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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구름에 달 가듯이 2020년10월호

구름에 달 가듯이

취재. 노태형 편집인

1.
가슴이 콩닥콩닥 뜁니다.
옆집 아이의 절구질인가 싶어, 담 너머를 훔쳐보지만 가을마당은 텅 비어 있습니다. 집안에서 맴돌기를 몇 번 하다 용기를 내어, 아이들이 죽으면 묻힌다는 너덜겅을 지나 고갯마루에 올라섭니다. 산과 산 사이로 난 길들이 강물처럼 흐르고, 하얀 뭉게구름이 봉우리를 징검다리 삼아 정처 없이 떠나갔죠.
간혹, 아이의 꿈은 들판에 섰습니다. 채 어둠이 가시지 않는 뿌연 새벽길을 도망치듯 툴툴 털고 가는 사람 하나. 그이를 쫓다 보면 시린 이슬이 꼬물꼬물 발목을 낚아챕니다.
“괜히 길 나섰다가 고생만 한다.”
이내 발길을 돌려 돌아오는 길, 산 아래 마을은 아직도 새벽잠에 고이 빠져있습니다.
‘구름에 달 가듯이’ 그렇게 달빛만 마을 곁을 서성일 뿐이죠.

2.
누웠다 일어섰다, 참 핑계거리가 없습니다.
무작정 떠나기에는 막막하고, 이제 어른 흉내는 낼 만하니 산 아래에 갇혀 있는 것도 무료합니다. 그렇다고 섣불리 떠났다가 다시 돌아올 거라면 애당초 안 떠남만 못하고요. 이것과 저것이 겹친 생각은 헝클어진 실타래처럼 꼬이죠. 밤을 꼬박 새워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괜히 달빛이 핑곗거리가 되어 덩달아 잠을 이루지 못해 몽롱해집니다.
“그만 불 좀 끄고 자자.”
동네 형 하나가 무단가출했다는 소문이 귓전을 스칩니다. 제법 호기로웠던 그이는 학교 가는 척 길을 나서, 기차를 타고 먼 지방으로 흘러갔습니다. 그이의 빈자리는 밤마다 동네 어귀에서 자식을 부르는 아비의 절규 소리로 울려 퍼졌고요. 물론 10여 년 뒤, 우연히 길에서 만난 그이의 모습은 도시 사람도 시골 사람도 되지 못한 어정쩡한 귀환이었죠.
‘뜬구름 잡듯’ 그런 세월이 내게도 스쳐 지나갔습니다.

3.
사는 건 참 도도한 일입니다.
사람 좋은 너털웃음을 짓고 있어도 마음속에 뾰족한 칼 한 자루는 감추고 삽니다. 어떤 난폭한 이는 그것을 쉽게 휘둘러 자기 욕심을 채우는가 하면, 또 어떤 이는 그것을 자기 보호의 도구로 숨기고 있는 거죠. 인생은 어차피 밤길처럼 어둡고 두려운 것이잖아요. 두려움 많은 강아지가 더 크게 짖듯이, 가끔은 숨겨진 칼날이 더 무섭기도 합니다.
“그러니, 조심조심해서 살아.”
산전수전 다 겪어본 선지자들은 늘 당부합니다. 세상에는 만만한 게 하나도 없다고요. 많이 가졌다는 것은 언젠가 뺏길 날이 있다는 것이고, 비워졌다는 것은 언젠가 채워질 날이 있다는 또 다른 암시입니다. 이것과 저것을 오가다보면 결국 영점에 맞춰지겠죠. 제일 편한 눈금, 말이죠.
‘어느 구름에 비든 줄 모른다.’고 하더니, 참 그런 듯도 합니다.

4.
위대한 성공은 재물에 있지 않습니다.
지금 시대에 이런 허튼 소리를 한다니요. 누가 이런 말에 귀를 기울이겠습니까. 그런데, 좀 깨쳤다는 이들이 꼭 하나같이, ‘행복은 재물 순이 아니다.’라고 하네요.
“비워라. 비워내라. 욕심을 걷어내라.”
사실, 내 몸 내 가족을 짊어지고 나가기도 버거운데, 욕심까지 짊어지고 가려니 그 짐이 얼마나 버겁겠습니까. 그럼에도 좀체 내려놓지 못하는 게 욕심이죠. 간혹, 욕심은 사자가 되어 내 몸을 집어삼키고 내 가족을 헤치기도 한답니다. 그러니, 내려놓으세요. 그 욕심!
마음에 욕심을 걷어내면, 비로소 ‘구름 위를 걷는’ 행복이 드리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