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는 마음을 부자로 만든다

강민정 대한적십자사 봉사회 전국협의회장

취재. 이현경 기자

“‘여성의 감각을 봉사에 반영하겠습니다.’라고 경선에서 당당히 말했어요.”
수줍음 많던 그녀는 20년간 봉사활동을 하며 잠재돼 있던 리더십을 발견했다. 단체 설립 74년 만에 여성으로서는 첫 회장이 된 강민정(법명 효신, 삼덕교당) 대한적십자사 봉사회 전국협의회장. 그녀는 현재 전국 13만여 명 봉사원을 이끌고 있다.

함께 키우는 봉사 행복
“매주 사무실이 있는 서울과, 결연 맺은 독거 어르신이 계시는 대구를 오가고 있어요.” 단위봉사회, 지구협의회, 시도협의회, 그리고 전국협의회까지…. 체계적인 봉사단체의 다양한 규모를 두루 거쳐 온 그에겐 국내외 곳곳이 봉사활동 현장이다. 지난해 4월 1일 취임한 이후 15개 시도를 순방하며 행정적 차원의 봉사방안을 구상하는가 하면, 6박 8일에 걸친 네팔 해외 봉사도 알차게 다녀왔다. 사회 필요에 따라 봉사 양상도 달라지기에, 회의에 회의를 거듭하느라 바쁜 나날이다. 그럼에도 강 회장은 “봉사활동이 ‘행복에 대한 깨달음’ ‘배려심’을 주고, 마음을 부자로 만들어 준다.”며 봉사활동 때마다 착용하는 노란 조끼보다 더 환한 웃음을 짓는다.
“이번 네팔 해외 봉사에서 처음으로 기획한 의료 활동과 위생 교육프로그램을 의사인 시숙과 함께 진행했어요. 환경정화, 초등학교 개·보수, 음식 나눔을 한뜻으로 하는 봉사원들을 보고, 마을주민들이 감명받아 일손을 도왔던 기억이 나요.” 강 회장은 좋은 아이디어들을 실천하며, 후대에 이어질 전통을 만들려 한다. 현장 봉사 이후에도 봉사지역에 대한 철저한 사후관리와 상황 보고로 인연의 끈을 이어가는가 하면, 봉사원 중 어려운 환경에 처한 이들을 위해 ‘힐링기금’을 모금하여 전달하기도 했다. 대한적십자사 봉사회는 정부나 다른 지자체의 일체 지원 없이, 봉사자들의 순수 기부금으로만 운영되기에 더욱 그렇다. “단순 봉사활동뿐 아니라 사람과 사회, 세계와의 조화를 항상 염두에 둬요. 세계적 단체에서 봉사하고 있다는 프라이드와 순수한 ‘자발적 봉사’를 한다는 자긍심을 키우는 거죠.”
혹여 봉사를 주저하는 이들에게 ‘핑계를 넘어서 봉사의 행복을 키우자.’고 말하는 것도 그런 이유다. 사실 그 또한 대구지사회장이던 시숙의 영향으로 2000년도에 선후배와 단위봉사회를 결성하면서 봉사를 시작했기 때문. “일주일에 한 시간이라도 상관없어요. 일단 봉사를 시작하면 ‘봉사중독’을 걱정할 정도로 재미가 있거든요.” 돌이켜보면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 세월호 참사, 강원도 대형 산불 등 큰 어려움과 아픔이 자리한 현장에는 반드시 더 큰 위로와 사랑이 있었다. “밥차를 실은 차가 움직이다가 밥뚜껑이 길에 ‘턱’하고 떨어졌는데, 시민들이 갑자기 막 손뼉을 쳐주셨어요. 또 작은 슈퍼를 운영하는 어느 이웃은 가게와 집에 있는 모든 생수를 전해주기도 하셨죠.” 그 따듯한 마음들을 더욱 중요시하며 그는 올해 봉사원 교육, 그중 특히 심리사회적지지교육에 중점을 둘 계획이다.

리본 달린 <원불교 교전>
“원불교를 독실히 신앙하시던 시어머니를 정말 존경했어요.”
그는 결혼 후, 삼덕교당 건립에 크게 기여한 시어머니(故 서명근)와 함께 살며 원불교를 다니게 됐다. “항상 조용하게 방긋방긋 웃으시던 분이셨죠. 췌장암으로 투병하시는 와중에도 병간호하는 저를 늘 꼿꼿한 자세로 배려해주셨어요.” 시어머니는 열반하기 하루 전 “정말 고맙다.”라는 말과 함께 “삼덕교당에 자신의 재산을 대신 희사해달라.”는 유지를 그에게 전했다.
이제는 시어머니의 깊은 신심을 닮은 시누이(김희전, 대치·압구정교당)가 그의 가까운 법동지이다. “시누이에게 내가 갖고 있던 교전이 없어졌다고 말하니, ‘너무 좋은 소리, 제일 감사한 소리’라며 리본까지 묶어 새 교전을 선물해 줬어요.” 원불교를 만난 가족에게 ‘감사’는 일상이었던 셈. 하기야 시어머니 열반 후, 홀로 계신 시아버지를 강 회장은 일 년 동안이나 매일 즐겁게 찾아갔다. “꾸준히 봉사활동을 해온 덕분에 어르신을 뵙는 일이 익숙했고요, 원불교를 신앙해오면서 주위에 감사할 일이 많음을 알기 때문에 행복한 일상을 만들고 보냈었죠.”
최근 그는 전국협의회 신년 교례회에서 어느 원로교무가 써놓은 글귀(말은 후하게 행동은 민첩하게)를 인용한 인사말로 큰 박수를 받았단다. “교무님께서 ‘<대종경> 요훈품을 많이 읽어 보라.’고 말씀해주셨어요. 시누이가 준 교전을 더 자주 펼치려고요.” 봉사활동 현장에서 원불교 봉공회를 만나면 더욱 반갑게 인사하겠다고 말하는 강 회장. 그가 입은 노란 조끼가 어쩐지 일원상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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