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 보는
공부


글. 김태인 어양교당

‘꽝!’ 하고 문을 닫고 방에 들어가시는 시아버님을 보며 처음에는 ‘화가 나셨나?’ 해서 마음이 불편하였다. 내 마음을 기준으로 해석하면서 매번 힘들어 했다. 그런데 ‘있는 그대로 꼴 보는 공부’를 유무념으로 세운 후 지속적으로 연마한 결과, 동요되지 않고 그대로 바라 볼 수 있어 마음이 조금씩 자유로워졌다.
귀가 어두운 아버님은 문을 꽝 닫아도 본인 귀에는 작게 들리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다 이유가 있구나!’라고 생각하니 나도 편하고 상대방도 이해할 수 있었다.
강아지가 거실에 똥을 쌌는데 모르고 그것을 밟았다. 짜증이 났으나 곧 생각을 멈췄다. 평소의 배변 장소인 베란다 문이 닫혀있었다. 거실에 실례를 한 강아지 상황이 이해가 갔다.
이유를 알고 보면 꼴이 보이고, 꼴이 보이면 상대가 이해되어 무념으로 내 마음을 다스릴 수 있게 된다. 이제는 ‘상대를 편착심 없이 보고 상없이 말하는 것’이 습관이 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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