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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박종병 석공예 명장 2020년02월호

차가운 돌에
생명을 넣다


박종병 석공예 명장

천 번, 만 번, 그의 손길이 단단하고 차가운 돌에 닿자 따스함이 깃든다.
거친 돌에서 부드러운 부처의 얼굴이 나타날 줄 누가 알았을까. 마치 돌 속에 숨겨진 형태를 빼내는 것 같아 눈길을 뗄 수 없다. 차갑고 단단한 돌에 생명을 불어넣는 박종병 석공예 명장이다.

“돌이 차다고 하지만 저에게는 따뜻하게 느껴집니다.” 문화재 보수와 복원부터 새롭게 디자인한 현대조형물까지, 우리나라 최고의 석조물 장인인 그. 40여 년 동안 단단한 돌에 생명을 불어넣은 작품만 해도, 10m 이상의 탑부터 불상, 작은 해태상 등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중학교 졸업 후 망우리 석물공장에서 일을 배웠어요. 제대 후에도 이 일을 선택했지만, 평생의 업이 될 줄은 몰랐지요.” 자신에게 가장 쉬운 일이었기에 선택했다고 하지만, 그의 솜씨는 분명 남달랐다. “이곳에 불교조각 최고기술자가 있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스카우트 제의와 작품 제작 의뢰가 줄지어 들어왔던 것. 1993년에는 전국기능경기대회 동메달을 수상하고 여러 공모전에 작품을 출품해 입상했다. 기술자로만 머물지 않겠다는 의지가 컸다.

“젊은 시절에, 법천사 지광국사 현묘탑 복제작업에 참여한 적이 있어요. 그때 문화재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죠.” 이미 기술을 인정받은 그이지만 문화재 수리 자격과 조경 기능사 자격까지 갖추고 실력을 쌓아갔다. 다보탑과 경주 남산 늠비봉 5층 석탑, 봉림사 부도탑 등이 그의 손에서 복원되었다. 특히 남산의 겨울바람을 맞으며 5층 석탑을 복원한 것은 아직도 기억나는 순간이라고.
“돌이라는 게 단순한 재료예요. 하지만 돌로 만든 건 100년을 넘어 수 천 년이 지나도 남아있지요. 잘 만들면 문화재가 되지만 잘못 만들면 흉물이 되기 쉽죠.” 돌 작업은 조금이라도 깨져버리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기 때문에 조심히 온 정성을 쏟아야 한다. 어렵다는 3D 캐드를 10년 전 독학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3D로 시뮬레이션을 해 보면 일의 순서와 작업 중 일어날 수 있는 미진한 부분이 보이는 것이다.

“작품 구상이 내 머릿속에만 있으면 소용이 없잖아요. 주문한 사람에게 입체적으로 보여주면 서로 만족할 수 있는 작품이 나와요.” 3D 시뮬레이션에서와 마찬가지로 그의 작품은 석조각 하나에만 머물지 않는데…. 불교미술이라면, 절 가람에 맞춰 탑과 불상의 위치와 크기까지 균형에 맞게 디자인한다. 조경 기능사 자격을 취득한 것도 주변 조경과 균형을 이루기 위해서였다. 주위의 조경과 건축에 어울리는 작품을 만들려는 노력인 것이다.
“지금까지 기술을 공유하려 노력했고, 내 기능을 살린 사회봉사활동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어요. 석공예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기술에만 머물러서는 안 되기 때문이에요.” 사회적으로 석공예에 대한 편견을 없애기 위해서는 석공 기술자도 기술자로만 머물지 않고 자신만의 작품을 만들 수 있어야 한다는 것. 망우리에서 기술을 배워, 최우수 추천작가상을 받고 ‘대한민국 석공예 명장’이 되기까지 자신이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후배들에게 조금 더 나아진 길을 열어 주고 싶은 그다. 전문가 양성을 위해 오랫동안 국가기능자격증 및 기능경기대회 심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란다.

“앞으로도 내 손으로 직접 돌을 만지며 작품을 만들고 싶어요. 내 작품이 어디엔가 남아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면 작품에 정성이 안 들어갈 수 없어요. 그렇게 작품 활동 해야죠.” 그가, 다시 돌을 만지자 차가운 돌에 부처의 따스한 미소가 스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