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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정인성 남북하나재단 이사장 2020년05월호

50퍼센트의 법칙으로 소통하다
정인성 남북하나재단 이사장

취재. 장지해 편집장

남북교류와 통일에 대한 관심은 갓 출가했을 때부터 이어져 온 신념이었다.
특히 역대 종법사와 여러 스승들의 법문을 통해 갖게 된 남북교류와 통일에 대한 확신은 그에게 서원으로 자리 잡았다. 그리고 이는 정인성 남북하나재단 이사장(교무, 전 교정원 통일부원장)으로 하여금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남북교류와 대북 인도지원 분야에서 활동하게 하는 기반이 되었다. 한 길을 걸어온 꾸준함이 그를 남북교류 전문가로 만든 것이다.
지난 3월 11일, 종교인으로서는 최초로 남북하나재단 이사장직에 임명된 정 교무. 재단 설립 10주년을 맞는 해에 주어진 책임은 결코 만만치 않은 게 사실이다. 10주년을 맞이한 재단을 다시 활력 있게 만들어야 하는 게 큰 과제 중 하나인 것. 하지만 그 무엇보다 중요한 건, 탈북민들에게 따뜻한 어머니 역할을 하는 재단이 되는 것이다.
취임 후 매일 100여 페이지에 달하는 자료들을 검토하고 살피며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정 이사장이 오롯이 자신을 위해 쓸 수 있는 시간은 출근을 위해 차를 타고 이동하는 20여 분. 그러다 보니 차 안이 그의 기도터가 된 건 진작이다. 오늘 하루도 3만3천여 탈북민들과, 170여 명의 재단 직원들, 그리고 원불교의 안녕을 기도하는 그다.

● 이사장 취임 소감이 어떠신가요?
“재단이 설립 10주년을 맞이하는 해에 취임하게 되어 영광스러우면서도, 막중한 책임감을 느껴요. 그동안 20년 넘게 남북교류 현장에서 활동해온 열정과 경험을 활용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은 매우 기쁜 일이지요. 10주년을 맞아 재단이 보다 활력 있고 새로워지는 것이 저에게 주어진 역할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남북하나재단은 2010년 11월에 설립된 통일부 산하 공공기관으로서, 탈북민 초기 정착, 취업 및 창업지원, 탈북청소년 교육지원 등 탈북민 지원 전반을 담당하고 있다. 5부 2팀으로 170여 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고, 전국 25개 하나센터를 통해 탈북민들의 심리상담과 취업상담 등도 이뤄진다. 체제와 문화 등 다방면에서 필연적으로 생경함을 겪어야 하는 이들에게 도움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 종교인 출신 이사장은 최초인데요.
“처음 제안이 있을 때부터 ‘종교인이 따뜻하게 역할을 해주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런 기대는 당연하죠. 우리 재단은 탈북민들에게 따뜻한 어머니의 역할을 해야 하는 사명이 있고요. 앞으로 탈북민들이 어렵고 고단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곳이 우리 재단이 될 수 있도록 하려고 해요.”

정 이사장은 취임사에서 ‘책상 위에는 복지 사각지대가 없지만 현장에는 존재한다.’는 말로 현장을 찾아가는 정책을 강조했다. 작년에 일어났던 탈북 모자 사망사건을 교훈 삼아, 3만3천여 탈북민들에게 복지 사각지대가 생기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는 것. 현재 코로나19로 인해 바로 시행하고 있진 못하지만, 기다리기보다 찾아가는 활동을 적극 추진해 나갈 예정이라는데…. 취임 후 이사진 구성에 있어 탈북민 비율을 늘린 것 역시, 그들에게 필요한 목소리를 재단 운영에 반영하겠다는 적극적인 의지이다.

