 마음으로 만나 함께 마음공부를 한다.

● 온라인 마음공부 공동체 ‘목탁 소리’를 소개해주세요.
“옛날부터 구상했다거나 앞날을 예견하고 만든 것은 아니고(웃음), 소박한 인연을 따라 자연스럽게 시작하게 됐어요. ‘목탁 소리’는 불교를 전파해서 불자를 만들려고 애쓰지 않고 괴로움을 해결하는 창구로서의 역할을 하는 게 목적이에요. 그래서 조직이나 모임(신도회)도 만들지 않죠. 누구든지 이곳에서 공부하며 괴로움을 해결하고, 그 경험을 자원 삼아 다른 사람들의 괴로움을 해결해주는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에요.”

출가 후 군승으로 입대하여 교회 주보를 참고해 법회보를 만들어 장병들이 이해할만한 불교 내용을 매주 한 편씩 실었던 법상 스님. 그렇게 1년 후 원고가 제법 쌓이게 되었을 즈음, 군종병과 PC방을 찾았다가 우연히 포털사이트 ‘카페 칼럼’란에 글을 하나 둘 올리면서 마음공부를 위해 온라인상에 모인 사람들을 알게 되었다. 천리안 등의 PC통신이 막 시작되던 시기, ‘목탁 소리’는 그렇게 탄생한 것. 계획하고 만들어진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마음공부 모임이라는 점이 눈에 띈다.

● 그 모임이 현재의 유튜브까지 확장된 건가요?
“유튜브도 채널은 7년 전에 만들었는데, 5년 정도 묵혔고 본격적으로 한 건 2년 가량 됐어요. 묵혀두었던 5년 동안 몇 개 안되는 콘텐츠에도 구독자가 천 명 가량 모여있었고, 본격적으로 시작하니까 무섭게 늘어나더라고요. 이런 과정을 경험하면서 개인적으로 생각의 전환, 발상의 전환을 하게 되었죠. 사실 과거 불교 단체들은 대부분 건물을 중심으로 성장했고, 그러려면 돈을 많이 필요로 했잖아요. 하드웨어에 다시 투자를 해야 하니까요. 그런데 제가 유튜브를 개설하고 대원정사를 운영하면서 보니까, 불사나 건물 짓는 명목으로 신자들에게 돈을 내라고 할 필요가 없더군요. 도량을 늘리거나 외형 키우는 데 신경 쓰지 않으면서도 충분히 법회를 볼 수 있고, 법을 전하는 일을 할 수 있는 시대가 된 거죠. 시대가 변화한 것을 직접 체감했고, 그러면서 눈이 뜨였어요.”

유튜브 ‘법상 스님의 목탁 소리’ 채널에서 열리는 일요일 실시간 일요법회만 해도 조회수가 3,500회에 이른다. 굳이 ‘법당’이라는 공간이 아니어도 누구나 제약 없이 함께 할 수 있는 시대, 절을 키우는 게 의미 없는 시대가 되었다는 생생한 증거의 일면인 것이다. 또 법상 스님은 설법에 어렵고 복잡한 단어나 개념을 쓰지 않는다. 이에 대해 ‘내 스스로가 그렇게 똑똑한 사람이 아니라서 그렇다’고 겸손하게 말하지만, 알고 보면 20대 후반부터 깨달음을 향해 치열하게 노력해온 결과다. 그리고 여기에는 ‘내가 예전에 몰랐던 것처럼, 많은 사람들도 모르지 않을까?’라는 배려도, ‘이 이야기를 듣고 저 사람이 가진 다양한 문제가 해결이 되었으면 좋겠다’라는 간절함도 담겼다.

● 이웃 종교를 신앙하는 분들이 남긴 댓글들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종교의 본질이 무엇일까를 고민하는 데에 많은 분들이 공감하는 것 같아요. 천주교, 개신교, 원불교를 나눈 후 각자의 구역 안에 있는 사람만 구제하는 것은 종교의 본질이 아님을 아는 거죠. 종교의 가르침은 현실과 동떨어져 있지 않고, 현실적으로 맞닥뜨리는 괴로움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자원을 가지고 있어요. 그것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서로 다른 종교’는 진실로 아무 상관없게 돼요.”

실제로 ‘목탁 소리’에서 함께 공부하는 이웃 종교 신앙인들 중에는 ‘마음공부를 하고 보았더니 진짜 하느님이 누구이고 진짜 신성이 무엇인지를 확연히 알게 되었다. 그래서 내가 하는 말과 성경에 대한 해설까지 완전히 달라졌다’는 감상을 전하는 이들이 많다. 삶의 곳곳에서 마음공부를 잘 하면 자기가 가진 신앙이 무엇이든 그 신앙이 더 깊어지고 더 좋은 효과를 가져옴이 생생하게 확인되고 있는 것. 법상 스님은 ‘불교에 귀의하지 않아도, 깨어남을 통해 자신이 신앙하는 그 종교 속에서 아름답고 폭넓은 해석이 나올 수 있으면 된다’고 자주 강조한다.

