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당에 재미있는 일이 너무 많아요

해운대교당
취재. 김아영 기자  

“일요일은 오후 5시 퇴근이죠.”
법회와 단회를 마치고도 교도들이 교당을 떠날 생각을 않는다. 장구 동아리의 장단에 맞춰, 교도들의 이야기와 웃음소리가 경쾌하다. 퇴근(?) 준비를 하던 교도들도 다시 자리를 잡고 앉는데…. 마당을 놀이터 삼아 놀던 어린이들에게 간식을 준비해 주기 위해서란다. “교당을 내 집이라 생각하면 가능해요.” 해운대교당(교무 김경은)의 오후가 평화롭다.

신심, 공심으로 이룬 50여 년
법회부터, 점심 공양까지 모든 게 착착,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해운대교당. 그 안을 자세히 살펴보면 성가집과 교전을 정리하는 교도들이 있고, 창문을 닦고, 마당을 정리하고, 교당 구석구석을 살뜰히 살피는 이들도 보인다. 역할을 정하지 않아도, 교당에 들어서면 자신의 역할을 찾는다는데…. 이들의 말이 참 정갈하다. 
“큰 규모의 교당답게 할 일이 많아요. 하지만 그걸 일이라고 생각 안 해요. 오히려 교당에서 내가 할 일이 많을수록 행복한 교당이라고 생각하지요.” 불우이웃을 돕기 위해 만드는 수제 멸치젓갈과 우엉차, 편강, 연근차, 어성초 스킨부터 김치 나눔, 바자회까지 모두 함께이다.
교당 벽면에 걸린 운영일정표만 봐도 그렇다. “1년 동안 법회 사회, 안내, 청소, 독경, 경강, 공양을 담당할 교도들의 명단이에요. 명단은 단별이 아니라 예를 들면, 연륜이 많은 원로교도와 신입교도를 묶어 독경조를 짜고, 요리를 잘하는 장금이 교도와 남자교도로 공양조를 짜요.” 12월에 내년도 조 운영일정표를 만들면 그 일정 안에서 교당 운영이 자연스레 굴러가는 것이다. 적재적소의 조 편성도 그렇지만, 미루는 사람도 못하겠다는 사람도 없다는 게 교도들의 말이다. “뻔한 말이지만, 한마디로 정의하면 신심, 공심이죠. 또 인간관계가 잘 이루어지니 참여하는 즐거움이 있고요. 정말 즐겁고 행복한 교당이에요.”
 
재주 많은 교도들
더구나 이런 운영일정표와 같은 교당 운영 매뉴얼은 10여 년 전에 만들어진 것이라는데…. 교당이 원활하게 운영되도록 해운대교당만의 매뉴얼을 만든 것이다.
“우리 교당 역사가 52년이에요. 청년회부터 다니셨던 분들이 지금은 교당의 주역이 되셨지요. 그런 분들을 보면서 배우고 있어요.” 자녀가 부모의 모습을 보고 배우듯, 젊은 교도들은 어른들을 보며 공부하고 활동한다는 것. 김윤명 교도회장이 “우리 교당 차성환 씨는 10년째 교구 입교상을 수상하고 있고, 일기, 경강 발표와 강채배교 씨의 ‘몸 알아차리기(체조)’도 정착된 지 10여 년이 넘었다.”며  자랑한다. “교무님과 교도님들이 솔선수범 하니까요. 뿌리가 튼튼한 거죠.”
여기에 한 가지 더. 교도들이 1인 1악기를 하면 좋겠다는 의견으로 시작된 동아리의 종류만 해도 오카리나, 장구, 기타 등 다양하다고. 어느 교도의 “교당에 재밌는 일이 너무나 많다.”는 말이 딱 정답이다.

지역과 함께하는 행복대학
“교당의 연륜에 더하여, 교화의 새로운 바람을 불어 넣고 있어요.” ‘지역사회에 원불교가 어떻게 은혜를 나툴 수 있을까?’란 김경은 교무의 고민에서 시작된 시니어 행복대학이, 평균 50여 명의 어르신들이 출석하며 순항 중이다. 더구나 지역민이 대부분이라는데…. “여름방학 때 심심했다. 겨울방학은 짧게 하자.”는 의견이 있을 정도로 호응이 좋단다.
“재능 많은 교도님들이 많다 보니 수업은 재능기부로 이뤄져요. <부산일보> 논설위원이었던 여도언 씨(본지 편집위원)가 행복대학의 학장을 맡아 인문학 강의를 하고, 유정은 씨가 노래교실, 강채배교 씨가 요가를 진행하고 있죠.” 여기에 더해 김 교무가 짧지만 흥미롭게 전하는 인과이야기나 마음공부 이야기는 마음의 자양분이 된다. 실제로 교당 출석으로 이어지고, 헌공을 하거나 부처님오신날에 등을 밝히겠다고 이야기하는 분도 있다고. “선진님들이 정성으로 일군 교당을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공간으로 만들어야죠. 앞으로 지역사회와 함께 하는 방법을 더 연마하고 찾아낼 겁니다.”
“원불교 마음공부는 이웃과 베풀며 사는 것.”이라고 말하는 이곳. 작은 일에도 북적북적,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오늘도, 오후에 교당을 다시 찾은 교도들이 있는 걸 보니, 교도들의 교당 퇴근은 아직 먼 것 같다.   해운대교당 051)741-4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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