● 탈북민에 대한 인식변화가 많이 이루어졌다고는 해도, 여전히 부족한 것 같습니다.
 “인식변화는 한 사람만의 노력으로 일시에 이루어지기가 어려워요. 하지만 국민들의 의식이 점점 성장하면서 탈북민들에 대한 인식변화도 많이 이루어졌죠. 특히 최근에 한민족한삶운동본부에서 남북청년커뮤니티사업을 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봤어요. 청년세대들은 기성세대와는 또 다르게 서로에 대한 선입견이 없고, 놀잇거리 하나만 가지고도 활발한 교류를 하더라고요. 이런 움직임들이 확장되면 더 많은 변화가 이뤄질 것 같아요.”

물론 언론을 통해 일부 탈북민들의 안 좋은 사례가 강조·노출되면서 인식변화에 어려움을 겪는 것에 대한 우려도 있다고 말하는 정 이사장. 하지만 그런 사례는 극히 일부이고, 실제로는 우리 삶에 함께 녹아 살아가며 마음을 나누려는 이들이 더 많다며 최근 사례를 하나 소개하는데…. 그가 취임 후 가장 먼저 지시한 일은 바로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구지역 탈북민들을 챙기는 것이었다. 그러나 마스크는 모두 공적으로 전환된 상태라 구할 수 없어 미처 키트에 넣지 못했다고. 이 소식이 전해지자 옷수선 가게를 하는 한 탈북민이 손수 만든 면마스크 100장을 보내왔다. 다음날에는 사과농장을 하는 탈북민이 직접 농사지은 사과 100박스를 보내며 마음을 전해달라고 했다. 탈북민들은 이미 우리의 일상과 삶에, 평범하지만 따뜻한 구성원으로 함께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 남북교류에 대해 평소 어떤 신념을 가지고 활동해 오셨나요?
“저는 남북통일에 대해서는 한 번도 의심해본 적이 없어요. ‘통일은 반드시 된다.’고 늘 생각해왔죠. 이건 종교적 신념이 바탕 된 것이기도 해요. 소태산 대종사께서 일제강점기인 1930년에 금강산을 다녀오신 후 ‘금강산이 세계에 드러나는 날 조선은 새로운 조선이 될 것이다(금강현세계 조선갱조선).’라고 하셨고, 정산 종사께서도 ‘마음에 미움이 없어지면 통일이 된다.’고 하셨잖아요. 또 대산 종사께서는 ‘멸공보다는 반공(反共), 반공보다는 승공(勝共), 승공보다는 용공(容共), 용공보다는 화공(和共), 화공보다는 구공(救共)이 낫다.’고 하시면서 ‘남과 북이 한 형제요 동포임을 하루속히 깨달아 서로 용서하고 포용하며 화합하고 융화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추어야 한다.’고 하셨어요. 저는 그런 스승님들의 말씀을 믿고 할 뿐이죠.(웃음)”

● 남북교류가 보다 더 활발해져야 할 텐데요.
“남북관계는 늘 좋아졌다 나빠졌다, 다시 좋아졌다 나빠졌다를 반복해요. 가만히 생각해보면, 봄이 올 때 한번에 오지 않는 것과 같아요. 천지가 엄청난 공(功)을 들여서 봄이라는 계절이 우리에게 오잖아요. 날씨가 풀렸다가 꽃샘추위가 오기를 반복하면서 봄이 오듯, 남북관계도 그런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 같아요. 봄은 결국 오게 되어 있어요.”

● 원불교는 남북교류·통일 문제에 남다른 관심을 가지고 있는 교단이기도 합니다.
“이번에 이사장직을 맡으면서 교단 내 통일부원장직은 사임했지만, 부서나 위원회 차원이 아니라 직책을 정식으로 임명한 것은 어느 종교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획기적인 일이었어요. 그 직을 다 채우지 못한 아쉬움은 물론 있죠. 하지만 상징적인 평양교구장직과 노마드개성교당 활동에는 계속 관심을 두려고 해요. 통일은 역대 종법사님들께서 천명하신 핵심 법문이잖아요. 우리가 지향하는 것도 세계 보편 종교로서 세계의 평화와 행복을 위한 일인데, 정작 우리 한반도가 분단되어 있으면 안 되는 것이고요. ‘세계 정신의 지도국, 도덕의 부모국’이 되고자 하는 한반도의 통일은 저에게 신앙적 사명이에요. 그 사명이 원불교의 가장 큰 자랑이고, 강점이죠.”

