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3사관학교 승룡교당
졸업종교행사

글. 정효천 교무·승룡교당(육군 3사관학교)

현재 육군 3사관학교 승룡교당에서 근무하고 있는 나에게 1년 중 가장 큰 고민의 날은 ‘졸업종교행사’이다. 편입 후 2년의 생도생활을 마치고 졸업 및 임관을 앞두고 있는 졸업생도들이 개신교·천주교·불교·원불교 중 한 곳을 선택하여 지난날을 돌아보고 앞날을 축원하는 졸업종교행사에 참석한다.
 
교화대불공의 결실을 맺는 날이기에 심적·물적 부담이 되는 것이 교화 현실이다. 약 500명의 졸업생도 중 개신교 다음으로 많은 100명이 생도생활의 마지막 종교로 원불교를 선택하였다. 이들은 졸업종교행사 때 합동 입교식을 진행하여 법명을 받고 공익을 위한 큰 지도자가 되기를 염원하게 된다.

종교행사 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졸업, 진급, 입학의 3개 기수가 한 자리에 모이는 이 날.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가치는 무엇일까, 그리고 진심 어린 마음으로 준비하고 당당히 전할 수 있는 우리의 가치는 무엇일까, 고민이 깊다. 그 과정의 결론은 ‘정성’이었다.
이날 참석한 한 무리는 젊은 날의 열정을 바탕으로 인생의 정당한 방향을 정하여 정성스럽게 살아오다가 초임장교로 임관한다. 또 한 무리는 자기 생각과 다른 현실 속에 수많은 갈등과 다짐을 반복하며 1년을 보내고 3학년에서 4학년으로 진급을 한다.  갓 군인의 길을 택한 이들은 쉽지 않은 훈련을 정성으로 보내고 기훈생도에서 정식생도로 진급하여 3학년을 시작한다. 각기 다른  과정 가운데 정성스럽지 않았던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들에게 감화되어 정성스럽게 졸업종교행사 및 100인 입교식을 준비하였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 그들의 정성스러움을 기억해주고, 응원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에 교도님과 교무님들께도 도움을 청하여 순조롭게 준비하던 행사 전날, 지금 재난의 시작인 대구·경북(영천)지역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다수 발생하였다. 행사는 외부인 통제 및 자체 내부행사로 전환되었고, 밤잠을 설치며 준비했건만 행사 10분 전까지도 여력이 없었다. 갑작스런 변경과 침체된 분위기를 걱정할 틈도 없이 정성을 다하고 나니 행사는 380여명 모두에게 만족스럽게 정리되었다. 그렇게 평생 기억될 또 하나의 졸업 추억이 생겼다. 이 과정은 정성의 가치란 결코 생각만으로 맺어지지 않음을 일깨워주었다.

누구나 정성스럽고 싶지만 편함은 끝없이 나에게 타협을 제안한다. 그럼에도 놓지 않고 하다보면 업(業)을 마무리하는 졸업(卒業) 때 우리에게 정성이라는 모습으로 은혜의 진리가 항상 함께 한다. 졸업은 언제나 끝이 아니었다. 그 마지막이 어둡고 무겁지 않았던 이유는 준비와 보림(保任)의 겨울에 졸업하고, 새로운 시작과 희망의 봄에 입학하는 세상의 싱그러운 응원 때문이다. 끝없는 진급을 위한 은혜의 둥근 순환 속에 모두가 희망 가득한 오늘이기를 봄바람에 마음 담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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