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운 건강지킴이, 약국

알약처럼 동글동글 하얀 마음

취재. 이현경 기자

 

전남 여수의 대흥약국과 남산약국. 햇볕 쨍쨍한 바깥보다 실내가 더욱 환하다. 약국 운영진이 손님을 절로 웃음 짓게 하는 밝은 기운을 뽐내기 때문이다.

38년 약사 경력의 아버지가 5년 전 아들에게 대흥약국을 물려주고 남산약국을 열었다. 부자 사이만큼이나 가까운 두 개 약국에서 지역민을 향한 사랑이 넘실거린다. 이태식(약사)·서연옥 부부와 아들 이보현 약사(여수교당)가 그 주인공이다.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 토요일에는 오후 2시까지. 약국 운영 시간은 정해져 있지만, 늘 더 일찍 문을 열고 더 늦게 문을 닫는다. 밤늦은 시각에 약국은 등대와도 같기에 때론 “아이고, 정말 있어 줘서 고마워요.”라는 목소리가 스친다. 아침이 되자 약국도 분주해진다.

“접수해주세요~.” 남녀노소 처방전을 펄럭이며 연달아 실내로 들어서는 풍경. 하루 평균 대흥약국을 찾는 인원만 해도 300여 명이다. 직원들이 처방전에 있는 약을 확인한 후, 스캔하여 컴퓨터로 정보를 넘기면, 이보현 약사의 손길이 바빠진다. 약 만큼이나 다양한 처방에 따라 자동조제기로 약을 짓는가 하면, 손으로 일일이 조제하기도 하고, 약을 쪼개거나 포장지를 벗겨내 한곳에 모으는 등 정성을 쏟는다.

조제실에서 나온 이 약사가 안내데스크에서 약 봉투와 약을 보이며 복용 지도를 시작한다. “○○님, 오늘 속이 안 좋으셨나 봐요.” “○○님, 오늘 치과 진료받으셨어요? 고생하셨네요.” 약을 통해 알게 된 손님의 건강 상태를 먼저 물어보는 다정한 배려도 잊지 않는다. “여수에서 알아주고 인정하는 곳이에요~.”라며 한 할머니 손님이 엄지손을 치켜들 정도. 그는 손님 키에 맞춰 고개를 기울이고, 눈높이에 맞는 꼼꼼한 설명으로 손님의 마음을 따듯하게 한다.

친절뿐만이 아니다. “어머니~ 계속 청심환 드실 게 아니라 병원에 꼭 가셔야 해요. 저랑 약속하신 거예요!”라며 자신의 건강 상태를 잘 모르는 이들에게 당부도 꼭 남긴다. 여기에 각종 의약품, 의약외품, 건강식품 질문부터 건강 상담, 인생 상담까지…. 손님이기 이전에 모두가 가까운 이웃인 이들의 대화로 약국이 북적인다. 혹여 불안과 고통으로 표정이 굳어있던 손님도 약국 문을 나설 땐 한결 가벼운 모습이다.

그 곁에는 항상 “왔어요? 어디가 아파요?”라며 손님의 두 손을 꼭 잡고 마음을 어루만지는 서연옥 씨가 있다. 19살 때부터 부모님의 다양한 사업체를 직접 운영한 리더십으로 약국 경영 및 안살림을 든든하게 이뤄온 그. 부부가 결혼과 함께 약국에 근무할 적에는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약품 설명서를 익히며 손님들에게 편의를 제공했다. 부모님이 보여준 부지런하고 정직하게 베푸는 삶의 가르침을 실천해온 것.

그의 남편 이태식 약사는 월간 <의약정보>에 ‘불임의 한방적 치료’라는 글을 게재했을 만큼 한약과 양약 모두에서 해박한 지식을 자랑한다. 또한 청년 약사 시절의 여수시약사회 봉사약국 운영이나 낙도 이동약국 봉사 경험은, 후에 세월호 사건 직후 ‘세월호 봉사약국’을 최초로 긴급 제안하게 했다. 일명 ‘바다 사나이’인 그가 진도 실내체육관·팽목항에서 24시간 무료봉사약국(137일 운영)을 총괄한 것이다. 이곳을 찾은 수 천명의 유가족 및 자원봉사자의 고통을 약사의 전문 직능을 발휘하여 나누었다.

이후 그는 보건복지부장관 표창장과 함께 받은 상금 전액을 진도 청소년들에게 기부하였다. 그간 여수시약사회장, 전라남도약사회장. 대한약사회부회장을 거쳐 현재 대한약사회 감사직을 맡으며 사회공헌에 혈심혈성을 기울이며 선한 영향력을 더욱 펼치는 중이다.

부부는 진문철 교무를 만나면서 일원가정을 이루었고, 26년째 꾸준히 교리 공부를 함께 했다. “원불교를 만난 게 인생 제일 축복이에요. 생활 속에서 처처불상 사사불공(處處佛像 事事佛供)을 실천하니 하루하루가 감사하고 참 좋아요.” 일원의 빛으로 마음을 밝히듯 사람들의 어두운 건강을 밝혀주고 싶은 소망도 꺼낸다.

“공적 마스크를 판매하며, 약사로서의 보람은 경력이 더해질수록 무르익는다는 걸 느꼈어요. 공공을 위한 약국과 약사를 그려봅니다.” 이보현 약사는 부모님의 모습에서 배움을 구한다. 그의 손에 쥐어진 약봉지 안의 하얀 알약처럼, 이웃에게 웃음과 건강을 주는 하얀 마음을 가진 가족이 이곳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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