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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한국 사회 적응기 2020년02월호

한국 사회 적응기①

하루아침에 아빠가 사라졌다.
시간이 흐르면서 동네에 이상한 소문이 돌았다.

글. 홍은향 한겨레고등학교

나는 지금부터,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않은 나의 삶의 과정을 이야기하려고 한다. 10살. 세상 모든 것이 아름다웠던 나이, 걱정 하나 없었던 나이, 나에겐 행복한 일만 줄곧 생길 줄 알았던 나이. 그러나 어렸던 나에게 하루아침에 아빠가 사라지는 충격적인 일이 일어났다.
나의 아빠는 군 복무를 13년 했다. 다시 말해 13년이라는 시간을 나라에 충성했다. 그랬던 아빠에게 나라는 등을 돌렸다. 높은 직위에 있던 아빠에게 갖은 핑계를 붙여 감옥에 보냈고 권력마저 모두 빼앗았다. 아빠가 감옥에서 나왔을 땐 아빠의 삶이자 인생의 전부였던 회사마저 뺏긴 상태였다. 아빠는 나라에 배신을 당했고 당신이 지금껏 충성해온 국가에 분노했다.
그때 당시 아빠는 한국에 먼저 가 있던 누나(고모)에게 연락을 했고, 큰엄마는 당장 한국에 오라고 권유를 했다. 북한에 더 이상 미련이 없었던 아빠는 한국으로 가기로 결심을 했고 엄마와 상의 끝에 최종 결정을 내렸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당시 엄마와 아빠가 안방 문을 잠그고 몇 날 며칠 이야기하고 다투고 했던 것들이 그 결정의 과정이었던 것 같다.
그러더니 하루아침에 아빠가 사라졌다. 인사도 없이…. 잠시 여행을 갔을 거라고, 곧 돌아올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면서 동네에 이상한 소문이 돌았다. 아빠가 탈북을 하다 잡혀 총살을 당했다는 소문이었다. 그때마다 엄마는 가슴이 철렁했을 것이다.
보안원(경찰)들도 우리 집을 밤마다 감시했고 엄마도 날이면 날마다 보안서(경찰서)에 불려가 조사를 받았다. 학교에서 나는 아빠가 없다고 놀리는 친구들과 죽을 듯이 싸웠다. 그렇게 1년이라는 시간이 흐르자 나는 아빠가 여행을 간 것이 아니고 다른 나라에 간 것이라는 것을 인식했다. 아빠가 없는 1년이 그닥 힘들지 않았고, 어려서 그랬는지 몰라도 노는 게 바빠 아빠를 생각할 시간이 없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철이 없었다.
1년 뒤, 아빠가 엄마·언니·나를 한국으로 불렀다. 고생고생 끝에 아빠가 있는 한국에 도착했다. 하나원에 있으면서 한국 드라마로 한국을 미리 경험했다. 드라마에서의 한국은 밤에는 낮처럼 불빛이 반짝였다. 집들은 온통 으리으리하고 멋졌다. 그 모습을 기대하며 아빠 집에 갔을 때 모든 것이 무너졌다. 초라하진 않았지만 작았다. 다행이 금방 드라마와 현실은 다르다는 것을 깨닫고 적응했다.

처음 한 달은 한국에 적응을 하기 위해 이곳저곳을 많이 다녔다. 그리고 서울 홍릉초등학교에 입학을 했다. 11살, 스스로 다 컸다고 생각했다. 전학생으로 첫 인사를 할 때 떨렸지만 멋지게 잘 해냈다. 북한에서 왔다고 당당하게 이야기도 하려고 했다. 하지만 남들과는 다른 억양에 친구들이 먼저 “한국 사람 맞아?”라고 물어보았다. 갑자기 두렵고 무서웠다. 나는 한국 사람이 아니고 북한 사람이었다. 그날부터 한 달 동안 학교에서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말투가 완벽해지면 그때부터 말을 하겠다고 다짐을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말투는 변했고, 그때부터 조심스럽게 말을 하기 시작했다. 내가 말을 하자 친구들도 선생님들도 놀라워했다. 어느새 내 옆에는 수많은 친구들이 생겨있었다. (다음 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