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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어른이 되는 일 2020년02월호

어른이 되는 일

글. 정인신

“생신 축하합니다, 생신 축하합니다, 사랑하는 할머니, 생신 축하합니다.”
탁자 위에 조그만 꽃바구니가 놓여있고 손자 손녀들과 둘러 앉아 축하를 받으며 행복하게 웃고 있는 할머니의 모습이 보입니다.
우리 어른님들의 시선이 모두 그쪽으로 향합니다. 자녀들이 고향을 떠나고 홀로 사는 어른들은 일 년에 몇 번이나 가족의 얼굴을 볼 수 있을까요. 다행히 휴대전화가 있어 매일 안부 전화를 올리는 사랑스런 자녀도 있지만, 소식이 점점 멀어지는 가족들도 있습니다.
가끔, 경로당 어른님들의 초대를 받습니다. 생신날이 되면 돌아가면서 한턱을 내시죠. 가까이에 있는 한우집도 가고 시내에 있는 순두부집도 갑니다. “교무님, 죄송해서 어째요. 폐만 끼쳐서 송구스럽구만요.” 기사 노릇을 하는 나에게 항상 하시는 말씀이지만 나는 어른님들을 뵈면서 동네소식도 듣고 덕분에 따뜻하고 맛있는 점심 공양을 할 수 있어 오히려 감사한 일이죠.

식당에서 음식을 기다리고 있을 때 저만치 창가에서 들려오는 생일축하 노래는 부럽기도 하고 가족들이 그리워지는 순간이기도 하겠지요. 날마다 경로당에 출근하고 집으로 퇴근하는 일이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모처럼 차를 타고 밖으로 나서는 일은 생기가 납니다. 평소보다 예쁜 옷으로 갈아입고 화장도 좀 하고 그룹을 만들어 이동합니다. 나는 생일을 맞는 어른께 소소한 선물을 준비하기도 하고 웃는 모습을 사진에 담아 작은 액자에 넣어 드립니다. 그러면 고맙다며 손을 꼭 잡아주십니다.

경로당 거실에는 사단법인 대한노인회에서 보내온 경로헌장이 걸려있습니다. ‘노인은 우리를 낳아 기르고 문화를 창조 계승하며 국가와 사회를 수호하고 발전시키는데 공헌 하여온 어른으로서 국민의 존경을 받으며 노후를 안락하게 지내야할 분들이다.’ 참 지당한 말씀이지만, 인구의 노령화와 사회구조로 노후생활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어른이 되는 일, 참 까마득하게 생각했던 적이 있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인간관계가 어려워지고 세상사가 힘들어진다는 말이 그때는 이해가 되지 않았어요. 어른이 되면 모든 일이 수월하게 풀리는 줄 알았지요. 인생은 일찍부터 준비해야 그 삶이 행복해진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사람마다 타고난 자질이 있고 환경의 영향을 받으며 살게 되니 마음대로 되는 일이 아니죠. ‘나이가 30이 되면 그 사람의 인품에 틀이 잡혀야 된다.’는 소태산 대종사님 말씀을 누구나 다 실행하는 일은 그리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젊었을 때 부단히 노력해야지요.

며칠 전 40대 교도님이 진지하게 질문을 던졌습니다. “교무님, 50대의 삶은 어떤가요?” 40대의 삶이 고단하니 그 너머의 삶이 궁금했나 봅니다. 어디 정답이 있겠습니까, 사람마다 다른걸요. 저도 30대에 선서식을 앞두고 백일기도를 하던 중 미래의 삶이 몹시 궁금해서 스승님께 여쭈었던 적이 있습니다. 스승님은 빙그레 웃으시며 ‘가보면 안다.’고 하셨습니다. 흔히 말하는 사주팔자가 있기도 하겠지만 지금 내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무슨 준비를 하고 있는지, 그 삶이 미래로 연결되어지는 것이기 때문이겠죠.

세상의 많은 먹을 것 중에 먹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고 합니다. 바로 나이라고 하네요. 한 해가 마무리 되는 동지가 되면 팥죽을 먹으며 나이가 한 살 올라간다고 생각하고, 새해가 오면 떡국을 먹으며 나이를 올려야 되는 거지요. 누가 거역할 수 있겠습니까. 버튼을 누르지 않아도 자동으로 올라가는 일인데요.

많은 사람들이 노후의 삶에 대해 얘기합니다. 가까운 일본은 노후 파산인구가 200만 명이 되었고, 우리나라도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며 100세를 돌파하고 있으며 독거노인이 147만여 명이라고 합니다. 나이 들어 육신의 아픔이 올 때 그 외로움과 결핍에 적응할 수 있는 공부는 무엇일까요. 인생의 선배로 풍부한 인생경험으로 존경받는 노년의 삶이 되어야 할 텐데요.
사람이 죽음을 맞이할 때 가장 후회하는 네 가지가 있다고 합니다. 첫째는 내 자신에게 정직하지 못했다는 것, 주위사람에게 보이기 위한 삶으로 진짜 자신의 삶을 살지 못한 것이라고 합니다. 둘째는 일에만 너무 몰두하였던 것, 셋째는 남의 눈치를 보느라 내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지 못했던 것, 넷째는 행복은 결국 내 선택이었는데 변화를 두려워했다는 것이랍니다.
지금 나는 어떻게 살고 있는지 바라봅니다. 사람은 누구나 어른이 되어가는 길 위에 서 있습니다. 눈앞의 일만이 아니라 좀 더 멀리 바라보며 삶의 여유를 찾아야겠네요.
행복은 이미 내 안에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