노마드개성교당은 공간에 한계를 두지 않은 교당이라는 점에서 실험적 시도였다. 깃발만 세
우면 국경과 지역에 제한받지 않고 어디든 교당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이기도. 통일에 대한 열정과, 그 열정을 가진 수많은 전문가들이 함께 모여 있는 노마드개성교당을 생각하면 행복하다는 그다.

● 미래 종교가 나아갈 길에 대한 고민이 많습니다.
“회광반조(回光返照)해야 해요. 자꾸 반조하고 되돌아보면서 자신을 점검하고 기본정신에 충실하면 어디서든 환영받는 종교가 될 거예요. 성자들은 그 당시 시대와 대중이 원하고 갈망하는 일들을 하셨어요. 그런데 지금은 그러지 않죠. 교세를 불리려고 하고, 교세가 불어나면 욕심을 내고, 욕심으로 권한과 재산을 축적하고, 그러다 보니 타락하고 있죠. 원불교는 물론이고 모든 종교들이 철저하게 성자들의 본위와 기본 교리에 충실하면 반드시 환영받아요.”

종교에는 관심이 없지만 ‘나’를 찾아가고 돌아보는 것에는 오히려 관심이 많아지는 흐름에 대해서도 한 마디를 덧붙이는 정 이사장. ‘나를 보면 세상이 보이게 되어있고, 나의 진짜 모습을 보면 세상을 바른 마음으로 비춰볼 수 있다.’는 것이다.

● 평소 어떤 공부표준을 갖고 계시나요?
”제가 항상 대조하는 공부표준은 ‘동하여도 분별에 착이 없고, 정하여도 분별이 절도에 맞는다.’는 말씀이에요. 사람은 보통 동하면 어디엔가 착(着)하게 되어있어요. 예쁘다, 밉다, 옳다, 그르다, 좋다, 나쁘다 하는 생각에 고정되어서 그 외의 다른 것들을 보지 않으려고 하죠. 시민사회 활동이나 남북교류 활동을 하면서 크게 느낀 게 바로 50퍼센트의 법칙이에요. 나와 반대되는 의견이라 하더라도 동하여도 분별에 착이 없는 마음을 가지고 들으면, 즉 선입견을 갖지 않고 들으면 거기에 참고할 지혜가 있어요. 마찬가지로 저도 제 생각을 이야기 할 때 제가 100퍼센트 다 맞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 길을 만들어 온 분으로서, 후배들이 또 다른 길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용기가 될 수 있는 말씀을 해주세요.
“‘우리가 세상의 희망입니다.’ 이 말을 꼭 해주고 싶어요. 종교간 대화나 시민사회 활동을 다양하게 하다보면 ‘원불교가 희망’이라는 말을 많이 들어요. 희안하게 원불교가 있어서 잘 돌아가게 하는 뭔가가 있어요. 후배들이 그런 희망을 갖고, 꾸준히 적공을 했으면 좋겠어요. 대산 종사께서는 영하 10도 이하의 날씨에도 매일 밖에 나가 산책과 요가를 하셨어요. 제가 학생 때, 어느 날은 너무 추워서 ‘춥지 않으세요?’ 하고 여쭈었더니 제 손을 꼭 쥐시면서 ‘적공이다.’ 한 마디를 하시더라고요. 젊을수록 끈기가 좀 약한 부분이 있을 수 있는데, 기도하고 심고하고 좌선하면서 끊임없이 적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