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근두근”
나무의 심장이 뛴다

원목의 멋과 맛과 향, 목재소

취재, 장성문 객원기자

강릉 입암동에 자리한 중앙제재소.
산처럼 쌓인 목재들과 풍겨오는 소나무향, 새들의 노래 소리가 평화롭다. 넓은 부지에는 수십 년된 원목들이 가공을 기다리고, 어두운 작업장에는 세월이 묻은 장비들과 건조 중인 목재들이 웅크리고 있다. 녹슨 회색 공장과 초록 숲이 어우러진 이질적인 공간이라고 할까.
잠시 후 제재소로 들어오는 트럭 한 대. 중앙제재소 이용중 대표다. 오죽헌 보수 공사에 들어가는 원목을 납품하고 돌아온 참이란다. “강릉에는 오래된 고택과 문화재가 많아서 신축이니 보수니 원목 쓰임새가 많습니다. 여기 마당에 원목들도 가공되어 한옥재로 사용될 계획입니다.” 친절한 설명이다.
이 대표가 들어서자 평화롭던 제재소가 활력을 띄기 시작한다. 기술자들은 작업복을 입고 각자의 업무를 준비한다. 제재소의 엔진이라고 할 수 있는 제재기에 새 원목톱을 장착하기도 하고, 톱밥이 묻어나지 않도록 기름도 칠해준다. 그 밖에 바닥에 쌓여있는 톱밥도 빗자루로 정갈히 쓸어준다.

이윽고 이 대표가 제재기의 전원 버튼을 누르자 굉음을 울리며 회전하는 원목톱. 평화롭고 적막했던 제재소의 심장이 뛰는 순간이다. 전투기 엔진 마냥 생각보다 큰 소리에 공간 전체에 잔뜩 힘이 들어가고 온몸이 쭈뼛 곤두선다. 제재기의 진동에 바닥의 먼지가 자욱이 인다.
긴장이 팍 들어선 중에도 작업은 순조롭다. 기술자들은 크레인으로 뉴질랜드산 소나무를 송재기에 고정시키고, 이 대표는 컴퓨터에 절삭할 수치를 입력한다. 이후 송재기 레버를 잡아당기자 송재기가 제재기 옆으로 미끄러져간다. 톱이 나무에 박히는 순간, 갈리는 소리와 함께 공기 중에 톱밥이 퍼져나간다. 그렇게 하기를 수 차례, 어느덧 두꺼웠던 나무는 수십 개의 각목으로 변모해 바닥에 수북히 쌓였다.

이번에는 도마를 만들 차례. 이 대표는 2년간 건조시킨 소나무를 가져와 송재기에 고정시킨다. 가구재의 경우 틀어지면 안 되기 때문에 약 2년은 건조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한다. 그렇게 톱을 지나며 살이 깎이는 시련을 거치고 대패 장비에 들어가자 원목은 4면이 매끄럽게 정리되어 자못 가구 모습을 띈다. 이후 원목은 옆의 작업실로 옮겨져 마감 작업에 들어간다. 수치를 재고 그라인더로 크기를 알맞게 자른 후 가장자리를 유려한 굴곡으로 처리하자, 일반 매장에서는 볼 수 없는 고급스런 도마가 탄생한다. “원목 하나가 제재 과정을 거쳐 건축자재가 되기도 하고, 가구가 되기도 하고, 사찰의 대들보가 되기도 하지요. 물론 원목마다 성격이 다 달라서 목적에 맞는 원목을 사용하는 게 중요합니다.” 옷에 톱밥을 한가득 뒤집어 쓴 채로 이 대표가 웃으며 말한다.

제재기의 시동이 멈추자 다시 평화를 되찾은 제재소. 직원들은 건축자재나 원목을 보러 온 손님들을 상대하기도 하고 돌아가는 업황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최근 이슈는 단연 코로나19. 중앙제재소와의 가장 큰 연관은 제재소 외국인 기술자들의 입국이 미뤄지면서 일손이 부족해졌다는 점이다. 그러다 보니 대체 인력을 구하기도 하고 타이트한 납품 일정을 진행하고 있다는데…. 그 밖에도 ‘집에 있는 시간들이 길어지면서 가구 수요가 늘자 해외 원목 가격이 폭등하여 제재소 입장에서는 마진이 얼마 남지 않는다’는 얘기도 들려오고, ‘기후온난화 때문에 송림 면적이 줄고 있어 우려스럽다’는 대화도 오고간다.

컴프레서로 옷에 묻은 톱밥을 털어내던 이 대표가 “나무는 여러 형태의 삶을 산다”고 말한다. “나무는 한 번 태어나 우리가 사는 집도 되고, 먹고 자는 가구도 되며, 한옥과 문화재가 되기도 합니다. 심지어 차로도 우려 마실 수 있고, 다 쓰고 남은 톱밥은 농가에서 비료와 여물 건조용으로 쓰이니, 어떻게 보면 아낌없이 주는 천연 자원이라고 할 수 있는 거죠.”

오늘도 많은 곳에서 나무를 찾고 나무로 각자의 보금자리를 가꾼다. 하지만 나무가 우리의 삶으로 들어오기 위해서는 목재소를 통해 치열한 환골탈태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목재소에서 나무는 장인들의 거칠고 섬세한 손길 아래 새로운 형태의 새 생명을 얻고 부활한다. 두근두근. 뛰고 있는 나무의 심장 소리가 들리시는지?  Ι강릉 중앙제재소 033-651-5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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