● 마음공부로 여러 종교가 하나로 만나고 있네요.
“20년 전과 정말 많이 달라졌다고 느끼는 것 중 하나가 시대의 열림에 따라 사람들의 마음도 열리고 있다는 것이에요. 옛날에는 자기가 속하거나 관심 있는 분야 한 가지만 깊게 파면 됐지만 이제는 ‘연결성’에 눈을 뜨지 않으면 안 되는 시대가 된 거죠. 요즘 자주 쓰이는 통섭, 융합 등의 단어 역시 시대 변화에 대한 반응이고, ‘저 종교를 욕하면 나도 욕 먹는다’라는 연결성이 시대적 키워드잖아요. 시대 자체가 열리고 있는 이런 상황에서 종교가 본질에 눈 뜨지 않고 도그마에 갇히면, 앞으로 외면 받을 수밖에 없어요.”

● 그렇다면 미래의 종교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요?
“작년부터 올해까지, 코로나19로 인해 인터넷이 더 발달하면서 그 어느 때보다도 사회와 전 세계가 통합·연결되고 있어요. 이런 변화는 마음공부하는 종교계에도 급격한 변동을 가져올 것 같아요. 열린 시대, 깨달은 시대이기 때문에 출가와 재가, 내 종교와 이웃 종교, 남성과 여성 등과 같이 둘로 나눠지던 갈등이 하나로 열려버리는 거죠. 종교가 시대를 이끌고 가야 한다는 기존의 고정된 사고는 이제 안 통해요. 대중이 시대를 이끌고 갈 것이고, 남자/여자, 종교/비종교에 관계없이 ‘먼저 깨어난 사람’을 중심으로 흐름이 재편될 거예요. 실제로도 재편되어 가고 있고요. 결국 종교들은 각자가 가진 소중한 가르침을 가지고 본질로 돌아가야 해요. 무조건 다 버리라는 것은 아니지만, 방편에 치우쳐 있던 것을 정리하고 핵심적인 가치를 되살릴 때 시대를 이끌고 가는 정신문화의 최정점에 설 수 있어요.”

● 깨닫는 방법을 알고 싶어 하는 이들도 많습니다.
“마음공부에 ‘방법’이 있다면 여기에서 저기로 가는 길이 따로 있어야 하고, 그 방법을 써야만 갈 수 있어요. 하지만 ‘방법’은 사실 모두 방편이죠. 방편을 써서라도 부처님께서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를 제대로 아는 게 더 우리에게는 중요해요. 여기에서 저기로 가는 공부가 아니라, 지금 ‘이 곳, 이 상태’가 완성된 자리라는 걸 아는 거요. 본래 부처이고, 본래 깨달음이 이 순간 이 자리에 있다면 내가 이쪽에서 저쪽으로 굳이 건너 갈 필요가 있을까요? 내가 완성되어 있음을 확인만 하면 되죠. 문득 돌이켜 내가 본래 부처라는 것을 느끼면 끝나요. 물론 수행법(방법)은 어쩔 수 없이 필요하고, 그런 수행법들이 잘못된 건 아니에요. 다만, 수행법에만 매달리면 수행법에 머무르게 되어 결국 깨닫지 못함을 경계하는 거죠. 수행법 그 자체에 집착하지 않아야 깨달을 수 있어요.”

● 힘들어하는 청년들을 위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젊은 사람들에게는 무조건 ‘비우라’고 하면 안 먹혀요. 그래서 저는 항상 ‘다 해보라’고 했어요. 마음이 난다는 것은 좋은 일이니까요. 다만 중요한 건 최선을 다해 무엇이든 마음을 내고 도전해보고 실천도 해보되, ‘이것만이 전부’라는 생각을 하지 않는 거죠. ‘집착하지 않고 하는 거라면, 머무름 없이 마음을 낼 수 있다면, 그 안에서 배우고 깨달음을 얻을 수 있어요. 마음공부하는 사람은 최선을 다해 주어진 것을 해요. 다만 집착하지 않기 때문에 괴로울 것이 없죠. 집착만 떨어져도 괴로움이 훨씬 가벼워져요.”

● 삶의 이정표로 삼는 문구가 있다면 전해주세요.
“어떤 문구나 말을 정해놓고 살면 거기에 머물게 된다고 생각해서, 특별히 어떤 말을 붙잡고 살지 않아요. 무유정법, 정해진 법이 없다고 하잖아요. 이 말을 다시 하면 ‘어디에도 머무르지 않는다’는 거죠. 경전의 말씀을 방편삼아 나아갈 수 있지만, 특정한 한 가지만을 모토로 정해놓지는 않으려고 해요.(웃음)”

● 행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집착과 탐심만 떨어져도 나를 괴롭게 하는 대부분의 문제가 해결돼요. 이 자리 그대로가 완전하다는 것을 완전히 허용해버리면, 유위조작으로 하려고 했던 것들이 멈춰지고 진실이 보여요. 키가 작으면 작은 대로, ‘지금 이대로’를 완전히 허용해주고 받아주고 인정하세요. 우리들의 삶은 그 자체로 원래 받아들여져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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