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에 집중하고 있나요?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요가원

취재. 이현경 객원기자

서울시 구로구 온수동의 요가트리.
회색빛 도심 속 푸른 숲과 온전한 자신을 만나는 공간이 있다. ‘지금 사띠(sati)를 지니고 있는가?’란 글귀가 적힌 출입문이 열리는 때. 요가 수련생들이 “안녕하세요. 선생님~”, “직접 뵈니 좋아요. 벌써부터 편안해요.”라며 인사를 건넨다. 전소연(여의도교당) 요가강사가 특유의 밝은 웃음과 함께 힐링요가 수업을 시작한다.
오전 10시. 수련실은 삼면의 흰 벽과 전면 유리창 너머 소나무 숲으로 둘러싸여 있고, 실내엔 다양한 요가 소도구들과 명상 도구인 싱잉볼이 놓인 풍경이다. 그 중심에서 요가 매트 위에 바르게 앉은 수련생들. 전 강사는 수련생들이 먼저 자신의 몸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갖도록 한다. “몸에 드나드는 숨길을 봅니다. 들어가고 나가는 숨을 알아차립니다. 숨에 집중해보세요.”
3분여가 지났을까. 혹 수업전 급하게 도착했거나 마음이 들뜬 수련생들의 숨이 가다듬어진다. 긴장이 풀리고 근육이 이완될 즈음, 전 강사가 신체의 각 부분을 일컬으며 천천히 동작을 설명한다. 수련생들은 전 강사의 목소리를 따라 움직이면서 그 움직임을 확인하고 몸의 정렬을 맞춰간다.

이때 기본은 몸에 무리 되지 않는 동작의 절제다. “동작이 불편한 분들은 아까와 같은 동작을 유지해주세요.” 전 강사는 직접 시범을 보이며 수련생을 세심히 살핀다. 어떤 이에겐 양손을 힘껏 이용해 자세교정을 돕고, 또 어떤 이에겐 한 손으로 간단한 티칭을 한다. 수련생에게 손을 닿게 하여 몸의 알아차림을 돕는 핸즈온(hands on) 또한 개개인의 집중과 감정 상태에 따라 다르게 이뤄지는 것.
“현대인들은 몸이 아프거나 틀어져 있는 경우가 많아서 최대한 부드럽게 수업을 진행해요.” 특히 코로나19로 활동량이 줄면서 마음까지 닫히기 쉬운 요즘엔 몸을 바르게 움직이는 방법을 지도하는 시간이 더욱 중요할 터. 가끔 마음에 가시가 돋은 수련생을 지도할 때면 그는 더욱 따듯한 관심을 통해 마음 가시를 둥글둥글하게 만들어 준다.

요가 수업은 몸의 단순한 동작뿐 아니라 강사와 수련생이 서로의 기운을 주고받는 시간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존재 자체로 귀한 이들에게 부정적 표현을 쓰지 않고, 서로를 비교하지 않으며, 수련생의 몸과 마음을 현재에 집중하도록 돕는 게 제 역할이기도 해요.”
덕분에 그는 “우리 선생님은 통통 튀는 에너지로 같은 공간에 있기만 해도 기분 좋게 만드는 분이에요”라며 수련생들의 믿음을 듬뿍 받는다.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오프라인 단체 수업은 물론 그의 개인레슨과 줌(Zoom)을 통한 온라인 수업이 성황인 것도 그래서다.

이는 전 강사가 20살 때 처음 요가를 접한 후, 중국 유학 시절 교당 교무님에게 본격적으로 요가를 배우고, 교무님의 스승님이 있는 익산에서 배움을 더하며 지도자의 길을 선택한 영향도 있다. 몸 수련에 자연스레 마음공부까지 바탕삼아 지도해온 기간이 벌써 10여 년이다.
어느덧 수업의 2/3 가량이 진행되면서 수련실에 따듯한 기운이 감돈다. 이번엔 환한 조명 대신 자연의 햇살 아래에 눕는 이들. 팔다리를 올려 툴툴툴 털고 내려놓은 후, 나의 몸 구석구석이 잘 쉬고 있는지 확인한다. 때마침 유리창 밖 나뭇가지에 앉아 가만히 이를 지켜 보던 새 한마리가, 수련생들이 가볍게 움직이며 제자리에 앉자 포로롱 날갯짓 하며 날아오른다.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나마스테. 감사합니다.” 수련생들은 수업 시작때와 같은 모습인 듯 하지만 그 기운이 달라졌다. 여기에 전 강사가 말을 더한다. “제가 숙제 하나 내드리겠습니다. 다른 분들에게 ‘어떤 일 하는 분이에요?’라는 질문을 받아보시는 거예요. 일상에서도 바른 자세로 현재에 집중하시길 바랍니다.”

재촉하지 않아도 봄은 찾아왔듯, 자신을 바라보는 수련을 반복하다 보면 일상 전체의 집중도가 높아지고 행복이 찾아온다는 것. 이러한 모습은 누군가의 호기심을 일으킨다는 의미가 담긴 과제다. “요가는 움직이는 명상이에요. 집중을 어디에 하느냐에 따라 이름이 달라질 뿐이죠. 책을 읽고, 커피를 마시는 모든 행동에 집중하는 자체가 곧 요가예요.”
요가원의 문이 다시 활짝 열린다. 일상에서 행복을 맞이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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