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태산의 말씀

글. 노태형 편집인

제자들이 모여 열띤 토론을 펼칩니다.
누구는 밥 한 그릇으로 한 사람이라도 배부르게 하여 만족시키는 것이 공덕이 더 크다 하고, 또 다른 사람은 열 사람에게 골고루 나눠 주는 게 공덕이 더 크다고 주장하죠. 소태산이 그 이야기를 듣고는 말씀을 내립니다. “같은 물건이라도 한 사람에게 주면 한 사람이 좋아하고, 열 사람에게 주면 열 사람이 좋아하고, 국한 없이 주면 모두가 좋아한다.”
세상사에서는 한 사람이라도 만족시키는 걸 합리적이라 할 수 있지만, 어찌 그 한 사람이 그 한 그릇으로 만족할까요. 그래서 종교의 울은 우주보다도 더 넓은 것이고, 종교의 지혜는 고금을 관통하는 것이겠죠.

또 제자가 소태산에게 묻습니다.
“어떠한 것을 큰 도라 이르나이까?” “천하 사람이 다 행할 수 있는 것은 천하의 큰 도요, 적은 수만 행할 수 있는 것은 작은 도라 이르나니라.”
사실 이 말씀은 충격이기도 합니다. 천하의 큰 도는 몇몇 성인들만 알고 행하는 것인 줄 알았지, 우리 일상의 삶이 큰 도인 줄은 상상도 못했으니까요. 그래서 옛 선사는 ‘밥 먹고 똥(?) 싸는 일’이 바로 도라고 했던가요.
소태산이 비질을 하고 있는 제자에게 다가갑니다.
“지금 너는 무엇을 하고 있느냐?” “마당을 쓸고 있습니다.” “너는 지금 마당을 쓸고 있는 게 아니다.” 스승의 말에 제자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합니다. 그때 다시 스승이 일러줍니다. “너는 지금 지구의 한 모퉁이를 쓸고 있는 것이다. 곧 세상을 쓸고 우주를 쓸고 있는 것이다.” 그때서야 제자의 손아귀에 잔뜩 힘이 들어갑니다.

세상에 사소한 것은 없습니다. 티끌이 모여 우주를 이루고, 찰나가 모여 억겁의 세월을 이룹니다. 그걸 일러주는 소태산의 말씀은 늘 이정표가 됩니다. 어두운 세상을 걷는 지혜의 등불이 됩니다. 사필귀정이라 했으니, 세상사가 어려워도 우리, 소태산의 말씀을 따라서 묵묵히 새해를 밝혀가면 좋겠습니다.

저작권자 © 월간원광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